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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영 Jan 09. 2024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어떤 꿈을 꾸었던가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내 나이가 마흔이 되어있었다. 아니, 이제는 만 나이로 계산하라고 하니 마흔을 코앞 직전에 앞둔 나이가 되어있었다고 해야 할까?


이제는 어느덧 내가 걸어온 삶을 반추하며 인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15년 차 공교육 초등교사로서의 삶을 마무리 짓고

회사원이 된 지 3주가 지났다.


학교 안에서는 나름 진지하고 성실하게 매 순간을 살아왔고, 교육학이라는 학문 영역에도 탐구심을 갖고 열성을 가져봤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에도 작고 가냘픈 영혼의 아이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늘 품고 살았었다.


그랬던 내가 후회도 미련도 없이,

그동안 내 삶의 흔적들이 전혀 인정받을 수 없는

낯선 곳으로 가서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해 보겠다는 각오로 학교 밖을 나선 것이다.


그것이 온전히 내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내 인생 경로에 꼭 겪어내야만 했던 설정된 시나리오에 따른 선택이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아직은 가끔 아이들이 그립다.

그냥 아이들의 눈빛이 그립다.

아이들의 목소리도 그립다.


하지만 이 모든 그리움의 감정들은 돌이킬 수 없는 헤어짐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어쩌면 그렇게, 차라리 학교 밖으로 한 발자국 물러나서 아이들과 공교육 장면들을 추억 속에서 헤아리며 그리워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른다.

모든 걸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안에서 내가 감당해야 했던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의 흔적들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죽음 저 너머 또 다른 세계의 존재 그리고 빛과 사랑의 존재를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온 매 순간의 장면을 진실된 눈으로 바라보려고 애쓰며 살아갈 뿐이다.


나의 존재가 세상을 밝히는데 쓰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좀 더 따뜻하고 정감 있게

느껴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마음을 가진 어른들이 많아지길 간절히 소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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