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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룡이 Mar 25. 2018

다빈치 로봇 수술로 자궁근종 제거한 후기

 배꼽과 배꼽 근처에 생긴 수술 자국에 상처 연고를 바르다 글을 씁니다. 벌써 자궁근종 로봇수술을 받은 지 2주가 넘었네요. 수술을 받는다고 오전 비행기를 타서 김포공항에 간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가 수술을 했나?’ 싶어요.  

 거의 1년 6개월간 근종 추이를 지켜보다 자녀 계획을 위해 6개월 전에 수술일을 예약해 놓고 계속 생각했어요. 수술을 할지, 언제 수술을 하면 적절할까, 좀 더 늦추면 낫지 않을까. 결론적으론 임신과 출산 전에 근종을 제거하는 계획을 선택했습니다. 오늘은 수술 후기를 써볼게요. 

다빈치 로봇 수술 기계와 콘솔 컨트롤 모습 (서울대학교 의학정보 출처)




건강과 지갑을 위해서 꼭 해야 하는 일  

 수술과 치료를 받는데 가장 현실적으로 고민되는 부분이 돈이었어요. 사비로 몇 백만 원을 병원비로 지출하긴 사실 부담되잖아요. 그래서 실손의료보험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사실 언제 아플지도 모르는데 매달 십여만 원을 내기가 너무 아깝기 했어요. 나이가 있어 아픈 곳이 심심치 않게 있다면 그 필요성을 절감하겠지만 이제 만 28세, 그 젊음에 기대 영원히 건강할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번 수술을 고민해보니 다른 보험은 몰라도 실비는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실비를 일찍이 해지했다면 국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수술 종류인 하이푸, 색전술, 로봇 수술 등, 비교적 비싼 치료는 꿈도 못 꾼 채 가장 저렴한 비용의 수술을 받았을 거예요. 


탁트인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2인실 병동. 첫 날은 산부인과가 아닌 정형외과 병실에 있었어요.

수술 준비 

 기본 3박 4일을 병동에서 보내기 때문에 개인적인 물품을 캐리어에 챙겨갔습니다. 하루 종일 심심할 걸 대비해서 넷***에 가입했고 노트북과 이어폰, 충전기를 챙겼습니다. 그 외에도 슬리퍼, 화장품, 물통, 빨대, 수건 등 병원에서 보낼 하루를 머릿속으로 그려갔죠. 그런데 제가 있었던 서울 아산병원 지하는 거의 소형 백화점 수준이더군요. 마트에는 반찬, 떡 같은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팔고 옷가게 매대도 번듯하게 있습니다. 그야말로 호텔 부럽지 않은 시설이었어요. 

 입원 과정은 준비 사항 없이 간단했습니다. 질병 사항을 질의응답한 후 키와 몸무게를 재고 병실을 배정받았습니다. 대형 대학병원이라 모든 절차가 자동화 기계로 처리되고 간호사 분들이 항시 대기 중이기 때문에 언제든 질문 사항은 여쭤볼 수 있어요. 다만 금식이나 제모 같은 세부적인 사항은 간호사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먼저 알려주지 않는 불편함은 있습니다. 참고로 자정 12시부터 물을 포함한 금식이 시작되고 제모는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입원 당일 저녁은 지하 식당 해장국을 시원하게 말아먹었습니다. 

잠이 오지 않아 남편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했던 수술 당일 새벽이었습니다. 

수술 당일 

 낯선 장소인 데다 병원이란 중압감 때문인지 수술 전날에는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몸을 뒤척 뒤척거리다 결국 새벽 4시 즈음엔 자리를 박치고 일어났어요. 어차피 첫 번째 수술이라 오전 6시부터 수술 대기이고 8시 즈음에 수술실로 들어가니 피곤한 걸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오전 7시 즈음, 수술에 관한 안내사항을 전달받고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이때부터 수술이 실감 난 것 같아요. 담당자분이 끌고 온 휠체어를 타고 70-80개의 수술방이 모여있는 층에 들어가는 동안 옆 사람이 들을까 걱정될 만큼 심장 소리가 커졌거든요.  

