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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룡이 Mar 04. 2018

오늘의 식사는 어땠나요

 오늘 식사는 뭘 챙겨드셨어요? 저는 아침에 오렌지 주스와 디카페인 커피를 각각 한잔씩 마시고 아르바이트하는 일터에서 비건 버거를 하나 먹었습니다. 점심에는 스텝 밀로 된장찌개와 흰쌀밥 1/3 공기를 먹었네요. 저녁은 남편과 오리고기를 곁들여 쌈밥을 먹을 예정이에요. 무난한 식사 메뉴들이죠. 보통 근종 때문에 식이요법을 한다고 이야기하면 뭔가 엄청난 비밀이 있다고들 생각해요. 저 역시도 대단한 비기가 있는 줄 알고 많은 자료들을 찾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단한 건’ 없었습니다. 건강한 식재료를 다양하게 먹는 식습관이 가장 중요한 키였어요.  



 하루 세끼를 꼭 챙겨 먹지 않아요.   


 저에겐 8살 많은 언니가 있습니다. 아마 뭔가를 같이 먹고 있었던 날 같아요. 그때 언니가 빤히 저를 보며 ‘먹는 대로 살찌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이야기하더군요. 우걱우걱 음식을 씹으면서 ‘아마 언젠간 그렇겠지.’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는데 웬 걸요. 얼마 전엔 체중계를 부술 뻔했습니다. 과거와 유사한 음식을 유사한 양만큼 식사해도 부쩍 몸무게가 증가한 걸 보니 언니의 슬픈 경험담이 맞는 말이었어요. 나이가 들고 근육량이 감소하면서 기초대사량이 떨어졌고 이로 인해 음식 섭취 에너지가 소비 에너지보다 많아져 살이 쪘습니다. 정상 범주에 속하는 몸무게와 체지방량이라면 관리만 하면 되지만 비만으로 넘어가면  조심해야 해요. 일본, 미국 등 동서양에서 공통적으로 '비만은 자궁근종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체지방량이 증가하면 근종뿐 아니라 건강 그 자체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잖아요.



몇 끼를 챙기든 1일 필요열량보다 덜 먹으려 노력




 개인적으론 세끼를 챙겨 먹기보단 몇 끼를 챙기든 1일 필요열량보다 10-20%가량 덜 먹으려 노력합니다. 그래서 2끼를 챙겨 먹을 때도 있고 간단하게 4끼로 쪼개 먹는 날도 있습니다.

  1일 필요열량을 측정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집에 기초대사량 및 권장 열량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체중계를 마련하거나 동네 보건소에서 인바디 측정을 받으면 됩니다. 작년 9월에 보건소에서 측정한 저의 인바디 데이터로는 1일 필요열량이 1936kcal라고 나왔어요.  

 그래서 하루 1500kcal, 1일 필요열량보다 20% 덜먹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500kcal보다 1700kcal를 현실적인 기준으로 잡고 있어요. 가끔씩 1500kcal를 달성하면 너무나 기쁘거든요. 만약 저녁 모임이 있어서 고칼로리를 섭취하게 되면 다른 식사에서 가벼운 음식을 섭취하려고 합니다. 혹은 덜 먹거나요.

 이제 칼로리 계산 어플을 깔 차례입니다. 하루에 내가 먹는 이 음식이 얼만큼있는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기록하고 확인하는 일종의 일기장으로 생각하세요. 아마 ‘이게 이렇게 고칼로리야?’하고 깜짝 놀랄 일도 있을 거예요. 저는 밥을 포함한 뼈다귀 해장국이 900kcal라는 사실에 먹던 숟가락을 떨어뜨릴 뻔했다니까요.




어떤 음식을 먹는지 생각합니다.  

 

 다양한 식재료를 골고루 먹는 건 무척이나 중요해요. 자궁근종 제거술을 받았다면 재발을 방지하고 다른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좋은 식습관을 유지해야 할 테고 자궁근종 제거술을 받지 않았다면 근종이 커지는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좋은 식습관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계란, 우유, 꿀도 먹지 않는 비건(Vegan) 수준의 채식을 유지하잔 이야긴 아닙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절한 음식을 적당한 수준으로, 식재료를 특징을 이해한 후 먹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생선회에는 소고기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아미노산이 담겨 있습니다!


고기를 씹고 싶을 때는 오리고기와 닭고기를 자주 먹습니다!


1. 단백질이 필요할 땐 레드 미트보다 화이트 미트, 생선을 먹습니다. 

지글지글 불판 위에 구워진 삼겹살은 생각만 해도 기분 좋죠. 남편과 연애했던 시기에는 삼겹살에 소맥 한잔 곁들이며 하루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곤 했어요. 1주일에 2회는 꼭 그랬습니다. 이젠 삼겹살을 구워 먹는 식사는 1개월에 1회 정도만 합니다. 소주 반잔을 나눠 마시면서요.  

