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두려워 마세요.

by 룡이

아르바이트하는 일터에서 같이 일하는 40대 언니가 있어요. 중학생이 되는 딸이 하나 있고 손재주가 좋아 헤어 액세서리, 파우치 같은 것도 뚝딱 만드는 똑소리 나는 언니죠. 그런데 얼마 전에 8cm 크기의 자궁근종이 있다며 자궁 적출술을 받았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니 언니도 여러 정보를 알아보고 근종이 재발될 가능성을 고려하여 적출술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왜 말리지 않았냐고 할지 모르나 저는 언니의 선택을 지지해요. 근종의 크기를 지켜보면서 추적 관찰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지만 본인의 목적에 따라 적절한 수술이나 시술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자궁 적출, 그 선택을 지지합니다.




수술, 비수술 치료를 받아 근종을 제거하는 것에 대해 저는 여전히 물음표입니다. 반대로 근종을 제거하지 않는 것에도 물음표예요. 그런데 처음 근종을 발견했을 시점에는 오죽했겠어요? 암세포와 근종세포가 어떻게 다른 지도 모르고 무조건 임신을 못하는 질병인 줄 알았다니까요. 그래서 근종을 발견한 2016년 8월을 기점으로 약 1년 간만 자궁근종에 대해 알아보고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수술 여부를 결정하자고 남편과 이야기했었어요. 외부인들은 ‘일단 아이부터 가져봐. 그 후에 생각해.’라고 말하더군요. 남편 나이가 많아 자녀 계획 시간이 다른 부부들에 비해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러다 덜컥 아이를 가지면 어떡하지 싶었습니다. 소중한 생명을 지울 수도 없고 부모로서 준비되어 있지 않은 시점에 아이를 기르는 건 더욱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1년이 더 지난 지금에서 자궁근종 로봇 복강경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지만 넉넉한 시간 동안 고민한 덕에 임신이나 출산 일정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또 수술, 비수술 방법으로 근종을 제거할 경우와 제거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비교할 수 있었어요. 저희 부부의 경우는 근종을 제거하는 쪽이 더 많은 이익이 있다고 판단한 거죠.




근종을 걱정하는 마음에 배짱을 길러주길 바라요


저는 우리가 주고받은 편지들이 ‘근종을 걱정하는 마음’에 배짱을 길러주길 바라요. 곱씹어 생각해보면 자궁근종을 발견한 그 병원에서 저는 대범한 척했지만 많이 두려웠어요. 객관화된 정보 없이 ‘임신이 안될 수도 있다.’, ‘어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수술만 받음 모든 일이 해결되겠지.’라며 문제를 피하려고만 했죠. 자궁근종은 물론 자궁 건강 지식에 전무한 상태였으며 스스로가 어떤 상탠지지, 무엇을 원하는지 인지하지 못했으니까요.


1년 6개월가량이 시간이 지난 지금, 의사도 약사도 생물학자도 아닌 평범한 30세 여성으로서 확신에 가득 차 이야기할게요. 수술이 필요하다면 수술을 받고, 수술을 원하지 않는다면 수술을 받지 마세요. 다만, 객관적인 정보를 인지하고 스스로가 내린 결정에 망설이지 않은 순간이 왔을 때 결정하셨으면 좋겠어요.






수술, 비수술- 선택이 고민될 때는?


어떤 수술, 비수술 방법을 골라야 할지 여전히 망설여지죠? 근종의 종류, 세포의 유형, 위치와 같은 질환 상태뿐 아니라 수술, 비수술 시행 비용, 입원에 따른 직장 근무 상황, 종교 등 따져봐야 할 사항이 많지만 마음이 복잡하니 머리도 복잡할 거예요. 그래서 제가 단순화시켜 생각해봤어요. 건강이 최고니 질환 상태의 몇 가지 요소에 따라 나눈 수술, 비수술 방법입니다.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전문의와의 상담은 필수적이며 부작용이나 재발을 방지하게 위해 건강관리는 필수입니다.


본인의 상태를 고려하면 보다 효과적인 수술, 비수술 방법을 찾을 수 있어요!

수술 #1. 개복

모니터 화면으로 근종을 확인하는 복강경(로봇수술 포함), 하이푸, 색전술과 달리 실제 자궁 상태를 보고 근종을 제거하기 때문에 자궁 적출술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확률로 근종 세포를 최대치에 가깝게 제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비용도 타 시술, 수술에 비해 저렴한 편입니다. 하지만 출혈이 많고 회복 기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어요.


수술 #2. 복강경

복부를 통해 가스를 주입하고 전신 마취를 한 후 배를 절개하여 근종을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와 수술 기구를 삽입한 후 근종을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근종의 위치와 종류, 상태에 따라 절개 정도가 나눠지기 때문에 반드시 단일공 복강경(배꼽을 통해 구멍을 1개 절개하는 방법)이 성공한단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수술 진행 상태에 따라 절개를 더 하거나 개복으로 수술법이 바꿔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출혈이 적고 비교적 많은 근종 조직을 제거하며 상처가 적습니다.