 오전 8시 즈음. 차가운 수술대에 누워 마취 마스크를 쓴 이후에는 기억이 조각난 헝겊처럼 갈겨져 있어요. 저녁 7시 즈음엔 완전히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눈을 뜨자 누가 배를 칼로 찌른 듯 처음 느끼는 찡한 통증이 느껴졌어요. 소변줄은 어찌나 불편하던지. 그래도 저녁부터 식사는 가능했습니다. 위나 장 같은 소화기관을 수술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심(울렁거림)이 심해 죽을 먹긴커녕 침대 머리맡에서 토하길 반복했어요. 생애 처음으로 겪는 많은 일이 하루 안에 모두 일어나다니. 세상에 마상에 놀라면서 구역질을 했다니까요.


집으로 가져가고 싶었던 병원 침대와 거의 먹지 못한 식사. 사실 병원 밥답지 않게 너무 맛있었습니다.




다신 체험하고 싶지 않은 경험. 오심 

 사실 통증은 ‘잘 맞는 진통제’가 있다면 참을만해요. 처음엔 기침도 못하고 침대에 내려오는 것도 힘들지만 회복 속도가 나름 빠르고 의료진 내부에서도 큰 수술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선 복강경 수술의 입원기간을 보통 3박 4일 정도 잡아요. 하지만 저는 퇴원이 이틀이 미뤄져 5박 6일 동안 병실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약물 부작용으로 입원 내내 오심과 어지럼증을 겪은 데다 피주머니에 피가 멈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왼쪽 배에 연결한 피주머니는 수술부위 상처에서 생기는 피를 압력을 이용하여 외부로 빼주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퇴원할 땐 피주머니에 피가 거의 고이지 않고 색도 연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피주머니에 피가 멈추지 않는다는 건 상처가 아물지 않고 계속 피가 나온다는 말이에요.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어요. 나와 맞는 항구토제도 찾지 못해 오심과 어지럼증이  쉽게 가라앉지도 않고 피주머니는 홍수 난 밭처럼 피가 차올랐으니까요. 결국 수술 회복 운동을 하긴 커녕 장애인용 화장실 변기통에 앉아 나오지도 않는 구역질을 계속했고 반쯤 정신을 놓은 상태로 의자에 앉아있었어요. 

 그래서 어떤 수술을 진행하든 나와 맞는 진통제, 항구토제 약물을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처음부터 산쿠소 패치(항구토 방지 패치-산쿠소 패치를 붙이자 반나절이 지나 오심, 어지럼증이 사라지고 일상생활에 가까운 활동이 가능해졌습니다.)를 붙였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고 3박 4일 만에 퇴원했을지 몰라요. 뭐, 이틀을 날리긴 했지만 내 몸이 버틸 수 있게 도와주는 진통제, 항구토제 성분을 늦게라도 찾았으니 다행이죠. 만약 저처럼 약물 부작용이 걱정된다면 처방전은 모두 모아 추적 관찰해보세요. 약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약학 정보원(http://www.health.kr/), Web md(https://www.webmd.com/), Epocrates(http://www.epocrates.com/)같은 어플, 웹사이트르 사용하면 약 성분, 부작용, 대체할 수 있는 약, 처방받은 약들과의 조합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개의 구멍, 1개의 피주머니 

 일반 복강경과 로봇 복강경은 수술칼을 든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구분됩니다. 로봇 수술은 사람이 조종하는 로봇이, 일반 복강경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집도의의 실력이 좋다면 로봇 복강경이 정밀하고 정확하게 수술을 진행할 확률이 높습니다. 화면으로 보이는 수술 시야가 일반 복강경에 비해 10배 이상 넓은 데다 로봇팔 부분이 자유재로 회전되는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좋은 기계보다 신뢰하는 집도의가 있어 안심하고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비용이 몇 곱절 비싼 로봇수술보다 개복 수술을 권하실 만큼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치료 방법을 권하시는 분이에요. 