붉은 육고기(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등)를 먹으면 혈당 내 에스트로겐의 양이 증가될 가능성이 높아요. 닭고기 같은 화이트 미트(White meat)는 아직 근종과 연관성이 뚜렷하게 없습니다. 안 좋다는 연구 결과도 없지만 좋다는 연구 결과도 없다는 의미에요. 그래서 단백질을 섭취하고 싶을 때는 가공육을 배제하고 오리 고기나 닭고기, 생선을 우선적으로 먹습니다.

  

  

2. 술은 기준치 이상 마지지 않습니다.  

 ‘하루 와인 한잔이 기준이었는데? 네가 굳이 그렇게 마시겠다며?’ 남편과 약속한 ‘술 허용 양’ 대해 이야기하다 남편이 무심한 듯 이야기하더군요. 일주일에 와인 2잔이 기준인 줄 알았는데! 저의 안 좋은 기억력을 이용해 남편이 고단수 수법을 쓴 것 같지만 금세 ‘뭐 어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덕분에 스스로 절주 하는 습관을 만들었으니까요.

 일주일에 7일 술 마시던 때에는 피곤함도 쉽게 느꼈고 감기도 쉽게 걸렸습니다. 지나친 양의 알코올을 섭취하면 간에 무리가 가고 면역기관이 약해지기 때문이에요. 거기에 알코올은 호르몬 불균형을 악화시킨다고 합니다. 한 번에 줄이기 힘들면 단계적으로 술자리를 갖는 횟수, 술을 마시는 양을 줄여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 가지 암 발생률도 줄일 겸요. 

  

  

3. 카페인(커피, 홍차, 녹차 등)보단 디카페인(디카페인 커피, 차 등)을 마십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아시아 계열의 여성에게 실시된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조사에 따르면 200mg의 커피를 매일 마시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더 높은 것으로 나왔어요. 또, 카페인 과다 섭취가 생리통, 자궁 근종 통증을 심하게 만들고 월경 과다 증상을 야기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에 카페인이 150mg 들어가 있으니까 커피를 하루 한 잔 이상 마신다면 줄이는 편이 좋겠어요. 

 브런치를 통해 만난 새벽 공주님은 디카페인 커피로 바꾼 후 월경과다, 연장 증세가 완화되셨다고 해요. 마치 제일처럼 기쁜 거 있죠? 커피를 디카페인으로 바꾼다는 많은 분들에게 자극받아 저도 가끔 마시던 카페인 커피를 완전히 끊어보려 해요.  

  

아침 식사로 오트밀과 퀴노아를 먹기도 합니다.
고기 대신 버섯을 넣은 육개장, 소고기 대신 버섯을 곁들인 미나리 무침도 맛있습니다.


4. 현미밥과 통밀, 과일과 야채를 중심으로 식사합니다. 

 흰쌀, 백밀가루같이 정제된 곡식은 주로 GI(Glycemic index), GL(Glycemic load)가 높습니다. 이렇게 GI 가 높은 식재료 및 음식은 혈당 내 당수 치를 높여주고 간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자궁근종에도 영향을 줘요.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이 2010년에 내놓은 자료에서도 직접적으로 자궁근종에 흰쌀과 백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섭취한 여성이 자궁근종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과일과 야채는 우리 몸이 질병과 싸우게 도와주는 영양성분과 섬유질이 풍부합니다. 2013년도 출판된 "Asia Pacific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은 폐경 전 여성의 식습관을 분석한 후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는 여성이 자궁근종 위험이 낮다고 밝혔어요. 하지만 은근히 과일과 야채를 챙겨 먹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제 친구는 아예 과일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녀요. 거기에 자극받아 저도 감 말랭이를 만들어 식탁 위에 놔뒀습니다. 초콜릿, 과자 같은 간식이 먹고 싶을 때 한 개씩 집어 먹고 있습니다.

  


5. 무지방 우유를 마십니다. 

 유제품 속 동물성 지방이 에스트로겐 수치와 근종에 미치는 영향은 의견이 분분합니다. 제가 본 자료에서는 악영향을 미친다고 하지만 몇몇 자료에서 무방하다,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지방 우유에 들어있는 동물성 지방이 일반 우유에 비해 1/2 수준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그리고 무지방 우유에 함유된 칼슘과 비타민 D가 근종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자료도 참고해서 일반 우유보다 무지방 우유를 선택하는 쪽이 선호합니다. 무엇보다 칼로리가 1/2라서 좋아요. 그만큼 제가 다른 음식을 한 숟가락 더 먹을 수 있다는 의미니까요.

