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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룡이 Apr 10. 2018

바람이 불고 오트밀 굽는 향이 나는 저녁


내일 새벽에는 부산에 비가 온 댔다. 그래서인지 겨울 마냥 휑한 바람이 창문 틈으로 기어들어온다. 

마음 한 구석에는 '봄비가 좀 내려야 할 텐데.'하면서도 남편과 내일 떠날 여행이 걱정된다. 

근종 제거술을 하고 한 달 하고도 며칠이 지나서 겨우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너무 애를 태우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갑작스러운 여행도 아니라 적당한 두근거림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런데 천재지변 때문에 야외 수영장을 못쓰면 너무나 아쉽고 속상할 텐데...


그래.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벌써부터 마음을 쓰는 건 좋지 못하다. 마음이 어지러울 땐 역시나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는 게 좋다. 나는 손이나 몸을 쓰는 일이 딱!  


저녁에 물에 불려놓은 귀리를 오븐에 굽고, 프라이팬에 볶아 오트밀 시리얼을 만들기 시작했다. 

남편은 뜨거운 물을 부어 불려 먹고 나는 무지방 우유를 넣어 꿀과 먹는 우리의 아침 식사. 

계피 가루나 견과류를 넣고 블루베리까지 올리면 금상첨화!


마트에선 귀리 시리얼은 찾기도 힘들고 첨가물이 들어있을까 걱정되어 직접 만들기로 했다. 

물론 시중에서 파는 부드럽고 납작한 귀리는 아니라 더 거칠고 오래 씹어야 하지만 괜찮다. 

나와 남편이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니까! 


푸드프로세서에 갈아 식힌 귀리 시리얼을 습포제와 플라스틱 보관통에 넣어 두었다.

이게 뭐라고, 쳐다만 봐도 속이 꽉 찬 귀리 알맹이처럼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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