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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근종 환자의 건강하고 맛있는 제주 투어: 다금바리

by 룡이

섬나라 제주도에서 절대 놓쳐선 안 되는 음식 중 하나가 해산물이다. 제주산 흑돼지를 먹지 않아도 푸르고 차가운 제주 바다에서 파닥거리며 살아가는 해산물, 특히 생선회를 먹어야 한다고 나는 강력하게 주장한다. 깊은 바닷속에서 건져 아직 바다 냄새를 간직하고 있는 생선살을 맛보지 않고 돌아온다면 그 여행은 무효라고까지 생각한다.

나는 부산에 살고 있어 회를 비교적 자주 접하지만 제주도가 주는 생선회와 해산물의 이미지는 부산과는 또 달라 굉장히 매력적이다. 자연 그대로, 날 것의 냄새가 난달까. 특히나 해녀가 해산물을 잡는다는 가게에 들어가거나 육지의 생선 이름과 다른 생선이나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생선을 만나게 되면 새로운 세계를 접한 듯 신비롭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낯선 환경에 '내가 여행을 왔구나!'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물론 원산지를 속이거나, 바가지를 쓸 수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제주 어시장의 자부심을 믿기에 더 이상의 고민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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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주 여행의 첫날 저녁이 '황돔' 생선회였다. 육지 말로 참돔이며 벵에돔이라도 불린다고 한다. 사실 이번 제주에서는 붉은 생선인 방어회가 먹고 싶었지만 먹을 수 없었다. 양식이 불가능하여 바다에서 잡아야 하는데 때마침 풍랑주의보가 발령하여 어선들이 조업을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어의 끈을 놓지 못하고 머릿속을 헤멜 때 등장한 것이 '황돔'이었다. 역시 바다 섬나라 제주도 아니랄 까 봐 숙소 근처 마트에서 제주산 황돔이라며 팔고 있지 않는가. 매운탕 거리도 1,000원밖에 하지 않았다. 사실 딱히 황돔이 먹고 싶진 않았지만 회가 먹다는 마음이 앞서 두서없이 집어왔다. 다행히도 생각보다 쫀득한 식감을 느낄 수 있어 방어의 빈 공간을 조금이나마 메꿔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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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회상은 자그마치 '다금바리'였다. 자그마치 다금바리를 제주도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호기심에 시켜버렸다. 자그마치 다금바리를 말이다! 호기롭게 '여기 다금바리 주세요~'를 외친 후 머리 속은 난잡했다. 이 돈으면 생활비가 얼마인가. 이 돈이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를 복잡하게 굴리며 괜한 실수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던 사이 밑반찬들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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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다. 나는 이미 오도독거리는 전복회를 씹고 있었고 다음으로 비린내가 전혀 안나는 담백한 고등어 회를 집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른 종류의 생선회를 시켰다면 추가 주문해야 했을 해산물과 생선회가 기본찬에 포함되어 있었다. 아까의 후회는 이미 접어두고 막걸리도 시켜버렸다. 다행히 정신을 차리고 있는 남편 덕분에 소주는 못 시켰고 막걸리도 음식을 섭쉬한 후 1잔만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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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처음 만나는 다금바리는 생선회로 살점이 발려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가미를 뻐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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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여행할 때 두 끼를 허름한 식당에서 저렴한 백반을 먹더라도 돈을 아껴 다금바리 한 번은 먹기를 추천한다. 전복과 다시마를 먹고 살기 때문인지 살점이 굉장히 쫀득했다. 사실 쫀득하기는 돔 종류도 좋지만 분명 돔과 차이가 있다. 돔과 같이 식감이 쫀득한 다른 좋은 횟감도 생선회가 주는 어쩌면 당연한 느끼함 때문에 일정 이상 먹으면 입 안에서 부담감이 차오른다. 하지만 이 생선은 그 느끼함이 거의 없었다. 먹고 난 후 입에 남는 생선 맛이 깔끔해 끝도 없이 들어갈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식 활어횟집에라 생 고추냉이를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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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회를 모두 먹은 후 남은 생선 머리와 뼈로 매운탕이 아닌 '지리탕'을 먹을 수 있다. 다금바리 지리탕은 소름 돋게 진하다. 사골국물처럼 뽀얗게 우러난 국물은 제주도에서도 산모가 아이를 낳고 난 후 몸조리를 할 때 먹는 아주 귀한 영양식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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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도 나는 익힌 생선을 거의 먹지 않으며 특히 물에 빠진 생선탕은 비린내 때문에 안 먹는다. 하지만 이번에 먹은 지리탕은 생선 비린내도 나지 않으며 사골탕처럼 담백하고 매운탕처럼 시원했다. 대학교 1학년 때 해장국으로 복지리를 생애 처음 먹던 날 느꼈던 혁명적인 맛이었다. 이 날은 심지어 술도 먹지 않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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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먹는 새로운 음식들과 경험은 '더 열심히 살아서 다시금 이 맛을 즐기러 와야지.'라는 작은 목표의식을 만들어 준다. 동시에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작은 위로가 되고 버팀목이 되는 추억을 선사한다. 특히나 나는 음식을 통해 이를 느낀다. 매일 같이 올라오는 밥과 반찬들 사이에 새로운 식재료와 음식, 좋은 식당은 일상적인 것과 대조가 되어 특별함을 선사하는 동시에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매일매일 특별한 음식과 좋은 식당으로 일상이 가득 찬다면 그의 특별함이 보통의 평범한 것이 될 것이며 쉽게 질릴 것이다. 그래서 평범한 하루하루는 특별한 날을 만드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임을 다시금 확인한다.



평범한 하루하루는 특별한 날을 만드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




자궁 근종 환자가 술을 마실 때

맛있는 음식, 근사한 식당,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술이 빠질 수 없다. 하지만 자궁 근종 환자에게 술은 독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이 한잔씩 당길 때는 어떡할까. 물론 안 마시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겠지만 그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도 자궁 근종의 적이 될 수 있다.(?)

좋은 음식을 먹을 때 술이 정말 먹고 싶다면 개인적으로 3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증류주보다는 발효주를 택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소주, 진, 고량주보다 와인이나 막걸리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발효주가 도수도 낮고 건강에도 좋다. 두 번째로는 음식을 일정 부분 섭취한 후 소량씩 나눠 마신다. 그래야 알코올 흡수가 음식과 함께 일어나 술로 인해 받는 쇼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는 2잔을 넘기지 않는다.

물론 술을 마시고 싶은 마음을 참고 참다 폭발할 만큼 간절할 때 적용할 수 있는 논리다.




증류주보단 발효주
음식부터 먹고 난 후
2잔을 넘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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