 어쨌든 처음부터 개복보단 로봇수술을 원했습니다. 이게 신의 한 수였어요. 8cm가 넘는 골칫거리 근종 녀석이 허리, 엉덩이 쪽에 있고 자궁 경부와 가까워 로봇 수술로도 꽤나 애를 먹었나 봅니다. 일반 복강경이었으면 개복으로 수술을 변경했을지도 몰랐어요.  

 수술 1주일이 지나고선 동네 산부인과에서 실밥을 제거했고 이튿날부터 샤워를 했습니다. 2-3주 지난 현재, 수술 상처는 많이 아물었어요. 상처 연고를 꾸준히 바른 덕분인지 ‘나 수술했소!’하는 흉터는 안 생길 거라 기대해요. 물론 조건 없이 제왕절개로 출산을 해야 해서 앞으로 더 많은 생처가 생길 테지만 지금은 매우 만족입니다! 


자궁 크기만큼 컸었던 근종들. 막상 제거하니 시원 섭섭해요.



정기 검진과 회복 기간 

 수술 2주 후에는 기차를 타고 정기 검진을 다녀왔어요. 비행기는 압력 때문에 상처부위가 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해요. 적어도 4개월이 지나서야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고 임신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자궁 조직은 소고기처럼 연하고 부드러워 수술도 섬세하게 진행돼야 하고 회복 기간 동안에도 근육 손상을 일으킬 만큼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통목욕, 무거운 물건 들기, 격렬한 운동, 육체적으로 힘든 활동은 약 4주 후부터나 가능합니다. 

 수술 2-3주가 지난 현재, 뛰진 못하지만 빨리 걸을 수 있어 산책이나 여행도 가능할 만큼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체력적으로 무리하거나 많이 걸으면 배가 당기고 엎드리는 자세는 불가능해요. 그래서 아르바이트하는 일터에도 약 1개월의 휴가를 부탁했어요. 덕분에 삼식이 남편의 점심을 오랜만에 챙기며 재밌는 회복 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생리와 질 분비물

 생리주기가 일정해 평소 같으면 수술 후 병원에 있는 날짜에 생리를 시작해야 했어요. 실제론 그 보다 1주일가량 뒤인 15일 즈음에 시작하였고요. 출혈양은 평소보다 조금 많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수술 직후 생리가 시작했고 당분간 호르몬 변화가 있을 테니 심각한 양의 출혈이 아니면 그다지 신경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생리가 끝날 즈음까지, 그러니까 수술 후 2주 정도는 질 분비물이 계속해서 나왔어요. 많은 양은 아니지만 팬티라이너를 2-3시간에 한 번씩 교환할 정도예요. 수술의 여파 때문에 생리 주기는 3개월까지 들쑥날쑥할 수 있고 질 분비물과 약간의 출혈은 2주에서 최대 몇 개월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니 생리통이 줄어들지 여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실손의료보험이나 타 보험의 혜택을 받거나 돈 걱정 없이 수술을 받을 형편이 된다면 다빈치 로봇 복강경 수술로 자궁근종을 제거받는 방향을 추천할 만큼 만족스러웠습니다. 색전술이나 하이푸에 비해 회복기간이 길고 출혈의 단점이 있지만 재발, 재수술 비율이 약 10%가량 낮은 특징이 저에겐 중요했습니다. 일반 복강경에 비해 정확도도 높은 편이고요. 안타깝게도 제 수술에 이용한 다빈치 로봇수술 기계가 어떤 버전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어요. 


 모두가 건강한 저녁을 보내길 소망해요. 수술을 받아보니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다는 게 큰 행복임을 새심 느낍니다. 진심으로 오늘도, 내일도 씩씩하게 두발로 걸어 다닐 수 있어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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