  


6. 인스턴트식품을 줄입니다 

 통조림 햄을 구워 먹느니 돼지고기를 두 번 먹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육, 가공품을 그만큼 추천하지 않아요. 통조림 햄을 예를 들어볼게요. 지방이 많은 잡육을 뭉쳐 만든 소시지에는 방부제가 들어있습니다. 장거리 유통 과정 동안 부패하지 않고 보관하기 위해서죠. 또 훈제향을 내기 위해 화학 성분을 넣습니다. 소시지를 넣는 캔 내부에는 신선도를 위해 BPA 같은 코팅을 사용합니다. 환경호르몬이 검출될 수 있는 물질이죠. 거기에 하루 권장량을 훌쩍 초과하는 염분과 건강하지 않은 지방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캔커피, 통조림 참치, 컵라면, 편의점 도시락 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간편하고 편안하죠. 소스는 사용하기도 간편하고 요리 과정도 단시간 안에 줄여주는 장점이 있잖아요. 하지만 3번 먹을 거 1번만 먹으면 쓰레기도 줄고 우리 몸이 흡수하는 지방, 염분, 환경 호르몬도 줄어들어요. 물론 저도 야식으로 편의점에서 파는 매콤한 불곱창이나 떡볶이가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먹고 나면 '내가 이게 왜 그렇게 먹고 싶었지?'싶을 때가 더 많아 꾹꾹 참았다 먹어요. 10번 참다가 1번 먹으면 만족도가 기대 이상이거든요.

  

얼마전에는 미나리 착즙주스를 만들어 콜라 대신 영화관에 들고 갔어요.


7. 설탕, 시럽은 추가하지 않습니다. 

 설탕은 마약 코카인이나 헤로인보다 더 중독성이 강합니다. 설탕이 든 음식을 먹을수록 뇌는 더욱 많은 설탕을 갈구해요. 쥐를 대상으로 한 많은 실험에서 밝혀진 결과입니다. 놀랍지 않나요? 마약은 법적으로나마 금지되어 있지만 설탕은 우리 식생활에 너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잖아요.  

 중독처럼 설탕을 소비하면 비만이나 당뇨병에 걸릴 확률도 올라갑니다. 그러니 자궁 근종이 발병하거나 커질 확률도 올라가요. 동양 문화권 여성이 서양 문화권 여성에 비해 자궁 근종 발병률이 낮은 데에는 설탕을 덜먹고 비만도가 낮기 때문이란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최근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한국 사람들도 설탕을 부쩍 많이 먹는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저 역시 예외는 아니겠다 싶어 의식적으로 더 경계하려고 합니다. 외식할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집에서 요리할 땐 레시피를 보면서 한 동안 고민해요. 설탕을 정량대로 넣을지, 정량보다 조금 넣을지 혼자서 1/4 숟갈 넣다 다시 1/4 숟갈 넣는 행동을 조심스레 반복한답니다. 그리고 카페에서 커피 대신 생과일주스를 시킬 때면 설탕이나 시럽이 들어가는지 꼭 물어봐요. 만약 당이 별도로 들어가면 당을 모두 빼거나 아예 차같이 다른 음료를 선택합니다. 설탕을 아예 배제하고 살 순 없지만 일부러 설탕을 찾진 않으려 합니다. 왠지 설탕을 찾아 정신없이 헤매는 실험용 쥐가 되는 기분이거든요.



 오늘 편지에 전해드린 내용은 자궁근종뿐 아니라 당뇨, 성인병을 위한 식습관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1개월, 2개월같이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긴 시간 동안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습관 개선이에요. 저도 아직 만족스럽게 실천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아차 싶은 부분도 있어요. 뷔페에 간 날이면 음식물이 가득 차 빵빵해진 배를 만지며 한숨을 쉬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하고자 하는 의지와 작은 습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늘부터 작지만 큰 식습관 약속 하나씩 하는 건 어떨까요.






출처

Circ, J. "New criteria for ‘obesity disease’in Japan." Examination Committee of Criteria for ‘Obesit Disease’in Japan, Japan Society for Study of Obesity 66.11 (2002): 987-992.

Evans, Patricia, and Susan Brunsell. "Uterine fibroid tumors: diagnosis and treatment." American family physician 75.10 (2007).

설탕 하루 50g 이하로 줄이세요. 

Khan, Aamir T., Manjeet Shehmar, and Janesh K. Gupta. "Uterine fibroids: current perspectives." International journal of women's health 6 (2014): 95.

Baird, Donna Day, et al. "Uterine leiomyomata in relation to insulin-like growth factor-I, insulin, and diabetes." Epidemiology (Cambridge, Mass.) 20.4 (2009): 604.

이행신, et al. "한국인의 총 당류 섭취 실태 평가." Journal of Nutrition and Health 47.4 (2014): 268-276.

Studies Suggest Healthful Dietary Modifications May Cut Risk and Ease Sympt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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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op Ten Worst Foods for a Uterine Fibr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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