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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ibroidiary

마음 놓고 고등어도 못 먹는 시대

자궁 근종에 좋은 음식: 적정량의 생선

by 룡이

우습게도 회를 제외한 생선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굽거나 튀기거나 찌거나 조리는 등의 부가적인 행위는 생선의 비릿함을 더 끌어올리는 듯했다. 무엇보다 생선 껍질이 양념이나 기름에 닿아 반들반들해지는 모습에 비위가 상할 때가 많았다. 이렇듯 취향과 성향이란 이름으로 거창하게 포장하기엔 창피한 편식 습관을 나이 20살이 넘도록 고치지 못했다.

그러던 내가 자궁 근종으로 식습관을 고치면서 생선을 먹어보려 한다. 사실, 수요 미식회에 나온 식당을 방문한 후 '인생 고등어'를 만났고 생선의 맛에 눈을 떴다. 그래서 생선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지금 나는 무척이나 낯설다. 어쨌든 부산에 내려와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생선 구이집을 이리저리 찾아보았고 남포동에 위치한 고갈비 집을 방문했다.


남포동 고갈비

젊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남포동 거리 뒷골목에 위치한 고갈비집은 생각보다 주변이 외지지도 않았고 깨끗했다. 번화가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둔 고갈비 식당은 40년 세월을 그대로가 담고 있었다. 빛바랜 비닐과 기름때가 껴있는 새시 사이로 주인장의 손길로 맨들 맨들 해진 소품들이 보인다. 마치 옛것의 모습을 흉내 내는 요즘의 식당들을 비웃는 것처럼 늠름했다.

달궈진 철판에 기름을 두른 후 척하고 올려진 고갈비는 비릿한 냄새를 골목 구석구석까지 퍼뜨렸다. 원래 이 가게는 막걸리나 소주에 걸쳐먹었던 안주로서 고등어를 팔았기에 딱히 반찬이랄 게 없다. 붉은 고춧가루에 무쳐진 깍두기와 시큼한 미역 냉국만을 내주신다. 술을 파는 식당답게 밥보다 어떤 술을 원하는지 먼저 물어본다.

그런 가게에서 밥과 고등어만 먹는다는 게 내심 꺼림칙하였지만 그런 걱정은 필요 없었다. 인심 좋은 주인장은 이런 손님이 익숙한 냥 고봉밥에 내어주었고 우리는 고갈비 하나로도 충분히 밥 한 그릇을 맛있게 비었다. 심지어 15,000원이나 하는 고갈비 한 마리를 추가로 주문할 정도였으니 이만한 밥반찬이면 아주 감사하다.


고등어, 먹을까 말까?

자궁 근종 환자에겐 탄수화물 중심의 식단보단 단백질 중심의 식단이 좋다. 쌀, 밀가루 같은 음식을 섭취한 후 탄수화물은 위와 장에서 분해되어 혈액 속으로 흡수된다. 탄수화물이 분해된 당은 망설일 틈도 없이 간과 근육, 지방에 저장된다. 흡수된 당을 글루코젠으로 전환해서 저장하기 위해 간은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고 에스트로겐을 처리할 여유가 부족해진다. 또, 탄수화물은 단백질에 비해 체내에 저장되는 양이 많아 체중이 증가할 확률도 높다. 서울대학교에선 단백질의 비중이 높은 식단의 식사를 하는 것이 체중 조절에도 효과적이란 실험 결과도 발표했다.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나 역시도 붉은 육고기를 제외한 육해공의 단백질 원천을 최대한 식단에 많이 올리고자 노력한다. 병아리콩, 렌틸과 같이 땅에서 나는 단백질원이 가장 좋지만 닭고기와 계란으로 더 많은 단백질을 보충하고 있다. 하지만 닭고기와 계란도 동물성 지방이 있기 때문에 섭취하는 양을 줄이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생선의 단백질원에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오랜 기간 화두가 되어왔고 현재도 화두가 되고 있는 바다 환경 문제가 꺼림칙하였다. 참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고등어도 꽤나 높은 중금속 수치를 가지고 있고 자궁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라면 중금속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와 동시에 붉은 육고기를 대체하는 단백질원으로 생선을 추천하고 자궁 근종 환자에게 생선 기름 속 오메가 3이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상반된 의견도 있다.


