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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룡이 Mar 17. 2017

마음이 맞는 의사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

서울에 위치한 대학 병원 2곳에서 자궁 근종 진료를 받은 후기

컴퓨터에는 '미나리', '샐러드' 등 포스팅할 거리가 쌓여간다. 봄날이 다가오는 탓인지 차갑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 그저 반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자궁 근종 진료 후기를 올리고자 한다. 

서울에 산다면 오후에 가볍게 시간을 내어 대학 병원을 방문할 수 있겠지만 남쪽 나라 부산에서 서울 대학 병원을 방문한다는 것은 하루도 아닌 이틀의 시간을 비워야 가능한 나름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상경'이라고 하지 않는가. 소요되는 비용도 시간도 만만치 않은 일정이었다. 




병원 예약하기 


올해 초부터 인터넷 서칭을 통해 여러 대학 병원의 자궁 근종 관련 의사 선생님들의 자료를 비교해보았다. 수십 명의 선생님들이 계셨고 그분들은 주요 전공 분야가 서로 다르다. 하지만 주요 진찰 과목에 자궁 근종이라 표시했더라도 집필한 논문엔 자궁 근종 관련이 없는 분들이 많았다. 논문 자료를 우선시 여기는 우리로서는 이 과정에서 선생님들을 선택하는 필터링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리고 난 후, 두 분의 선생님에게 진료 예약을 잡아 두었다. 

출발하기 전날, 남편과 나는 의사 선생님께 물어볼 여러 질문지를 작성하는 준비 과정을 거쳤다. 기본 5-6가지 내용을 골자로 대부분 우리가 논문을 통해 확인한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수술을 할 경우 어떤 수술 방법이 좋을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당일 병원 영수증



경과를 지켜보자.


A 종합 병원의 김 선생님은 호르몬에 관련된 논문을 많이 집필하셨지만  자궁 근종에 관한 논문은 일부분에 그쳤다. 그럼에도 김 선생님의 진료를 선택한 이유는 '자궁에 근종이 있다니, 불안하지만 지켜봐야죠.'라는 한겨레 기사의 영향력이 컸다.


남편과 나는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우리는 수술을 일단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의사를 미리 밝혔다. 근종종은 큰 병이 아니라는 듯 별다른 동요도 걱정도 수술 제안도 없이 의사 선생님은 설명을 이어 나가셨다. 


나의 자궁 근종 위치는 7.3cm로 측정이 되었고 태아가 자라는 자궁 상층이 아닌 하층이며 등 쪽에 위치해 있었다. 초음파로 예상한 근종의 종류는 subserosal과 intramural사이로 intramural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되며 위치와 종류로 살펴봤을 때 근종의 사이즈가 자라지 않는다면 태아가 자궁 내에서 크는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하셨다. 무엇보다 특별한 증상이 현재 없고 앞으로 극심하게 변화하지 않는 한 6개월에 1회씩 초음파를 하면서 경과를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선생님은 식이요법생활 습관을 고치는 것은 많이 도움이 되며 특히 운동을 많이 해는 것을 강조하셨다. 호르몬 테라피는 일시적인 효과만 나타나기 때문에 진행하지 않는 것이 좋고 호르몬 검사 역시 생체 주기에 따라 변동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난소 검사'를 위해서 피검사를 진행했다.

또 다른 질문인 초음파를 통해 본 근종 크기의 오차 범위에 대해서는 '7.3cm나 7cm나 큰 차이 없습니다.'라며 넌지시 오차범위가 있다는 말을 하셨다. 

만약 근종이 커지거나 수술을 할 경우에 어떤 수술법이 좋겠냐는 질문에는 하이푸는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에겐 '절대' 안 된다고 못을 박으셨고 복강경 중에서 '로봇 복강경'을 추천하셨다. 그리고 나중에라도 수술할 생각이 있다면 지금 진행해 건강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좋겠다는 코멘트도 덧붙여주셨다.


질문의 모든 내용은 우리가 논문과 자료를 통해 얻은 정보가 올바르다는 확인 작업과 마찬가지였다. 남편과 나는 우리의 방향성이 올바르다 확신했고 너무나 기뻤다. 새벽 5시부터 시작된 일정에 비행기와 버스에서 쌓인 피곤함이 모두 풀리는 기분이었다. 