수술 #3. 복강경 로봇수술

다빈치 로봇 수술이라고도 불리며 사람이 집도하는 직접 집도하는 복강경과 달리 사람이 로봇을 조종하여 집도하기 때문에 정확성이 보다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술하는 집도의의 능력이 중요한 방법입니다. 비용은 일반 복강경보다 2-3배가량 비쌉니다.


수술 #4. 자궁 적출

자궁 전체에 병이 있거나 국소적이라도 정상 자궁 조직과 병소의 경계가 불분명할 때 자궁을 떼어내는 방법입니다. 임신 계획이 더 이상 없고 자궁근종이 10cm가량 거대하여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개복이나 복강경으로 자궁 적출술이 시행됩니다. 근종의 발원지를 아예 없애는 수술이기 때문에 재발은 없지만 장기를 적출하기 때문에 회복 기간이 길고 호르몬 밸런스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 자궁을 적출하는 과정에서 난소나 경부 등 다른 장기에 문제가 생겨 재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비수술 #1. 하이푸

하이푸는 고강도 집중 초음파를 자궁근종 세포에 쏘아 열로 근종 세포를 태우는 방법입니다. MR하이푸와 초음파 하이푸로 나눠지며 눈에 보이지 않는 체내 조직을 태워버릴 정도로 높은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수술 시 외과의사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는 영상 기법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영상을 위해 MRI를 사용하면 MR하이푸고 초음파 영상을 사용하면 초음파 하이푸죠. MRI가 초음파보다 보다 넓은 영역을 상세히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MR 하이푸가 안전성과 정확도 면에서 초음파 하이푸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다만 하이푸를 받기 위해서는 근종 내 콜라겐 성분이 많아야 하고 근종이 너무 크거나 작아서도 안되며 이외에도 여러 조건들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추후 임신을 원하는 여성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도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에겐 하이푸를 권장하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다만 해당 내용에는 MR 하이푸와 초음파 하이푸의 구분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 하이푸 시술의 부작용은 초음파 하이푸에서 많이 발견되며 북미에는 초음파 하이푸가 FDA 승인을 받지 못했습니다. 국내에서도 하이푸 시술 후 자궁이 파열되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발생했으며 일부 언론에도 부작용이 노출된 바가 있기 때문에 출산 계획이 없는 환자에게 MR 하이푸를 추천하는 바입니다.


유의할 점은 MR 하이푸를 실시하는 병원이 국내엔 신촌 세브란스병원, 분당 차병원, 송파 민트 병원 등 약 8곳에 불과하기 때문에 병원을 선택하기 전 '어떤 하이푸'를 시행하는 지 잘 알아봐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MRI영상을 참고하여 '초음파 유도 하이푸'를 시행함에도 'MR 하이푸'라고 홍보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는 잘못된 정보입니다. 그래서 치료 과정과 방법을 섬세하게 체크해야 하죠.



비수술 #2. 색전술

암(Cancer) 치료에 실제로 사용되는 방법을 자궁근종 치료에 접목한 기술입니다. 자궁근종으로 가는 혈관을 색전제로 막아 혈액 공급을 차단하여 근종을 괴사시키는 비수술 치료 방법이며 하이푸를 포함한 비수술 치료법 중 가장 치료 범위 넓습니다. 병변이 클수록, 개수가 많을수록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하이푸와 달리 한 번에 치료할 수 있는 근종의 개수와 크기 제한이 비교적 적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과세포성 근종이나 혈류가 많은 근종은 하이푸보다는 색전술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근종 세포를 직접 제거하지 않기 때문에 복강경이나 개복에 비해 재발 가능성이 높은 편입니다.


비수술 #3. 일단 지켜보기

여성 호르몬이 활발한 시기이기 때문에 자궁 근종을 키울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일단 지켜보기’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입니다.

자궁근종이 있더라도 임신과 출산은 가능합니다. 또 근종 크기가 커진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생리가 불규칙하거나 생리통이 심하고 과다 출혈이 생기는 등의 증상이 없다면 근종을 제거하는 수술, 비수술이 필요 없다는 게 의학계의 의견입니다. 만약 임신이 힘들거나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의 문제점이 발생한다면 수술, 비수술 방법으로 근종을 제거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3개월에 한 번씩 초음파를 받으면서 추적 관찰하길 추천합니다. 그럼 산부인과도 주기적으로 방문하면서 다른 질환이 있니 않나 확인도 가능하고 본인의 자궁근종 상태와 종류를 파악할 기회도 생깁니다. 만약 나중에 수술, 비수술로 근종을 치료하게 될 경우, 나의 상태를 알고 치료를 받는 게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Chen, Stella, et al. "Uterine-Preserving Interventions for the management of symptomatic uterine fibroids: A systematic review of clinical and cost-effectiveness." (2016).

김재욱, 자궁근종 환자가 수술을 원치 않는다면..., 대한산부인과의학회 (2017).

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 "ACOG practice bulletin. Alternatives to hysterectomy in the management of leiomyomas." Obstetrics and Gynecology 112.2 Pt 1 (2008): 387.

민트병원 김재욱 영상의학 전문의, 김영선 영상의학전문의 자문
UCLA Health

MAYO Clinic

Cleveland Clinic

연세 세브란스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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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산부인과학회 고강도초음파집속술(HIFU) 진료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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