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근종 환자에게 좋은 음식: 적당량의 우엉
집 근처에 버젓한 시장이 없어 주로 마트에서 장을 본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야채를 구매할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무농약', '유기농' 채소를 마음 놓고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마트엔 있다. 특히 뿌리채소의 경우, 껍질을 벗기지 않고 알맹이와 함께 먹는 편이라 유기농을 가장 선호한다. 비료를 통해 채소가 흡수하는 화학 유기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날은 무농약 우엉을 발견했다. 유기농이 아니라 아쉽긴 했지만 김밥에 넣어 짭쪼름하게 먹을 생각으로 장바구니에 담아왔다.
장바구니에 담아온 무농약 우엉을 꺼내 솔과 식초, 베이킹소다를 이용해 박박 닦는다. 물에 담가 잔여 흙과 먼지를 씻어 내면 껍질채 사용할 수 있다.
닦은 우엉의 밑동을 잘라내고 잘 안 닦인 부분이 있으면 칼로 도려낸다. 그리고 조림을 만들기 위해서 우엉을 얇게 채 썰고 장아찌를 만들기 위해서는 편썬다.
우엉 뿌리의 아린 맛과 먼지를 다시금 없애기 위해 식초를 섞은 물에 10분-20분 정도 담가 놓는다.
물과 간장을 1:1로 섞은 물에 채 썬 우엉을 조린다. 단 맛을 위해 설탕을 한 스푼 넣고 물엿이나 꿀을 한 스푼 넣는다. 우엉이 조려지면서 간장을 흡수하여 색이 어두워질 때쯤 설탕과 물엿을 넣으면 윤택이 흘러 더 맛있는 우엉조림이 완성된다.
다 만든 우엉조림은 밥반찬으로도 간편하고 김밥에 가득 넣어 우엉 김밥을 만들어 먹어도 맛있다.
양파, 고추, 편썬 우엉을 유리 용기에 차곡차곡 쌓어 올린다. 짧게 두고 먹을 예정이라 큰 용기를 사용하지 않고 500ml 스파게티 소스 용기와 200ml 잼 용기를 재활용했다. 딱 주먹 2개 크기의 양파 1개, 우엉 2.5 주먹, 고추 2개가 들어갈 크기다.
물과 간장, 식초, 설탕, 맛술을 1: 1: 0.5: 0.5: 0.3으로 섞은 후 다시마 한 장과 마늘 10쪽 정도를 넣어 팔팔 끓인다. 간장 육수의 맛은 기본 방법에 본인이 원하는 대로 조미료를 가감하면 되기 때문에 용기에 육수를 넣기 전 맛을 봐 조절하길 추천한다. 끓인 육수는 식기 전에 용기에 따라 담는다.
식은 용기 뚜껑을 닫고 냉장 보관해 2-3일이 지난 후 먹었다. 만들어 놓은 우엉 간장 장아찌는 소바나 닭백숙 같은 요리는 물론 물에 말은 밥에 올려 먹어도 맛있었다.
초록창에 '자궁 근종'과 함께 '우엉'의 궁합을 치면 우엉이 '리그난이 풍부해 자궁 근종 등 자궁 질환에 좋다.'라는 글이 많다. 하지만 이는 올바른 정보일까?
먼저 리그난과 파이토 에스트로겐에 대해 알아보자. 리그난은 이소플라본처럼 우리 몸에서 에스트로겐처럼 활동하는 대표적인 식물성 에스트로겐, 파이토 에스트로겐의 일종이다. 1) 그렇다고 모든 종류의 리그난이 파이토 에스트로겐은 아니다.
다양한 식재료에 담긴 다양한 파이토 에스트로겐의 종류
(출처 : Phytoestrogen content of fruits and vegetables commonly consumed in the UK based on LC–MS and 13C-labelled standards 5) )
파이토 에스트로겐은 강낭콩, 대두, 콩나물, 헴프 시드 등 많은 야채, 곡식에 들어있는데 자궁 근종에 정확히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UCLA 센터의 Harris DM의 의견처럼 파이토 에스트로겐이 체내에서 에스트로겐 리셉터와 결합해 에스트로겐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이 있고 2) New York 주립 대학교의 Chrzan BG의 의견처럼 파이트 에스트로겐의 에스트로겐 반응은 굉장히 약하다는 의견이 있다. 3) 동시에 Nynca A의 의견처럼 파이토 에스트로겐이 프로게스테론의 생산량을 줄여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E2의 효과를 높인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에 4) 사실상 파이토 에스트로겐이 어떤 녀석인지 정확하게 설명하기 힘들다. 다만 린드세이 벅스의 '환경 호르몬의 역습'에서도 파이토 에스트로겐을 '체내의 영향은 약하지만 호르몬 작용을 하는 성분'이라고 명시했기 때문에 높은 파이토 에스트로겐 수치의 식품은 피하려고 노력한다.
앞서 설명했듯 리그난은 대표적인 파이토 에스트로겐의 일종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엉이 리그난이 풍부해 자궁 근종 등 자궁 질환에 좋다.'는 설명은 잘못되었다. 우엉의 섭취량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자궁 근종에 영향을 미치는 지, 과연 우엉 속에 있는 리그난의 양이 호르몬 대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한 인과 관계를 설명하기 쉽지 않다. 호르몬은 독자적으로 활동하지 않고 다양한 역학 관계에서 영향을 발휘한다. 거기에 다량의 리그난은 우엉 잎에 존재하고 우엉 뿌리에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엉이 자궁 근종에 좋다고 설명하기는 애매하다. 다만 밥반찬이나 김밥처럼 다른 야채와 함께 섭취하면 과도한 리그난 섭취를 막을 수 있고 풍부한 섬유질을 섭취해 자궁뿐 아니라 우리 몸 전반의 건강에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맛있으니까 우리 몸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
출처
1) 위키피디아. 리그난
2)Harris DM, Besselink E, Henning SM, Go VL, Heber D. Phytoestrogens induce differential estrogen receptor alpha- or Beta-mediated responses in transfected breast cancer cells. Exp Biol Med (Maywood). 2005 Sep;230(8):558-68.
3)Chrzan BG, Bradford PG. Phytoestrogens activate estrogen receptor beta1 and estrogenic responses in human breast and bone cancer cell lines. Mol Nutr Food Res. 2007 Feb;51(2):171-7.
4)Nynca A, Sadowska A, Orlowska K, Jablonska M, Ciereszko RE. The Effects of Phytoestrogen Genistein on Steroidogenesis and Estrogen Receptor Expression in Porcine Granulosa Cells of Large Follicles. Folia Biol (Krakow). 2015;63(2):119-28.
5) Gunter G.C. Kuhnle, Caterina Dell’Aquila, Sue M. Aspinall, Shirley A. Runswick, Annemiek M.C.P. Joosen, Angela. Mulligan, Sheila A. Bingham. Phytoestrogen content of fruits and vegetables commonly consumed in the UK based on LC–MS and 13C-labelled standards . Food Chemistry 116 (2009) 542–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