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통닭

by 칠용

그날은 아빠와 둘이 집에 있게 되었다.

이 세상의 수많은 것들을 눈에 담게 된 지 10년도 되지 않은 그때의 나는 부모님과 나, 동생, 이렇게 4명이서 잠에 들고 눈을 뜨는 것만이 인생인 줄 알았다. 그래서 아빠와 단둘이 하룻밤을 보내는 그날이 굉장히 새로웠다.

"연아, 오늘은 우리 둘이 있으니까 맛있는 통닭 시켜 먹을까?"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듯이 양념 통닭은 후라이드보다 조금 더 비쌌고 나는 매콤 달콤한 양념 통닭을 좋아했다.


따끈한 통닭 한 마리가 왔다. 텔레비전 앞에 상을 펴고 앉았다.

통닭이 담긴 상자를 가운데 두고 아빠 그릇, 내 그릇도 양 옆에 놓였다.

상자가 열렸다.

양념통닭 한 마리가 은박호일에 감싸져 있었다.

아빠는 큰 손으로 닭다리 하나를 들어 내 그릇에 올려놓았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닭다리 하나를 다 먹어갈 때쯤 아빠는 아까와 똑같이 생긴 닭다리 하나를 또 주셨다.

어렸던 나는 상자 안의 통닭은 다 같은 거라고 생각했고 각 부위의 이름도 맛도 다르다는 것을 몰랐다.

'분명히 상자가 처음 열렸을 때 이렇게 생긴 것이 두 개가 보였는데.'

내가 그 두 개를 모두 먹었다.


돌이켜보면 아빠의 일상은 우리로 가득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조건적이었고 모든 날들의 목적지는 언제나 우리의 평안이었다.

평일이면 이른 아침부터 회사로 돈을 벌러, 주말이면 우리 가족을 태우고 좋은 곳 구경시켜 주러, 방학이면 어린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물놀이 하러.

내 생일에는 빠짐없이 예쁘고 하얀 케이크와 축하를 건네주고 내가 아빠를 필요로 할 때면 언제든지 달려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빠는 30년 넘게 출근을 하시고 30살이 넘은 나를 볼 때마다 끼니 걱정, 건강 걱정을 하신다.


아빠는 나를 사랑했다.

나에게 닭다리 두 개를 모두 주셨고 그 두 개를 나는 사랑으로 여겼다. 내가 아빠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그 어린 나이에도 깨달을 수 있었다.

험한 세상 속에서도 아무 이유 없이 내 편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아빠는 나를 그렇게 키웠다.

통닭을 먹을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닭다리를 양보하는 것.

크고 좋은 것을 내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이 맛보게 해주고 싶은 것.


지금의 내가 베풀 줄 아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그날의 기억이 또렷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어릴 적 기억은 희미해지기 마련인데, 왜 그날의 아빠의 손은 기억에 남은 걸까.

내 앞에는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게 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 쌓아주고 싶은 것.

나를 희생함에 행복을 느낄 줄 아는 것.


나는 그렇게 통닭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