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by 칠용

토요일 저녁이었다.

평일 내내 치우지 못한 집을 청소하고 다음 주 월요일에 해야 할 교육 내용을 준비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우리 아빠와 전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

딱히 이유는 없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내가 아빠에게 전화를 거는 경우는 마침 필요한 말이 있을 때뿐.

가족이 다 함께 장을 보러 갔는데 아빠가 안 보일 때 어디 있냐거나, 주차하느라 늦게 오는 아빠에게 어디 어디로 오라는 말을 전해야 할 때, 쓰레기를 버리러 나간 아빠에게 오는 길에 우유 좀 사 와 달라고 말할 때.

물론 부모님 집에서 같이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게 습관이 되어서인지, 표현에 소극적인 내 성향 때문인지, 나 혼자 서울로 무작정 올라온 후 떨어져 살게 되었는데도 달라진 게 없다.

내 친한 친구는 점심은 먹었는지, 강아지는 잘 있는지, 저녁은 뭘 먹을 건지 아빠와 수시로 통화하면서 이야기를 하던데 그걸 보면서 신기하면서도 동시에 우리 아빠에게 죄송했다.

참 웃긴 건 그러면서도 난 속으로만 죄송해하고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빠의 기다림이 느껴졌다.

부담 주지 않으려고 하지만 가능하면 자주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 느껴졌다.


3년 전쯤 언젠가 한번 아빠에게 갑자기 전화를 걸었다.

미아동 살 때였는데 동네를 걷다가 문득 아빠가 내 이름이 찍힌 전화를 받으면, 내 목소리를 들으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걸었다.

특별한 일 없이 내가 전화를 거니 조금 놀라신 것 같았다.

단순히 오늘 하루 무얼 하고 무얼 먹었는지 말했을 뿐인데 아빠는 좋아했다.

아빠가 심심할 것 같아서 전화했다고 하니 아빠가 웃었다.


할 말이 딱히 없어서, 전화를 걸 이유가 딱히 없어서 라는 이유는 이유가 될 수 없었다.

적어도 '아빠에게' 전화를 걸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것도 이유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내 이름이 찍힌 전화가 울리면 그게 아빠에게 힘이 되는데.

아무 말이라도 아빠에게 들려주면 그게 아빠에게 재미가 되는데.

낯간지럽고, 너무 당연해서, 언제든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동안 이렇게 살았다.



아빠가 내게 전화를 걸기까지 고민을 하진 않으셨을까 생각해 본다.

통화 중에 잠시 대화가 끊기면 행여나 바쁜데 붙잡고 있을까 봐 마무리하려는 게 보인다.

나는 그게 아니라고 표현하기 위해 이따가 저녁은 무엇을 드시냐는 시답지 않은 질문을 하곤 한다.

그럼 아빠는 계속해서 내게 물어본다.

집이 춥진 않은지 밥은 먹었는지. 잠은 잘 자는지 옷은 따뜻하게 입고 다니는지.

몇 번 하지 않는 통화지만 항상 결론은 같다.

잘 먹고 잘 자는지.

그저 내가 잘 사는지.


"여보세요."


전화를 받고, 집 청소를 하고 있다고 하니 아빠가 물어보았다.


"아빠 안 보고 싶어?"


아빠에게 이런 귀여운 말이 나왔다.

그 순간 눈물이 한 움큼 올라왔다.

안 보고 싶냐는 질문은 내 마음 안에서 이렇게 울렸다.


아빠는 너가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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