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일기] 03. 조기축구의 의미

지역사회의 일원이 된다는 것

by 알파카

나비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사한 후 출퇴근 시간이 줄었고, 그만큼 집에서 보내는 시간과 수면 시간에 여유가 생겼다. 그러니 부족한 잠을 보충할 필요가 없어져 주말 오전이라는 여유 시간이 턱 하니 생긴 것이다. 출퇴근이 조금 편해지는 정도겠거니 생각했는데, 효과가 주말까지 이어질 줄이야. 완전 럭키비키잖아. 그래서 사람들이 직주근접, 직주근접 하나 보다.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았다. 황금 같은 주말 오전을 어떻게 쓸까. 고심하다 늘 마음속으로만 연모를 해왔던 축구와 새 출발을 하기로 했다. 6년 전까지만 해도 우린 사이가 좋았다. 매주 한 번씩 만나며 희로애락을 함께 했었다. 그런데 현실의 벽을 핑계로 불가불 그에게 이별통보를 했고, 그 후 난 마음속으로만 연모하는 중이었다.


누구나 그렇듯 한때 헤어진 이와 다시 만남을 갖는 것은, 처음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한 법. 현재의 안주함에 다가가기를 주저하고 있었던 나는, 회사 자유게시판을 통해 괜찮은 조기축구팀이 김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에 더욱 용기 내어 나아갈 수 있었다. 결과는? 좋은 주선자 덕분에 2주 전부터 행복한 데이트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깨달은 바가 있다. 조기축구는 단순한 취미 이상이라는 것을. 보통 지역 조기축구팀은 그곳에 연고를 둔 주민들이 많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그들과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아직 데면데면하지만- 좀 더 나아가면 이 지역에 대한 궁금증이나 꿀팁 같은 것도 넌지시 여쭙기도 한다. 정착한 지 얼마 안 된 나 같은 이에게 이런 소통창구는 상당히 쏠쏠하다. 웬만한 궁금증은 거의 해결된다. 반 민원고충반이라 생각하면 된다. 땀 흘리며 공도차고 이런 출장 민원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니. 횡재다.


또한 이 지역의 일원이 된 느낌이다. 한 게임 뛴 후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계단에 앉아 있으면, 아재들도-물론 나도 아재지만- 물을 마시고 양말을 내리고 각자의 방법으로 휴식을 취한다. 비 오듯 땀을 흘리며 헉헉 거리면서도 한편 왁자지껄한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난 아무 말 없이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당신은 한때 이방인이었으나 이제는 우리 공동체의 일원이오. 함께 공을 따라다니며 흘린 땀방울과 먼지투성이의 유니폼이 그 증거요."


너무 의미부여를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으나, 그냥 일상 속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이 지역사회의 소속감' 같은 것이 가슴속에 몽글몽글 피어오르더란 말이다.


조기축구! 생각보다 꽤 유의미한 활동이다.


20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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