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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영 Mar 02. 2024

나 홀로 대만 타이베이 여행기 2편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여자, 최은영의 개똥철학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추구하는 어떤 이상적인 스스로의 자아상을 막연하게나마 품고 산다.


나 역시 그렇다.

내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내 모습이 몇 가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내 모습 중 하나는 바로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사람'이다.


막연하게 혼자 있어도 그 고독함마저 즐기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나 보다.

어쩌면 '혼자서도 외롭지 않아야 여럿이 있어도 외롭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찰떡같이 내 심장에 달라붙었던 특정한 과거 어떤 순간이 있었을 수도 있다.


어찌했건 그렇게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사람'은 어느덧 내 정체성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란 사람은 종종 홀로 있는 시간들을 일부러 즐겨 찾곤 한다.

주말에는 때때로 일부러 혼자 산책을 나가기도 한다. 동네 한 바퀴를 홀로 빙빙- 걷는다.


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무심하게 바라보다가 하늘 위에서 짹짹거리며 날아가는 새에게 마음으로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홀로 외롭지 않은 시간들에 제법 익숙한 나이기에 이번 여행도 큰 불편함이 없었다.

그런 내 마음을 의식적으로 알아차린 순간에는 혼자서도 잘 지내려는 내 마음이 다소 자랑스러운 '자긍심'에 가까운 건지 아니면 고독을 즐기는 듯 멋스러워 보이고 싶은 '허영심'인 건지 모르겠다 싶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알다가도 모르겠는 게 바로 인생 아니겠는가?

알다가도 모르겠는 게 인생을 살아가는 내 마음인 것이고 말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게 지금은 아는 듯싶어도 언젠가는 잘 모르겠는 순간이 올 수도 있는 것이고 말이다. 이제 그 정도는 알 것 같은 나이를 지나고 있다.



타이베이 중산 카페거리 신선한 수제 생크림 스콘을 맛볼 수 있는 카페 안


혼자 걷다가 쌀쌀한 추위를 피하고 싶어질 때에는 아기자기한 카페를 찾아 들어간다. 꼬수운 커피 향기와 달콤한 디저트를 곁들여 먹을 때면 '이런 게 바로 행복이지' 싶은 마음이 자동으로 솟구쳐 오른다.


그럴 때 보면  나란 사람은 참으로 단순하다.



계란 부침 안에 영양가를 맞춘 채소들이 고소한 식감으로 어우러진 점심 메뉴 플레이팅




다만 혼자 하는 타국의 여행지에서는 매 끼니의 화려한 식사도 계속해서 혼자 해야만 한다는 섭섭함이 있다.

어쩔 수 없이 일부러 사람이 복작대지 않는 조용한 시간대에 테이블 수가 많지는 않은 아담한 공간에서 나 혼자만의 우아한 식사시간을 누릴 수 있는 곳을 찾아보게 된다.


 동양적이면서도 나에게는 적당히 이국적인, 식당보다는 카페 느낌이 풍기는 곳에 들어가서 한쪽 구석진 테이블에 홀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이국적인 메뉴를 눈과 입으로 즐겨보았다. 그리고 행복했던 여행의 추억의 사진으로 남겨졌다.





홀로 걷는 게 조금 무료해진 여행길에는 미술관을 찾는다. 이번 타이베이에서 동시대 현대 미술을 관람할 수 있는 두 번의 경험을 나에게 선물했다.


 '태북 당대예술관'과 '타이베이 시립 미술관' 두 곳에 잠시동안 머물면서 '미술을 좋아하는 나'라는 또 다른 스스로의 정체성을 한번 더 단단하게 느껴보았다.


-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찾아갔던 타이베이 시립 미술관 풍경 -


- 화창하게 맑은 날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태북 당대예술관 풍경 -


미술을 좋아하는 나조차도 동시대 현대미술 작품 앞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유명한 미술관 전시작으로서 내가 마주하고 있는 작품들 안에 얼마나 심오한 작가의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머리를 골똘히 집중해서 유추해 내야 하는 게 바람직한 관람자의 태도라는 것도 머리로는 잘 알고 있지만, 머리와 심장이 늘 함께 어우러질 수는 없지 않은가!


사실 고백하건대...

내가 미술관을 종종 일부러 찾아서 방문하는 이유는 미술 작품 하나하나에 진지한 애정과 관심을 품는다기 보다, 그저 미술관 전체가 풍기는 고즈넉한 세련미가 늘 그립고 좋기 때문일 뿐이다.

아파트와 상업성을 대놓고 뽐내는 상가 건물로 빽빽한 현대의 도심 풍경 안에서 미술관 건축은 자신만의 독특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내가 방문했던 모든 미술관은 각각이 서로 다르지만, 모두들 그러했다.



타이베이 중심지에서 한 시간 정도 먼 거리에 있는 '단수이'에 가면 푸르른 바다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대만은 섬나라인데, 도심지에서만 시간을 보내기는 좀 아쉽다는 마음에 하루 정도는 일부러 넉넉하게 일정을 비워서 단수이로 발걸음을 향했다.


 단수이에 가면 바다를 볼 수 있을뿐더러 한국인에게 익숙한 '말할 수 없는 비밀' 대만 영화 촬영지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렇게 단수이에 가서는 청초하고 순수한 대만 청춘의 러브 스토리를 그려낸 영화의 느낌 그대로를 시간의 쫓김 없이 천천히 느껴보았다.



단수이 바닷가 바로 앞의 스타벅스 안에서 간단한 홍차와 브런치
비 내리는 풍경 속의 홍마오청 건축물 한편


바다 앞의 소백궁 전경




홍마오청과 진리대학교에서 소백궁으로 향하는 골목길 사이사이 발견하게 되는 활짝 핀 꽃으로 한 발짝 앞서 봄을 그려볼 수 있었다.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바닷가 마을 단수이!


 골목을 홀로 걷다가 소백궁으로 견학을 가는 초등학교 아이들을 보았다.


혼자 열심히 걷다가 갑자기 골목길에서 마주하게 된 현지 대만의 초등학교 선생님과 아이들을 보고는 괜스레 나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을 솟아올랐다.


지나간 오랜 시간들 속에서 나도 늘 아이들과 그렇게 함께였다는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오르니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뭉클한 감정도 순간적으로 나를 스쳤다.




우리는 그렇게 세상을 여행하며 마주하는 곳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나와 닮은 이를 통해 그리움과 연민을 느끼고, 내가 미워하는 이를 통해 내 무의식 안에 가려져있던 숨겨진 두려움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세상을 여행하며 만난 이들을 통해 발견한 내 모습을 알아차리며 미처 몰랐던 내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그런 게 바로 여행의 묘미인가 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매 순간 나에게 주어지는 삶을 여행하듯이 살아야 하는가 보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마주하게 될 미래 시점의 '온전한 나'에게 '내 삶 전부'를 빠짐없이 고백해야 하는 우리 모두는 외부 세계의 대상과 타인에게 집중함과 동시에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하고 안아주어야만 한다는 숙명을 타고난 영혼들이니 말이다.


 우연하게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을 마주하며 과거의 삶도 다시 그려본다. 그렇게 내가 지나온 삶도 그저 아름다운 추억 속의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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