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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ibroidiary

자궁 근종 환자의 장보기

by 룡이

결혼을 하고 '주부'라는 직업을 하나 더 얻으면서 '장보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오직 남편과 내가 함께 살고 있는 이 가정은 흔한 2인 구성이기 때문에 냉장고에 식재료를 쌓아두면 금방 상해 쓰레기통으로 향하기 쉽다. 그래서 번거롭더라도 자주 나가서 조금씩 식재료를 사 온다.


자궁 근종 때문에 술, 고기는 물론 콩마저도 가려 먹어야 하는 아내와 치즈와 화이트 와인을 사랑하는 남편이 하나의 문을 가진 냉장고를 사용하기란 참 난감할 때가 많다. 그래서 자궁 근종 환자가 먹기 좋은 식재료를 첨가한 일반식, 간편식을 많이 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고기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고기 대신 버섯이나 참치, 진미채를 응용해 고기의 식감을 낸다. 혹은 남편을 위해 고기반찬을 할 때도 있다. (이럴 때 나는 고기반찬을 의식적으로 집지 않으려 노력한다.) 우리 부부는 이런 과정을 'compromise'라고 일컫는다.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욕구를 충족하는 장보기 수칙은 간단하다.

IMG_2449.JPG 여러 파스타 면 사이에 있는 통밀 파스타 면

1. 쌀은 현미, 밀은 통밀을 선택한다.

통밀의 GI는 44(100g)로 백밀의 GI는 64(100g)에 비해 훨씬 낮다. 1) 통밀이 가공되면서 섬유질같이 몸에 좋은 원료가 제거되기 때문에 백밀을 섭취한 후에는 혈당 수치가 통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장기간 섭취했을 경우 건강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그래서 탄수화물, 당 류는 정제되지 않은 원료, 그 자체를 사용하고 노력한다. 이는 자궁 근종뿐 아니라 몸 자체에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밥은 무조건 현미 혼식을 한다. 파스타면은 통밀 파스타면을 사용한다. 통밀 파스타면은 백밀 파스타 면에 비해 식감이 거칠고 면이 뚝뚝 끊어질 수 있으나 담백한 밀의 맛에 반하기 좋은 식재료다. 적어도 1주일에 1회 이상 파스타를 해 먹기 때문에 장을 볼 때 꼭 챙기는 상품이다.


IMG_2458.JPG 무지방이 없다면 저지방이 차선택이다.

2. 동물성 식품보다는 식물성 식품을 선택하고 대체식품을 찾는다.

버터 대신 올리브유, 일반 우유보다는 무지방 혹은 저지방 우유를 사용하고 고기가 먹고 싶을 때는 다양한 버섯으로 대체한다. 특히 표고버섯이 좋다. 불에 구워 고기처럼 먹을 수도 있고 카레나 국에 소고기 대신 넣어도 좋다. 진미채도 고기 식감을 내기에 좋은 식재료다. 특히 김밥에 양념된 진미채를 얇게 잘라 넣으면 고기처럼 쫀득하다.

닭볶음탕 같은 흰 살 고기 음식을 만들 때는 작은 사이즈의 닭을 선택하여 감자, 당근, 양파 등의 야채를 더 많이 넣는다. 그렇게 고기와 야채의 비중을 조절한다.


3. 술이 마시고 싶을 때는 무알콜 맥주를,

탄산음료가 마시고 싶을 때는 탄산수를 선택한다.

불과 2년 전, 나의 일과 마무리는 시원한 맥주였다. 맥주 한 모금에 하루의 피곤이 씻겨져 나가 원래의 나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근종 때문에 맥주를 마시지 못하니 그 갈증은 이로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알콜 와인도 마셔봤고 무알콜 맥주도 종류별로 섭렵했다. 진짜 술처럼 생각하고 골라마시면 나름 맛있다. 중요한 것은 음료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무알콜 맥주도 보리로 만든 맥주의 한 종류다.'라고 생각해야 마음이 아프지 않다. 주로 '클라우스탈러'라는 독일 브랜드의 맥주를 구입한다.

탄산음료가 마시고 싶을 때는 탄산수를 선택한다. 합성당 덩어리인 탄산음료와 달리 무가당인 탄산수는 건강에도 좋고 밋밋한 물보다 쉽게 넘어가기 때문에 더운 여름에 제격이다.

IMG_2455.JPG 앞면에는 바질&토마토 소스라고 적혀있었으나 뒷면을 확인하니 치즈가 함유되어 있다.

4. 가공 식품을 살 때는 뒷면을 확인한다.

매번 만들기 힘든 각종 소스류나 냉동식품 등 가공 식품을 살 때는 포장지 뒷면의 함유량을 살핀다. 그래야 어떠한 첨가물이 얼마큼 들어있는지 파악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남편의 야식을 위해 만두를 살 때는 돼지고기 함량이 적고 야채의 함량이 높은 제품을 사고 파스타 소스와 같은 시판 소스를 살 때는 붉은 육고기의 맛과 향을 내는 재료가 없는 제품을 고른다. 메밀면이나 현미 월남쌈 피같이 백밀이나 백미 외 곡류가 들어 있는 제품은 곡류의 함류량이 높은 제품을 선택한다.

IMG_2464.JPG

5. 과일과 야채는 시장에서 산다.

마케팅으로 밥벌이를 하다 보니 기업들이 돈을 버는 과정이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온다. 특히나 유통 시장이 중심인 대한민국에서 농업인으로 살긴 힘들다는 생각을 가끔한다. 그래서 과일이나 야채는 가능하면 지역에서 나는 건강한 농작물을 사용하고 노력한다. 다만 한거번에 소비하기 힘든 대량의 야채나 껍질채 먹는 야채의 경우 마트에서 소포장, 유기농 상품으로 산다. 농약이야 베이킹 소다로도 충분히 씻겨지니까 말이다.




평범한 주부라면 대부분이 실천하고 있는 장보기 수칙이다. 다만 자궁 근종을 가지고 있는 나의 상황을 반영하여 약간의 변형을 가했을 뿐이다. 만약 자궁 근종이 아닌 다른 질병을 가지고 있다면 그 질병의 식생활 요령을 나와 같이 반영하면 된다.




출처

1) SELF Nurition 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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