이쯤 되면 과연 고등어와 같은 생선류를 '어쩌라는 거냐.'라는 생각이 든다. 먹기엔 중금속 같은 오염물질이 두렵고 안 먹기엔 생선의 단백질과 좋은 영양 성분이 아깝다. 그래서 생선 섭취의 기준이 중요하다.



생선은 주당 400g을 넘게 먹지 말자.

FAO/WHO 식품첨가물 전문가 회의 (JECFA)에서는 수은의 주간 잠정섭취허용량 (the provisional tolerable weekly intake : PTWI)을 5㎍/kgㆍbw/week로 정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55kg의 여성은 하루 약 39㎍의 수은을 섭취할 수 있다. 한국인 하루 평균 생선 섭취량인 약 164g을 모두 고등어라고 가정한다면 하루 평균 수은 섭취량은 약 6.72㎍정도 된다.

실제 한국인 평균 수은 섭취량은 2.4㎍/day였으며, 그중 76%인 1.826㎍/day가 어패류를 통해 섭취되기 때문에 권장 섭취량보다 낮다. 식품의약품 안전처에서 발표한 한국인 혈중 수은 수치도 최대 3.7㎍/L로 수은의 안전기준 참고 값인 HBMⅠ(5.0㎍/L) 보다 낮은 수준이다.

나라별 권장 생선 섭취량

그렇다. 일주일 내내 생선 160g을 매일 먹지 않는 한 기준치 이하의 수은을 섭취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생선이 어획된 바다의 환경오염 정도, 생선의 종류에 따라 여러 수치가 차이 날 수 있다. 또, 수은 이외의 중금속 물질도 어류에 따라 차등적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캐나다는 임산부,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에게 어류에 따라 약 15g~300g/week이하로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임신 중인 여성에게 생선의 종류에 따라 약 100g-400g/week이하로 섭취하도록 권장한다. 안타깝게도 이 자료의 출처 연도, 어류의 종류와 원산지가 각기 달라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임산부,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 모유 수유 중인 여성은 생선 섭취량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강조한다. 이렇듯 자궁 근종을 가지고 있는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여성들은 생선 섭취를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생선을 먹는 3가지 기준

나는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보다 맛있게 생선을 즐기기 위해 3가지 기준을 정했다.

첫 번째로 우리나라의 기준대로 주당 일반 어류는 400g, 참치류와 상어류는 100g으로 섭취량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평소에도 생선을 1주일에 2마리 이상 먹지 않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는 먹이 사슬이 높은 위치에 있는 다랑어류보단 먹이 사슬이 낮은 고등어, 연어, 갈치 등의 생선 위주로 먹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세 번째는 섭취한 생선 종류의 비율을 조절하는 것이다. 만약 먹이 사슬이 높아 중금속이 더 많이 축적된 다랑어를 많이 먹은 후에는 생선의 섭취량을 줄이거나 먹이 사슬이 낮아 중금속에 더 적게 노출된 생선 위주로 섭취하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출처

서울대학병원 임상영약칼럼: http://www.snuh.org/webzine/food/1178825_3243.jsp?pageNumber=5

'고(高)단백 식단'이 체중 줄이는데 2배 효과(헬스조선): http://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09022401832&Prospective study of dietary fat and risk of uterine leiomyomata.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An Integrative Approach to Fibroids, Endometriosis,and Breast Cancer Prevention

식품의약품안전처

캐나다 "Guide to Eating Fish"



Fibroidiary 인스타그램 : @fibroi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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