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베란다를 채우고 베란다에 앉아 있는 날이 많아졌다.
오늘도 베란다에 앉아 뒷산을 바라보다 문득,
꺾인 꽃이라도 광합성을 시켜주면 오래 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화병을 주저 않고 들었다.
지난주 데려온 꽃에는 마르거나 문드러진 잎이 보여
문지방에 투박하게 걸터앉아 그 각질 같은 것들을 솎아주었다.
그리곤 화병 가득 물을 뿌린 후 온종일 햇빛을 볼 수 있도록 베란다에 두었다.
아마, 시간마다 변하는 그림자를 등지고 그 꽃들도 해를 따라갔겠지.
예전 같으면 별 관심 없이 무심하게 두었을 꺾인 꽃일 텐데.
곰곰이 앉아 생각해보니 부쩍 사람과 대상, 물건에 애정이 생긴 것 같다.
나이를 먹어 그런 건지. 나도 모르는 사이 공감 능력을 늘리는 법을 연습한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