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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를 방문할 때 꼭 명심해야 하는 6가지 원칙

by 룡이
IMG_0232.JPG 우울하지 말고! 제주도 북쪽 바다 ^0^


약 10일 뒤 서울에 위치한 2곳의 종합병원을 방문할 예정이라 소견서가 필요했다. 그래서 집 근처 산부인과에 방문했다. 안타깝게도 소견서의 유효기간이 7일이기 때문에 다시 그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작년 11월에 병원을 방문했으니 이번 달로서 4개월 만의 초음파 검진이다. 매번 다른 병원을 방문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의 의사 선생님께서 수술을 권하시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병원을 찾고 싶은 욕심에서 시작했다. 자궁 근종을 극복하는 과정을 장기전으로 바라보기에 무턱대고 병원을 정하기 보단 내가 자주 방문해서 경과를 지켜보고 앞으로의 행동 방향을 논의하고 싶은 말 그대로 ‘주치의’를 찾고 싶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 과정이 참 힘들어 아직도 나에게 맞는 병원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매번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머리 속이 하얗다. 무엇을 질문할지, 무엇을 상담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나 남편이 아닌 혼자 병원을 방문할 때면 그 문턱에서 숨이 턱 하고 막힌다. ‘근종이 커졌으면 어떻게 하지?’, ‘ 혹시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등 걱정거리가 꼬리의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휘젓기 때문에 논리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다만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 여성 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 중에서 똑 부러지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냉철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몇 프로가 될까. 그래서 오늘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산부인과를 가기 전, 일종의 전투태세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공유하고 한다.


IMG_0611.JPG 기분좋게 제주 우도!



자궁 근종 환자가 산부인과를 방문할 때 꼭 명심해야 하는 6가지 원칙


1. 본인의 생리 주기, 복용하는 약 등을 정확히 파악한다.


2. 본인의 진료 기록 데이터를 수집한다. 나를 예를 들어본다면 초음파 검사로 발견한 근종 수치를 날짜와 의견, 크기로 나눠 메모해둔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수집하여 그래프화하고 있는 중이다.


3. 수술을 하고 싶은지, 수술을 원하지 않는지 본인의 의지를 피력한다. 그래야 의사가 적합한 수술의 종류와 치료 방법을 안내해줄 수 있다. 수술을 원하지 않는다면 수술이 정말 필요하지 않은 정도인지를 파악해주거나 수술 없이 앞으로의 계획에 맞는 행동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4. 본인이 궁금한 점을 메모해가서 질문한다. 아무래도 긴장되는 상황이다 보니 머리 속에 궁금증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내가 궁금한 사항을 메모해 물어보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어느 유명 산부인과 선생님의 강의를 듣던 중, 선생님께선 ‘몇 시간씩 힘들게 왔는데 진료는 1분도 보지 않는가요?’라는 불만 사항이 많이 접수된다고 하셨다. 그 선생님은 ‘환자가 궁금한 점이 있다면 질문을 하셔야 합니다.’라며 명쾌하게 답변하셨다. 내가 만난 많은 의사 선생님들도 궁금한 점을 메모해가서 물어보면 모두 친절하게 답변해주셨다. ‘알아서 이야기해주겠지.’라는 수동적인 자세보단 궁금한 점을 직접 찾아 물어보는 능동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5. 의사는 신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지 그 말이 절대 진리가 아님에도 ‘의사 선생님께서 수술하래서 했더니 이렇게 됐잖아요.’ 혹은 ‘수술하지 말라고 해서 수술을 안 했더니 결국 이렇게 됐잖아요.’라고 항의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한다. 수술이나 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의료 사고를 제외하고 치료의 과정과 결과는 모두 확률일 뿐이다. 의사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최대의 확률적인 방법을 추천해줄 뿐이고 선택은 환자의 몫이다. 그러니 본인 건강에 대한 책임을 의사에게 모두 돌려서는 안 되며 본인이 어느 정도는 짊어져야 한다.


6. 멘틀을 관리해야 한다. 영점 몇 미리라도 근종의 크기가 늘었다고 우울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초음파로는 자궁 근종의 종류를 정확히 알기 힘들고 사이즈 측정의 오차 범위가 16%가량 있다. 질병의 존재 자체를 확인한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기분이 좋지 않다. 혹은 실제로 근종의 크기가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초음파 검사와 산부인과 방문을 진행할 예정이라면 산부인과를 방문할 때마다 감정의 노예가 될 수 없다. 근종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정신적인 멧집이 필요하다.


IMG_0438.JPG 성산일출봉에서 바라 본 제주!

산부인과 방문 후

근종을 알게 된 지 1년이 안 지났고 병원을 4차례 정도 방문했다. 가슴이 불안하게 떨리기는 나도 매한가지다.

초음파를 통해 측정한 근종의 크기는 지난 11월보다 0.2~0.4cm가량 커졌다. 하지만 남편은 충분히 오차범 안에 속하며 초음파로는 근종의 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많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번 병원 의사 선생님께는 수술을 원하지 않는다 말씀드리니 '근종 때문에 유산이나 제왕절개 가능성이 있다. 일단 임신 시도부터 해보는 것이 좋다.'라고 권해주셨다. 다행히 수술을 권하지 않는 선생님을 만나 다음번에도 이 병원을 방문할 가능성이 생겼다.

그럼에도 기분은 여전히 좋지 않아 친한 언니와 수다를 떨고 기분 전환을 했다. 2시간쯤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근종이 별 일이 아닌 듯 감정과 멘틀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우울한 기분을 아주 잘 극복한 것 같다. 이렇게 멘틀이 빨리 회복할 수 있던 원인은 근종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급작스레 변화가 생기는 병도 아니고 충분히 증상이 나아질 수 있다. 그리고 건강하게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는 믿음 이 어느샌가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나의 손을 잡고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저녁 메뉴인 오징어를 사러 같이 가주는 나의 동지가 있어 행복했다. 아주 일상적이며 보통의 것들이 소중하고 고마운 하루였다.




일상적이며 보통의 것들이 소중하고 고마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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