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으로 말할 용기가 없어 편지의 힘을 빌리는 당신의 남편으로부터
주말에도 짧게라도 써보려고 했는데 못했어. 도저히 자기 몰래 쓸 수 없더라고.
사실 앞서 작성했던 '원인제공' 편지를 쓰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그런데 그 편지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잖아? 괜히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아 차마 지면으론 옮기지는 못했지. 여기에 간단하게 써 볼게. 듣기 싫겠지만 그래도 잠시만 참아줘.
아무리 내가 원인제공을 한다지만, '자기는 분노유발자야!'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맞아. 내가 번번이 자기의 분노유발 버튼을 누르긴 하지. 그 부분은 인정해. 그래도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못생긴 사람에게 '너 못생겼어'라고 굳이 말할 필요는 없잖아. 난 말의 힘을 믿는 사람이거든.
말한 김에 한 가지 더 부탁할게. 거친 단어나 표현은 삼갔으면 좋겠어. 지면에 쓰기에도 무서운 극단적인 말들 말이야. 물론 진심으로 말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어떤 상황에서건 그런 표현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아무리 감정이 격해있어도.
사실 자기도 알다시피 나는 그런 소리를 들어도 금세 잊어버리잖아. 타격감이 금세 사라진다고. 그럼에도 이렇게 부탁하는 건, 그런 부정적인 말들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야. 그래서 더 속상해. 물론 나부터 조심할게. 자기에게 부끄러운 모습 보이지 않도록 늘 착하고 바른말할 것을 약속할게.
이 외에는 자기에게 바랄 것이 없어. 당신은 나에게 너무 과분한 존재야. 자기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나 그냥 편지글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고' 생각해. 이것을 자기가 굳게 믿었으면 좋겠고, 그 믿음의 토대 위에 언제든 내 앞에서, 세상 안에서 당당했으면 좋겠어.
자기의 환경, 형편, 모습이 어떠하든 당신은 나의 명품이고 자랑이야. 그것을 잊지 마. 알았지?
2025년 1월 13일
대면으로 말할 용기가 없어 편지의 힘을 빌리는 당신의 남편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