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여성병원이라고 하는 게 요즘 표현으로 옳은 걸까요. 어쨌든 장소의 특징을 머리 속에 굴려봐도 여전히 낯선 공간입니다. 2년 동안 어림잡아 10번은 넘게 방문했을 텐데 말이에요. 요즘은 혼자서도 잘 다니지만 산부인과를 본격적으로 다녀야 했던 초창기에는 병원을 방문하기 하루 전부터 울렁거렸어요. 남편과 함께 갈 때는 손이라도 붙잡아줄 사람이 있었지만 혼자 갈 때는 거의 전사처럼 마음을 꽁꽁 다잡아야 했어요. 병원에서 저에게 해코지할 사람도 없을 텐데 말이죠.
‘대체 왜 이렇게 불편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목적이 좋은 이유는 아니 였기 때문이에요. 근종이 있었을 때는 근종이 커지진 않았을까 걱정하고 근종을 제거하고 난 후에는 상처가 덧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문젯거리를 직면해야 하는 장소이기 때문이었죠. 그러니 이성적인 사고는 둘째치고 감성적인 사고도 힘들 만큼 머리 속이 하얘지게 되는 거예요. 제가 너무 예민 한가요? 하하.
다행히도 근종에 대해 알아가면서 어떤 질병인지 특성을 파악하니 산부인과라는 장소가 퍽 나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근종은 정상 세포를 공격하지도 않는, 나쁘지도 착하지도 않은 그냥 혹이에요. 임신이 안되거나 생리통이 심한 등의 문제가 생기면 제거하면 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그저 관찰하면서 주시하면 된다고 생각하세요. 암세포는 갑작스레 확산되어 다른 장기로 전이될 수 있지만 근종 세포 그렇지 않기 때문에 상황을 변화시키는 요인이 제한적입니다.
이렇게 안심할 수 있었기까지 정말 많은 자료들을 찾아봤어요. 출처로 삼지 않은 논문까지 포함하면 100개는 기본으로 넘을 거예요. 신문 자료도 마찬가지고요. 영어도 토막토막 알고 있는 사람이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의학 논문과 자료를 찾아보기 얼마나 힘들지 상상해 보셨어요? 거기에 표나 그래프 표현 방식은 어찌나 힘들던지.. 과학자이자 미국인인 남편의 도움을 받으려면 눈치도 보이고. 남편이 바쁘지 않은 시간을 골라서 아주 계획적으로 질문했었죠. 암요. (더 이상의 말은 생략할게요.)
실체를 파악하니 인터넷에 나와있는 정보가 다 올바르지 않다는 사실을 더욱 체감합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표현은 고쳐져야 해요. ‘정확하게 아는 것이 힘이다.’로 말이에요.
산부인과가 익숙해진 이유는 간단합니다. 방문마다 궁금증을 만들지 않는 거였어요. 의문이 생기는 원인의 답을 모르고 실체가 파악이 안 되니 두려움이 커지는 건 당연한 거예요. 안개로 가득 찬 도로 위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걷는 느낌이랄까요. 어쨌든 궁금한 점을 모두 질문으로 적습니다. 머리 속에서 생각만 하면 긴장해서 잊어버리거나 버벅댈 수 있거든요. 맞아요. 제 경험담이에요. 괜히 기억력 믿고 갔다가 질문도 못하고 답도 못 얻고 나온 경험이 있었거든요.
아! 본인의 자궁근종 상태에 관한 질문이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네요. 아니, 이건 필수입니다. 이 것도 모른 채로 근종을 걱정하고 수술대에 오른다는 건 정말이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론 근종의 종류, 위치, 크기, 개수 같은 내용을 물어봐 본인의 근종 상태를 파악하고 불임 가능성 같은 위험성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저는 8cm 정도나 되는 근종이었지만 개수가 많지 않고 임신이나 출산에 위험이 없는 위치였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근종 제거술을 추천받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고려하고 있는 시술, 비수술 방법이 나에게 적합한지 물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시술, 비수술을 진행하는 대학병원, 종합병원을 한 번쯤 방문해 상담을 받길 추천합니다.
기본적으로 인터넷에서 답을 구할 수 있는 질문이나 모호한 질문은 제외하는 게 좋아요. 예를 들면 자궁 근종에 좋은 음식 같은 질문은 시간만 투자하면 온라인에서도 올바른 정보를 찾을 수 있어요.
그 외에도 궁금한 점이 많을 거예요. 제가 질문했던 내용 몇 가지만 공유해볼게요. 생리 이틀날이었을 거예요. 생리 기간에는 자궁이 평소 크기보다 2배 커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근종도 같이 커지는지 물어봤었어요. 만약 사실이면 호르몬 때문에 괜히 근종이 갑작스레 커진 건 실제 크기가 아니잖아요. 다행히 생리 기간에도 초음파가 가능하고 초음파를 해도 근종의 크기가 실제로 커지지 않는다고 해요. 또, 수술 후에는 재발이 걱정돼서 아주 작은 자궁근종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지 물어봤었어요. 선생님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지금은 깨끗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고요. 그렇다고 다른 근종이 커지지 않는다곤 안 하셨으니 주의해야겠죠. 제가 알아본 여러 가지 생활 습관이 실제로 자궁 근종에 도움이 될까요?라는 질문도 했었어요. 모두 도움이 된다는 답변을 듣고는 뿌듯하기도 하고 다행이다 싶었어요.
산부인과, 어려워하지 마세요.
저도 겪어봤으니 불안한 마음이 왜 이해가 안 되겠습니까. 당연히 이해되니 이 글도 쓰고 있죠. 하지만 불안하다고 초조해하고만 있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되어요. 밤에 잠만 못 잘 뿐이에요. 그러니 움직여야죠. 마음에 맞는 의사 선생님을 찾고 산부인과 진료를 헬스 퍼스널 트레이닝처럼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하고 궁금한 점을 적어서 의료진에 물어보세요. 산부인과, 어려워하지 마세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전쟁터는 나의 플레이그라운드가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