미리 작성한 질문 리스트와 상담 내용



수술을 해야 한다.


강남에 위치한 C병원의 윤 선생님은 남편과 같은 대학교를 잠시 연수하신 경력이 있고 자궁 근종 복강경 수술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쓰셨기에 진료를 선택했다.

윤 선생님은 나의 근종의 위치가 7.8cm로 자궁 경부에 가까워 출산 시 통로를 막아 위험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임신이 잘 안되거나 조기 진통, 분만 등의 위험 요소도 무시할 수 없으니 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하셨다. 질경을 넣어 직접 자궁 경부와 내막을 관찰하신 선생님은 처음이었다. 다행히도 자잘한 근종은 없고 큰 근종 2개만 있어 자궁 내부는 깔끔한 편이라고 한다.

윤 선생님께는 수술에 관한 팁을 많이 여쭤보았다. 윤 선생님 역시 일반 복강경 대신 로봇 수술을 추천하셨다.



자궁 근종 크기가 커진 것은 아닌가?


3월에 다녀온 3곳의 병원이 건네준 자궁 근종 사이즈는 다양했다. 7.0, 7.3, 7.8cm로 최대 0.8cm 오차 범위가 나왔다. 자궁 근종이 당일에 갑자기 0.5cm씩 자라날 가능성은 적으니 이는 초음파의 오차 범위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자료에 따르면 초음파의 오차 범위는 ±16%로 이렇게 수치가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근종의 사

이즈를 재는 각도, 위치, 범위 기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는 사이즈가 급격하게 변했다고 해서 많이 불안해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동일 인물의 의사가 같은 환자의 초음파 사진을 여러 번 본다 하더라도 소견이 매번 바뀐다. A 병원에서 초음파를 측정한 선생님 역시 '직접 근종을 꺼내봐야 사이즈를 알 수 있다.'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이왕이면 동일 선생님에게 주기적으로 사이즈 체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번 측정한 데이터가 쌓이게 되면 이를 통해 근종의 크기가 커졌는지 그대로인지 가늠할 수 있다.


초음파의 오차 범위,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남편과의 논의 흔적

근종이 커질 경우 시나리오


아무리 오차 범위라 하더라도  근종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남편과 병원 소파에 앉아 장시간 대화를 했을 때 남편과 나의 입장은 다소 달랐다. 남편은 '오차 범위에 들어 있으니 장기적으로 식이요법과 생활 수칙 변경을 해볼 만하다.'며 나를 설득했지만 워낙 mm와 cm를 다투는 근종이니만큼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근종이 커질 경우 시나리오를 고려해보았다. 1년 이내 근종이 7.9cm 이상 커졌다고 A병원에서 진료 결과를 받으면 로봇과 일반 복강경 중에서 택하여 수술을 진행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6개월 이내 자궁 근종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커졌다면 초음파를 받는 횟수를 3개월로 단축하여 좀 더 세밀하게 지켜보기로 했다. 

두 병원에서 상담받은 결과 안타깝게도 자연 분만으로 출산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종 제거 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 경부의 공간이 근종으로 인해 좁아져 태아가 빠져나가기 힘들게 되었다. 또, 근종 제거술을 받은 경우 무조건적으로 제왕절개를 진행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분만을 간절히 원하는 나로서는 근종의 크기가 조금이라도 줄어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비록 하루 3번 초음파 검사를 받고 욱신거리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나와 마음이 통하는 좋은 선생님을 만난 듯하여 기분이 좋았다. 이런 선생님을 찾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수확 있는 서울행이었다.



병원을 다녀온 후 종합한 내용은


1. 초음파는 사이즈 오차가 있으니 주기적으로 동일 선생님께 진료받아 근종의 상태를 체크한다.

2. 근종의 크기보단 위치, 종류가 건강과 임신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3. 출산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 근종 제거술을 한다면 99%가 출산 시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

4. 식이요법, 운동, 생활 습관은 근종의 크기 변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5.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하이푸보다 복강경, 개복 수술을 통해 근종을 제거해야 한다.




근종 초음파 측정 오차 : Moshesh, M., Peddada, S. D., Cooper, T., & Baird, D. (2014). Intraobserver variability in fibroid size measurements: Estimated effects on assessing fibroid growth. 

Journal of Ultrasound in Medicine, 33(7), 1217-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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