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아내가 좋아하는 어묵.
내가 좋아하는 붕어빵.
봄이 오면서 한 동안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의 소확행을 앗아갔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못 받은 돈 받으러 가는 사람처럼 당당하게 나섰다. 어떻게 말 문을 열까? 막막하다. -허브 코헨의 협상의 기술이란 책을 읽었어야 했다- 권위 있는 말을 인용하면 나의 주장에 조금은 힘이 실리리라. 생각해 봤지만 기껏 떠오른 것은 전래동요 <두껍아 두껍아>이다. 기원을 알 수 없는 노래라고 하니 봄도 이 노래를 알 것이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네가 오는 바람에 어묵과 붕어빵을 먹을 수 없게 되었잖아. 이에 상응하는 것을 내어줘"
봄이 말했다.
"쑥과 달래와 냉이를 줄게."
"아냐 아냐, 됐어. 그것들은 맛이 없잖아. 공평하지 않아."
봄은 다시 말했다.
"그럼 도다래 쑥국과 달래장 비빔밥, 냉이 된장찌개는?"
'괜찮은데?'
괜찮다 못해 남는 장사다. 벌써부터 입맛이 돈다. 게다가 영양가도 풍부하다.
못 이기는 척하며 서둘러 거래를 마쳤다. 성공적인 거래다. 봄은 본인이 손해 보았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매년 거저 주다시피 하는 봄. 그의 순진함 때문에 올봄도 나물 요리를 마음껏 먹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