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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만두 덕분에 든든해진 냉장고

자궁 근종 환자에게 좋은 음식: 채식 만두

by 룡이

식이 요법을 시작한 후,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했던 몇 가지 식습관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만두'였다. 평소에는 만두를 자주 먹지 않는다고 자부했는데 마트 냉동고에 있는 냉동 만두를 보며 망설이고 있는 내 모습을 적지 않게 발견했다. 그리곤 '이 만두 속 돼지고기는 몇 프로며 합성 첨가물은 무엇이 있지?'를 생각하다 냉동고 속 만두를 집었고 '만두는 참아야겠어.'싶을 즈음 이미 만두를 오물오물 씹고 있었다. 유혹에 이끌려 냉동 만두를 샀고 우습게도 만두 따위에게 나의 양심을 판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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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만두 정도는 만들어 먹자.'라는 어설픈 다짐으로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덕분에 특별할 것 없던 냉동고에는 언제든 꺼내먹을 수 있는 비상식량이 생겼다는 생각에 괜스레 마음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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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만두 만들기

부추 한 줌을 깨끗하게 씻어 쫑쫑 다진다. 표고버섯과 무말랭이는 물에 살짝 담가 말랐던 살결을 연하게 해 준 후 불려놓은 당면과 함께 다진다. 표고버섯과 무말랭이가 고기와 같은 식감을 낼 수 있도록 칼을 이용해 거칠게 다지는 것이 좋다. 두부는 키친타월이나 면포를 이용하여 물기를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재료를 큰 냄비나 볼에 담아 한 스푼의 마늘, 적당량의 소금, 후추 등의 밑간 재료와 함께 버무려 준다. 소금, 후추, 간장 등의 조미료는 최대한 적게 넣었다. 어차피 군만두는 고춧가루를 뿌린 초간장에 찍어 먹을 테고 만둣국은 국물에 간을 맞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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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판매하는 만두피에 적당량의 속 재료를 담아 원하는 모양으로 빚는다. 예쁘게 만들면 좋고 안 예쁘면 더 좋다. 냉장고 속에 있는 만두를 꺼낼 때마다 나름의 추억거리를 떠올릴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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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만두라는 게 손이 많이 가서 그렇지 사실 만들기 어렵거나 고난도 스킬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나 같은 초보 주부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또, 남편, 가족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함께 만드는 재미도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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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빚은 만두는 1차로 개별로 얼린 후 10개씩 포장했다. 그렇게 한 끼 식사에 적당량을 미리 계량한 후 보관하면 더욱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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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근종 환자와 폴로 베지테리언 식단

붉은 육고기(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등)를 섭취한 후 간은 에스트로겐을 저장, 분해를 도와주는 간에 무리를 주고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혈당 내 에스트로겐의 양을 증가시킨다. 그래서 자궁 근종 환자는 붉은 육고기를 금하고 유제품, 달걀, 조류, 어류를 허용하는 폴로 베지테리언(Pollo-Vegetarian) 식단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방향이 좋다. 물론 유제품은 지방이 적은 쪽을 택하고 달걀은 하루 1-2개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조류 섭취량도 조절하는 쪽이 자궁 근종엔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붉은 육고기를 먹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개인적으론 음식 속 덩어리 고기는 쉽게 구별하여 거부하기 쉽지만 가공 식품, 국물 요리나 소스에 들어있는 붉은 육고기를 피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처음부터 채소가 위주'인 음식을 최대한 챙겨 먹기 위해 콩고기, 채식 라면과 같은 '비건 식재료'를 구입하도록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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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필요한 정보'를 찾다 보면서 먹거리, 살거리, 입을 거리를 넘어 우리가 사는 환경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든다. 채식을 하다 알게 된 농업의 구조, 지구 이야기, 건강 정보 등이 최근에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무지했던 지식과 사사롭게 넘긴 사실들이 실질적인 생활의 패턴을 하나씩 바꿔줬다. 현재 15년가량을 사용한 생리대를 면 생리대로 교체하였고 세재 역시 만들어 쓰려고 노력한다. 분리수거를 할 때도 보다 조심스러워진다. 자궁 근종이 역설적이게도 삶의 방식의 터닝 포인트라는 생각이 든다.



자궁 근종,
삶의 방식의 터닝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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