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일기] 06. 16번 길, 그 식당(2)

오지랖의 대가치고 너무 컸다.

by 알파카

드디어 김포에 입성하는 날. 이삿짐을 대충 두고 식당으로 향했다. 생각할 것도 없이 작은 할머니 배춧국 집이었다. 물론 식당 이름이 따로 있지만 그냥 '작은 할머니 배춧국 집'으로 부르기로 했다.-전편 참조- 바로 며칠 전에 보리밥을 먹었으니 이번엔 '만두전골'이다. '전골'이 주는 풍요로움. '만두'가 주는 가득참. 모자람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두 단어의 합성어는, 아침부터 쫄쫄 굶은 우리 부부의 무의식 속에서 작용한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지난번 주인분과 안면을 텄다고 [오늘 근처로 이사 왔어요], [그때 너무 맛있어서 또 왔어요] 등 평소에 잘하지도 않는 오지랖을 떨었다. 그랬더니 잠시 후 대뜸 '해물파전'과 '막걸리'를 주시는 게 아닌가. 김포로 이사 왔으니 환영의 의미로 주는 거란다. 놀라움, 당황스러움, 감사. 세 개의 감정이 한꺼번에 쓰나미처럼 려왔다. 우리 부부는 어쩔 줄 몰라 벙쪄있다가 고장난 로봇처럼 [에? 에? 안 그러셔도 되는데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요] 반복할 뿐이었다. 오지랖의 대가 치고는 너무 컷다.


고백하건대 지금까지 살면서 [안 그러셔도 되는데] 피상적으로 써왔다. 하지만 이때만큼은 진심이었다. 제발 그렇게 하지 말아 주시기를, 다시 음식과 막걸리를 거둬 가 주시기를 간절히 바랐었다. 서비스로 주신 것 치고는 퀄리티가 너무 훌륭했기 때문이다. 팔아도 될 정도로, 아니 파는 것보다 나았다. 막걸리도 한 잔이 아니라 한 통을 주셨다.


단골손님을 위해 맛보기 용으로 음식을 내어 주는 사장님이 더러 지만, 난 겨우 두 번째 방문이다. 아니면 음식이 구색만 갖춘 정도였다면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파전의 크기로 보나 해물의 양으로 보나, 상식을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거의 수족관이나 다름없었다. 막걸리도 너무 과했다. 때론 호텔에 묵으면 웰컴 드링크를 제공받는 일이 있는데 트로피카 맛이 나는 경박한 단맛의 음료였다. 추측건대 분말가루를 물에 타서 만들었을 것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호텔도 이 정도인데, 일반 식당 사장님이 젊은 부부에게 막걸리 한 통을 웰컴 드링크로 주셨다.

*고 김서령 작가님이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에서 재료 본연에서 나는 것이 아닌 설탕과 같은 단맛을 '경박한 단맛'이라고 표현한 것을 차용함.




세상을 살다 보면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있다. 주로 인간관계에서 발생한다. 누군가의 행위에 대한 목적을 명확히 알 수 없을 때, 뒤 안 닦고 나온 것처럼 찜찜한 경우 말이다. 럴 땐 '이해타산' 공식이나 'Give&Take' 법칙을 상대방에게 적용해 보면 웬만힌 문제는 풀이된다. 왜 저 사람이 그런 호의와 친절을 베풀었는지 그 의도를 은근히 확인할 수 있다. 그럼 나는 뱁새눈을 뜨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음, 그럼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그러나 '작은 할머니 배춧국 집' 주인분의 행동은 내가 아는 법칙과 공식으로 풀 수 없었다. 이 과분한 대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문득 나의 수준으로 상대를 이해하려다 보니, 순수한 의도를 왠지 곡해하고 억지스럽게 끼워 맞추려 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의 좁은 그릇으로 그들의 큰 그릇을 포개려 하니 계속해서 앞뒤와 인과가 안 맞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나는 그들이 한 말을 있는 그대로 믿기로 했다. [김포로 이사 왔으니 환영의 의미로 준다]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내가 살면서 그렇게 베풀지 못했다고 다른 사람도 결코 그런 것이 아닌데. 하마터면 그들의 선의를 평가절하하고 기만할 뻔했다. 뒤늦게나마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음이 풍요롭고 가득 차신 분들. 그 사장님 부부야말로 진정 '인간 만두전골'이 아닐까.


이삿날. 만두전골을 입으로 또한 마음으로 맛보았으니 두배로 배부른 날이다.


20250619


keyword
작가의 이전글[김포일기] 05. 16번 길, 그 식당(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