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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아] 04 세상에 나쁜 봄은 없다

내게 그런 핑계 대지 마

by 알파카
운동은 언제 시작해?
응, 날씨 따듯해지면 하려고.
자기 계발 뭐 하나 한다고 하지 않았어?
어, 봄 오면 그때 시작하려고.

겨울 동안 사람들이 가장 많이 했던 핑계.


'봄 되면 (시작)하려고.'


본인의 나약한 결단력과 실행력을 봄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 재밌는 것은 그걸 듣는 사람도 자연스레 납득하고 있더란 말이다. 봄 핑계를 대는 사람이나 그것을 듣는 사람이나 한패다.


졸지에 홀로 피의자 신분이 돼버린 봄. 이유는, 사람들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미루는데 일조했기 때문이란다. 충분히 변론할 수 있지만 그는 침묵했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삼, 이, 일, ! 됐다. 이제 '봄 핑계 프리패스' 유효기간은 끝났다.

때맞춰 등장하는 봄. 그리고 당황하는 사람들. 미루고 싶은 일들과 솔직히 애초에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던 계획에 대해, 지금까지는 당연하다는 듯 봄 핑계를 대면 됐었는데, 앞으로는 아니 된다.


웅성웅성. 사람들이 분주해졌다. 이제 그들의 선택은 단 하나. 그것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핑계를 찾거나. 거봐라. 십중 팔구는 다른 적당한 이유를 찾고 있다. 허허, 능력도 좋지. 금세 다른 핑곗거리를 찾았다. 능숙하게 행동하는 그들을 보니 이런 경험이 많아 보인다.


어쨌든 겨울 동안 사람들이 무언가를 실행하지 않았던 것은, 봄 때문이 아니란 게 증명되었다.


"거 봐요. 내 탓이 아니랬잖소!"


봄이 너무 억울했다며 이제라도 나에게 와서 넋두리를 한다. 난 그 얘기를 모두 들어주었고 내가 사람들에게 잘 얘기해 주겠다고 다. 봄은 괜찮다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 했지만 요즘 봄이랑 많이 친해져서 그런지 이제는 내가 괜찮지 않다.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전하는 게 좋겠다 싶다. 그래서 이 글을 적었다.


모쪼록 이 얘기가 사람들에게 많이 퍼져 봄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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