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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룡이 Mar 31. 2017

콩과 야채만으로도 만족스러운 한 끼 식사

자궁 근종 환자에게 좋은 음식: 병아리콩, 렌틸콩

나는 결코 미식가는 아니지만 '맛없는 음식'은 정말 싫어한다. 본디 맛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나의 입장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의 조건은 크게 2가지다. 재료의 맛이 소스에 가려지지 않아야 하며 소스의 간은 싱거움-적당한 범위 안에 들어야 한다. 그리고 식재료의 다양한 맛을 느끼는 것을 좋아해 소스에 버무려져 생선인지 고기인지 구분 안 가는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생오이보단 된장이 곁들여진 생오이를 좋아하고 간장 양념의 나물보단 소금 간을 살짝한 나물을 좋아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재료의 맛만 느껴지는 생야채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궁 근종을 가지고 있기에 어쩌면 어떠한 조미료도 안 넣은 음식이 건강에 더욱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약간의 소금과 설탕, 소스는 식재료의 맛을 더 풍부히 만들어주기 때문에 나로서는 포기하기 힘들다. 그래서 더 적은 양념으로 맛을 느끼는 것에 익숙해지고자 노력하고 있다.



병아리콩, 렌틸콩, 퀴노아를 섞은 야채샐러드


채소만 넣은 샐러드는 아무래도 포만감이 적을 수밖에 없지만 콩 종류를 추가한다면 쌀밥만큼이나 든든한 한 끼 식사가 가능하다. 병아리콩과 렌틸콩, 퀴노아는 소금 간을 하지 않는 물을 넣어 밥솥에서 삶는다. 일반 냄비로 삶았을 때는 익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밥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일명 '냉장고 야채 파먹기'로 냉장고에 남아있는 아무 야채를 모두 꺼내 준다. 이 날은 버섯, 브로콜리를 기름에 볶았고  오이, 토마토, 파프리카를 생으로 사용했다. 없다면 없는 데로, 있으면 있는 데로 넣어먹는 게 샐러드의 매력 아닌가? 

익힌 병아리콩과 렌틸콩, 야채를 함께 샐러드 볼에 넣어 핫소스와 곁들이면 영화에서 보던 멕시코 시골마을의 한 끼 점심 식사 같다. 매콤한 핫소스가 한 꺼풀 벗겨지면 밤맛이 나는 병아리 콩과 렌틸의 구수한 향이 올라오고 곁에 있던 오이와 파프리카의 아삭함이 느껴진다. 푸짐하려 차려 한 그릇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자궁 근종 환자에게 콩은 마냥 좋은 음식일까?


Bean으로 불리는 콩 과에는 Lends, Vigna, Cicer, Glycin 등 다양한 종류의 콩 종류가 있다. 그리고 그 하위분류에 구체적인 병아리콩(Chickpea), 렌틸콩(Lentil), 대두(Soy) 등이 있다. 

이 콩 종류에는 파이토에스트로겐(Phytoestrogen)이라 불리는 식물성 에스트로겐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기사, 논문, TV 쇼 등에서 여성 호르몬 질환이 있을 때에는 콩 종류를 많이 먹으라 조언한다. 하지만 자궁 근종 환자에게 콩은 마냥 좋은 음식이라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파이토에스트로겐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여러 번 말했듯 자궁 근종은 에스트로겐이 많거나 다른 호르몬과 밸런스가 맞지 않아 발생하는 질병이다. 그래서 에스트로겐에 집중해야 한다. 


일부 학자들은 파이토에스트로겐이란 성분이 에스트로겐 리셉터를 막아 에스트로겐의 활동을 자제하게 만든다는 의견을 냈다. 또, 파이토에스트로겐이 에스트로겐 리셉터를 막아서 자궁 근종과 같은 세포의 분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부가 자궁 건강에 좋다는 상식 아닌 상식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수년 뒤에 파이토에스트로겐의 긍정적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과연 파이토에스트로겐과 자궁 건강 사이에는 연관이 있을까? 최근 자료에선 파이토에스트로겐이 에스트로겐 리셉터를 막는다면 더 많은 에스트로겐 리셉터를 생산할 가능성이 있어 에스트로겐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발표되었다. 또 다른 논문에선 콩의 파이토에스트로겐은 여성 호르몬의 불균형일 가중시킬 수 있거나 연관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얼마 전에 읽었던 '환경 호르몬의 역습'이란 책에서도 태아나 신생아에게 두유, 두부와 같이 파이토 에스트로겐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은 성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파이토에스트로겐과 에스트로겐의 활동, 특히 자궁근종의 연관성은 아직 의견이 분분한 분야기 때문에 나는 어떤 주장을 따르기보단 파이토에스트로겐 섭취를 '조심'하고자 한다. 그래서 콩 종류의 음식을 먹을 때에는 콩의 종류를 먼저 따진다. 



렌틸, 병아리콩, 대두


우리나라에서 검은콩을 포함하여 재배되는 대두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대두류에 비해 파이토에스트로겐의 양이 가장 높다고 한다. 대두로 만든 두부나 된장찌개, 된장국도 먹지만 되도록이면 조심해서 먹으려 한다. 대신 병아리콩으로 만든 후무스, 샐러드를 먹으려 노력하고 밥엔 렌틸을 넣어 혼식한다. 심지어 병아리콩은 삶아서 먹어도 씹는 식감도 좋고 고소한 향이 삶은 밤을 먹는 것 같이 맛있다.


대두의 파이토에스트로겐이 100이라 가정하면 같은 양의 렌틸에는 약 1-3%가량의 파이토에스트로겐이 함유되어 있고 병아리콩엔 약 5-10%가량이 함유되어 있다. 엄청난 차이다. 녹두도 대두에 비해 훨씬 낮아 콩나물 대신 숙주나물을 먹는 것이 좋다. 참고로 GI가 72인 흰쌀밥에 비해 렌틸은 GI가 28, GL이 5 정도이며 병아리콩은 GI가 10, GL이 3 정도로 낮다.





출처

Glycemic index and glycemic load for 100+ foods, Harvard

USDA Database for the IsoflavoneContent of Selected FoodsRelease 2.0

Interaction of phytoestrogens with estrogen receptors alpha and beta.

Phytoestrogens activate estrogen receptor beta1 and estrogenic responses in human breast and bone cancer cell lines.

Phytoestrogens Induce Differential Estrogen Receptor Alpha- or Beta-Mediated Responses in Transfected Breast Cancer Cells.

The Effects of Phytoestrogen Genistein on Steroidogenesis and Estrogen Receptor Expression in Porcine Granulosa Cells of Large Follicles.

Determination of conjugated and free isoflavones in some legumes by LC–MS/MS.

Today’s DietitianVol.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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