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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영 Mar 01. 2024

나 홀로 대만 타이베이 여행기 1편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여자, 최은영의 개똥철학 



2024년 2월 겨울의 끝 무렵...


3달 간격으로 두 번의 사직서를 내고 자유로운 존재가 된 내 영혼은 별생각 없이 가볍게 나 홀로 여행을 떠났다.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홀로 됨을 유유자적 누려보고 싶은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인지라 너무 멀지는 않고 혼자 여행하기에 부담이 없는 곳이며,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곳으로 떠나보기로 했다. 


그렇게 나답게 별 고민 없이 즉흥적으로 떠난 곳, 대만의 타이베이!


혼자 하는 여행의 진국은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을 바라보며 하루종일 매 순간을 그저 '무심한 관찰자'로 지내볼 수 있다는 그 특별한 맛에 있다. 여행지의 추억을 나눌 가족과 친구가 없어 조금은 외롭지만, 살면서 언제 또 이렇게 내가 마주하는 삶의 장면들을 무심하고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겠는가?


그 어떤 사심이 한 숟가락도 더해지지 않은 심심한, 그저 담백하기만 한 풍경들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순간들을 마주하다 보면 현대의 인간 존재로서 깨끗하게 지워내기는 어려운 미래에 관한 막연한 불안감도 잊히기 마련이다.  


여행의 매 순간 나는 그저 신체의 두 발로 땅을 디뎌 걸어 다니며 현존하는 관찰자일 뿐이다.


타이베이 중산 카페거리의 야경과 사람들 

 

여행 내내 사람들이 주고받는 '나로서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말'이 너무나 정겹게만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중국말의 성조가 전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다니 놀라웠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오직 '谢谢 셰셰' 그리고 '好 하오' 일 뿐이다. 중국어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에 관심을 기울여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으니 그들의 대화는 그저 무조건 '해석 없는 느낌'만 남겨진 채 홀연히 내 존재를 통과해 버린다. 


부담 없는 친절함과 자연스러운 표정들이 살아있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의 어린 시절, 1990년대 내가 살던 대한민국의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것 같기도 하다. 


대만에 도착한 첫날밤, 숙소 호텔로 향하는 젊은 택시기사가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자신의 한국 여행에 관한 기억 몇 가지를 이야기 중에는 한국의 택시 기사에게 들었던 강렬한 욕설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 영화에서도 들어서 알고 있다는 그 욕을 택시 기사에게 여행 중 진짜로 들었다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서 잠시 혼자 부끄러움을 삼켜야만 했다.


아주 오래전 나의 학창 시절 어느 무렵 읽었던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이 문득 떠오른다.

한국 사회에는 '사람 사이의 정(情)'이 있지만 파리 사회가 공유하는 '똘레랑스'가 없다고 말했던 홍세화 작가의 이야기에 도대체 '똘레랑스'가 무엇인지 열심히 찾아보며 곱씹었던 기특한 어린 시절의 내 모습도 동시에 아른거린다. 


그랬다. 시절, 나의 어린 시절을 보냈던 1990년대 대한민국에는 '사람 사이의 정(情)'이 살아있었나 보다.

지금의 학창 시절을 보내는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유년기 2020년대에 가족이 아닌 세상 밖 대한민국 사람들에게서 '사람 사이의 정(情)' 느껴볼 기회를 얼마큼이나 누리고 사는 건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타이베이 여행자들이 자주 찾는 '융캉제 공원'에 잠시 들렀다. 아주 오래된 나보다 나이가 훨씬 더 많은 키가 큰 무성한 초록 잎사귀의 나무를 만날 때면 그 강인한 생명력과 치유의 에너지에 내 마음도 평화로워진다. 

공원을 안정감 있게 둘러싼 오래된 무성한 나무들과 이름 모를 낯선 세계의 사람들이 어우러진 풍경 안에 내가 있었다.  









공원에 머무는 그 순간동안...


우거진 초록의 향기를 맡으며 나는 그저 평화로운 한 폭의 풍경이 되었다. 









여행지의 낯선 풍경은 골목길에서 바라볼 때 가장 낯설어지는 법이다. 골목길 사이사이를 걷다 보면 지구 곳곳에서 각자의 삶을 무던히도 열심히 살아내는 낯선 이들의 삶을 상상할 수가 있다. 그들이 살아내는 삶은 내가 사는 삶과 얼마나 비슷하고 또 얼마나 다를까? 



사진으로 기록해서 남긴 이 사진 속 골목길 풍경 안을 잠시 스쳐 지나간 남루한 옷차림의 여인이 떠오른다. 세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를 끌어안고 한 손으로는 삶은 계란을 먹으며 지나가던 그 여인을 바라보면서 유난스러울 거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생의 의지를 헤아려보았다.



세 살 정도 된 딸아이를 끌어안고 멍한 눈으로 입 안에 음식을 집어넣었던 내 과거도 떠오른다. 


삶의 모든 장면들을 흘려보낸 세월 속에서 다시 회고하면 그렇게 모든 것들이 그저 하루하루를 담담하게 살아내려 했던 생의 흔적일 뿐일 것이다.





여행하는 며칠 동안에도 나의 생체리듬 그래프는 미세하게 오르락내리락거렸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하나의 기억 덩어리로 묶인 타이베이 여행은 분명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졌다. 그렇지만 매우 섬세하게 기억을 가다듬어보면 어떤 날은 좀 더 고독했고, 어떤 날은 좀 더 힘이 났다. 내가 느꼈던 그 모든 감정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타이베이에 머무는 동안의 날씨는 거의 엇비슷했으니 말이다. 


호텔 침대에 누워서 '내면소통' 책의 저자 김주환 교수님의 동영상을 잠시 보았다.  인간이란 존재는 원래 본디 스스로의 생각을 통제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느낌을 통해 생각이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는 있다고 했다. 그러니 신체가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그런 경험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숙소 근처 백화점 아래 딘타이펑 가게에서 포장해 온 샤오롱바오의 육즙을 입 안에 머금고 '이 맛이구나!' 즐거운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김주환 교수님의 이야기는 진실이었음을 확인해 보았다. 쓸데없는 생각으로 괴로울 때에는 맛있는 음식을 기분 좋은 만큼 꼭꼭 씹어 음미하며 먹어보길 추천한다. 


물론 우아하게 앉아 호흡 명상을 하고, 따뜻한 차 한잔의 온기와 흐름을 온몸으로 느껴준다면 더욱 바람직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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