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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아] 10 아이스브레이킹은 끝났다.

-25년 봄 이야기 종료-

by 알파카

창밖의 눈과 얼음이 사라져서가 아니다.

우리가 봄을 좋아하는 이유는 마음속의 눈과 얼음이 녹아서다.


모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아이스브레이킹이란 걸 한다. 어색한 분위기를 덜고 서로 친해지도록 돕는 활동이다. 이를 통해 적극적인 모임이 되도록 유도하고 더 좋은 결과물을 낸다. 봄이야 말로 최고의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이 아닐까?-실제로 아이스를 브레이킹하며 온다- 겨우내 움츠렸던 활동을 재개하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조금씩 훈풍을 불어넣는다.


'음, 이제 해볼까. 시작해 볼까. 도전해 볼까.'


우리 자신도 알 수 없는 설렘, 동기부여, 기대감과 같은 긍정적인 생각들이 가득 찬다. 이러한 봄의 역할 덕분에 더욱 열정적이고 활기찬 한 해를 보낸다. 올봄도 그렇게 갔다. 다사다난했던 지난 겨울로부터 무거운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매년 그렇듯 자신의 본분을 다했다.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은 없었다. 새로운 날들을 따듯한 날씨에 담아 주었다.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대접할 때 커피잔을 웜업 하여 주듯이 말이다.


나에게도 분명 봄이 가져다주는 뭔가가 있었다.


나무와 꽃을 보면 나에게 말을 건네는 듯했다. 그들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언제나 순수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매년 좋은 메시지를 받고 또 잊기를 반복했다. 이 모든 것이 내가 게을러서다. 귀하고 값진 보석들을 거저 받았는데 부주의한 탓에 모두 잃고 말았다. 올해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봄으로부터 야기한 생각과 깨달음을 핸드폰에 메모해 두고 시간 날 때마다 옮겨 적었다. 3~5월간 9편을 기록했다. 꽤 준수한 성적이다. 글 좀 쓴다는 사람들에겐 껌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겐 실로 대단한 일이다. 더욱 칭찬할 만한 일이 있다.


글을 썼는데 글 쓰는 시간이 없었어요.


글을 썼는데 글 쓰는 시간이 없었다고? 이건 또 무슨 궤변일까. 그러니깐 내 말은 이렇다 할 '글쓰기 시간'을 갖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글을 포함해 모두 열 편의 글은 모두 커피 마시며 10분, 점심시간 20분, 통근버스에서 30분, 이렇게 자투리 시간만을 활용하여 썼다. 그래서 오롯이 핸드폰으로만 작성되었다.


나에게 이 의미는 상당히 크다. '봄'이라는 소재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지만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늘 무슨 일이 있었고 뭔가가 생겼다. 버젓이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커피를 마시며, 기지개를 켜며 '아, 이제 글 좀 써볼까' 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더란 말이다.


하지만 환경 탓을 하고 싶지 않았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설사 중간에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시내버스 타고 단 두 정거장만 가는 시간까지도 글을 썼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기에 잘 썼고 못 썼고를 떠나 매우 만족스럽다. 뭔가 해냈다는 느낌이 든다. 봄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잘했어. 이 경험은 네가 살아가는데 아주 귀한 경험이 될 거야. 그러니깐 앞으로 환경 탓하지 마, 누구 탓하지 마. 네 인생은 네 거야. 네가 만들어가는 거야."


25년 5월 31일. 마지막날까지 봄은 귀한 선물을 주고 간다. , 이제 여름이다. 아이스브레이킹 시간도 끝났겠다 본격적인 25년을 살아가보자. 아직 7개월이나 남았다. 환경 탓, 남 탓 하지 말고, 시간을 아껴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내년 3월 1일에 이렇게 말할 테다.


"어이, 친구 봤나? 나 네 말대로 열심히 살았다. 어때, 이 정도면 괜찮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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