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인간으로서 건강하게 살기는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어려운 일이다. 소득, 직업 환경이 건강함과 비례하는 요즘 시대에서 건강은 사회 계급을 나누는 조건이란 생각을 저버리기 힘들다. 월급은 200만원 겨우 받는 사람이 허다한데 퍼스널 트레이닝 10회에 100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하고 클렌징 주스 1주일 분량은 10만원을 호가한다. 이쯤 되니 이런 상황이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게 믿기 힘들 때가 있다.
그렇다고 이런 보통의 우리는 건강하지 말란 말인가. 분통한 주제지만 씁쓸한 현실을 인정하고 그냥 웃고 말겠다. 단연코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 특히나 아이를 가질 여성들은 건강해야만 한다. 나는 그것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크게 두 가지 실천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돈과 건강의 연결고리에서 벗어나 성실해지자. 돈이 건강의 수단이 된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이 사회 활동, 돈을 버는 활동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음식을 만들기보단 간편식을 사거나 레스토랑을 가서 끼니를 해결한다. 일이 끝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요리를 하기란 귀찮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성실함이란 미덕을 장착한 후에는 이 귀찮음을 불편해할 줄 알아야 한다. 클렌징 주스를 사기보단 믹서기를 이용하여 만들고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하기 힘들다면 가까운 거리는 걷고 산책을 즐겨하자. 귀찮아도 분리수거를 꼼꼼히 하자. 물건의 성분표를 확인하는 습관도 성실함이다. 올바른 제품을 필요한 만큼만 사서 쓴다면 체내 환경 호르몬도 낮아지고 쓰레기도 줄어든다.
이때 우리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수없이 되뇌며 성실함이란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각종 이미지에 둘러싸여 사는 우리는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에 집착하며 산다. '나는 이런 걸 먹어.', '난 이렇게 건강을 생각하는 멋진 여성이지.'라며. 비약적이긴 하지만 이런 사고방식이 '자궁 근종을 가진 여자는 문제가 있어. 창피한 일이야.'라는 사고방식에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자궁 근종을 감기처럼 생각하면 자궁 근종을 숨길 일도 수술 자국을 창피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유기농 야채를 길러 근사하고 멋진 접시에 담아 먹으란 소리가 아니다. 시장에서 떨이로 산 풀을 식탁에 대충 올려도 내 몸이 좋아하는 건강한 음식을 먹자는 의미다. 연예인이 자신 있게 내놓은 그럴싸한 스무디 레시피에는 코코넛 워터 대신 그냥 물을 넣어도 된다. 코코넛 워터는 있으나 없으나 스무디는 스무디다.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나는 과연 건강한 삶을 살고 있나? 대답은 Yes Or No다. 돈의 구애를 받지 않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려 노력해도 잘 안될 때가 있다. 그래서 꼭 지켜야 할 생활 습관 몇 가지는 원칙으로 세운다. 평범한 일반인의 발버둥이랄까.
1. 분리수거를 잘하자 : 환경 호르몬에 대해 알아보면서 플라스틱에 관한 다양한 책과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플라스틱을 아예 안 쓰면 더욱 좋겠지만 불가능하니 분리수거라도 잘하려고 노력한다.
2. 여유가 된다면 유기농을 먹자: 현실적인 금전 상황으로 항상 유기농을 먹을 수 없기에 일반 식재료와 유기농 식재료를 섞어 먹는다. 유기농 제품의 가격이 떨어지거나 주머니 상황이 여유로우면 유기농의 비율이 올라가겠지라는 작은 소망이 있다.
3. 면 생리대 사용하기: 여행 같은 부득이한 상황을 제외하곤 면 생리대를 사용한다. 빨기 귀찮긴 하지만 경제적이고 건강에 부담이 적다.
4. 텀블러 사용하기: 야외에서 카페를 이용할 때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 플라스틱도 줄이고 일부 카페에서는 할인도 받을 수 있다.
5. 샴푸, 린스, 세재, 화장품 등 생활 용품은 유해성분이 없는 것을 우선적으로 사자: 성실하게 정보를 찾고 비교하다 보면 저렴하고 좋은 상품이 꽤나 많다.
6. 공공시설 운동센터를 이용하여 주 3회 이상 1시간 운동하기: 학교, 구청, 시청, 주민센터 등에서 설치한 운동 센터를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에 운동을 할 수 있어 거창한 헬스클럽에 갈 필요가 없다.
7. 물건을 많이 사지 말자: 두고 보면 다 쓰레기가 될 물건들이다. 30번 이상 입을 옷을 사고 화장품도 불필요한 색조 화장품은 안 산다. 무엇보다 화장을 안 하려 노력한다. 불편하긴 하나 익숙해진다. 오히려 물건을 사는 게 부담스러워진다.
거창하지 않아도 나의 행동 하나에도 의미를 두고 바꾼다면 삶의 많은 부분들이 신중해진다. 건강뿐 아니라 환경 문제도 보이고 보다 효율적으로 사고한다. 생활 습관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니 생활 패턴과 가치관에 기반해서 세우는 방향이 좋다. '죽어도 화장은 포기 못한다.'는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색조 화장을 허용해야 하는지는 개인의 선택이니 너무 깊은 참견은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인간다운 삶은 이렇게 시작하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