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 음향기를 통해 쉬는 시간임을 알려주는 종소리가 울렸어. 종소리가 멈추자, 수업을 하던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책을 덮고 TV의 전원을 끄셨지.
아이들은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책상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몸을 움직였어. 교실 안에서 가장 친밀감을 느끼는 친구에게 달려가서 수업시간 내내 하고 싶지만 참았던 우스개 소리를 꺼내어 놓는 아이들 그리고 다급하게 화장실로 뛰어가는 친구들 몇몇의 모습도 보였어.
그런데 자기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로 주변을 조심스럽게 둘러만 보는 아이가 있었어. 그 낯익은 얼굴의 아이는 바로 현서였어. 학원 강의실에 앉아서 내 수업을 들을 때와는 다르게 무언가 많이 불안하고 불편해 보이는 기색으로, 현서는 자기 자기에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어.
The moom 선생(더문쌤)은 그런 현서를 멍하니 바라만 봤어. 현서의 몸을 에워싸고 있는 냉기가 자신의 심장으로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만 같았지. 더문쌤은 어떻게든 현서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도무지 그 방법을 알 수가 없었어. 현서가 마냥 안쓰럽게만 느껴졌을 뿐이야.
잠시 잠깐 어쩔 줄 몰라서 가슴을 졸이고 있는데 말이야, 현서의 눈빛이 어딘가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거 같았어. '현서가 어디를 보고 있는 거지?' 그 눈빛의 각도를 좇아서 따라가 보려는 순간에 현서의 새까맣고 투명한 눈동자가 점점 커지는 걸 알아차리게 되었어.
현서의 새까만 눈동자가 교실 안 공간 전체를 뒤덮어버렸어. 더문쌤은 그런 현실이 당혹스러웠지.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오른쪽 볼을 살짝 꼬집어보던 더문쌤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어. 왜냐고?
더문쌤이 혼잣말을 하는 사이, 현서는 교실 안에서 사라져 버렸어. 너무나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꿈이라 꿈 속이지만 현실 못지않은 긴장감으로 온몸에 땀이 흐르는 듯싶었지.
그 사이 교실 문이 열리고 아주 낯익은 얼굴의 남자아이가 교실 안으로 들어오는 걸 보았어. 현서보다 조금 더 창백한 얼굴을 한 그 남자아이의 피부는 정체 모를 그림자로 새하얗게 질려있었지.
"외로워." "이곳에서 나만 혼자인 거 같아.""아무도 나 따위에겐 관심이 없잖아" "나 따위, 사라져도 어느 누구 하나 슬퍼하지 않을 거야."
더문쌤의 귓가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어.
"너 누구야?"라고 더문쌤이 묻자, 유달리 새까맣고 투명한 검은 눈동자의 남자아이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봤어.
그 아이는 바로 열여섯 살의 더문쌤 자기 자신이었어. The Moon 선생(더문쌤)은 새까맣고 투명한 눈동자를 한 창백한 고등학생 남자아이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어.
그리고는 화들짝 놀라, 결국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지!
The Moon 선생(더문쌤)은 침대에 누운 채로 눈을 감았다가 떴다가를 몇 번씩 반복했어. 그리고는 지그시 눈을 감고는 깊은 호흡을 시작했어. 코 끝의 감각에 마음을 집중하며 숨이 몸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갔다가 하는 현상을 바라보기 시작했어.
"살아있구나..."
"그냥 외로웠을 뿐이구나."
"그랬던 너를 외면할 필요는 없었는데."
"어쩌면 외로워 보이는 자기 모습이 그저 무심코 너무나 미웠을지도 몰라."
"미워했다면, 미안해......."
The Moon 선생(더문쌤)은 갑자기 자기도 모르게 눈가에 촉촉한 눈물이 고여있는 게 느껴졌어. 그 눈물은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닌 거 같았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섞여있는 거 같았지. 눈물은 서글프고 마음이 아플 때만 흐르는 게 아닌 걸 더문쌤은 잘 알고 있었어. 지나온 시간 속의 자기 자신에 대한 가슴 뭉클한 감정이 솟구쳐 오르는 걸 느꼈을 뿐이지 뭐람?
그렇게 잠시 후, 이번주에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머리 위로 샘솟아 오르기 시작했어.
12:00 달밤에 열리는 더문 선생님의 시크릿 수업 4편
The moon 선생(더문쌤)은 핸드폰 오른쪽 모퉁이 버튼을 살짝 눌러 검은 배경화면 위로 현재 시각을 확인하려 했어. 핸드폰 화면 상단 왼편에 큰 아라비아 숫자 '11:57' 그리고 '8월 24일 토요일' 글씨가 표기되었어.
더문쌤은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대기 중인 아이들의 대략적인 숫자를 가늠하고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시크릿 수업 4편' 방송을 시작하기로 했어.
"안녕!" "한 주가 또 훌쩍 지나가고 오늘이 왔네?"
The Moon선생(더문쌤)이 먼저 반갑게 첫인사를 건네었어. 벌써 네 번째 만남이라 그런지 더 이상 마음 위로 그 어떤 긴장감도 떠오르지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자기 얼굴에 미소가 머금어지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걸 느꼈어.
- 쌤, 안녕하세요! 저희 출석했습니다!!!
- 센스 있게 고정 일요일 시작 깜깜한 밤에 라이브를 오픈해 주셔서, 결석 안 하고 매주 참석하게 되네요. ㅎ
- 오늘 밤에는 저희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려고 하시나요?
- 선생님, 마음 힘드셨던 거 어떻게 좀 정리는 되신 건가요? 지난주 선생님 강의 내용이 가끔씩 생각이 나서 걱정이 조금 되더라고요...
"하하, 얼굴 없는 심야 인생 수업 선생 따위에게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니 영광이구나." "어떻게 사람이 늘 괜찮을 수가 있겠니? 괜찮을 때도 있고 괜찮지 않을 때도 있지만 나를 떠올리고 아껴주는 너희들 마음이 고마워서 살아갈 힘을 내게 되는 거 같네."
- 저희 카페에 몇 명 애들이 수업 소감평 적어둔 거 못 보셨어요? 쌤을 향한 저희의 마음도 눈에 보이지 않는 거지만 저희가 숨기지 않고 드러내보려고 소감평도 작성하고 했잖아요! ㅋㅋ
- 쌤 혹시 연애도 안 하시고 계속 워커홀릭처럼 저희 성적 올려주시려고 일만 하시느라 외롭고 힘들어지신 거 아닌가요?
- ㅋㅋ 쌤 !!! 애들이 되게 순진한 거 같네요. 여기 이 세상 착한 애들만 다 모이는 라방인가 봐요. ㅎㅎㅎ
- 힘을 내소서..... ㅎㅎㅎ
"얘들아! 너희는 살면서 언제 가장 외로움을 느껴봤니? 혹시 이중에 나는 인싸(Insider: 인기 있는 사람)이고 싶은데, 아싸(Outsider: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인 거 같아서 외롭고 힘든 친구들 없니?"
- 많겠죠! ㅎ 쌤 솔직히 자기가 인싸라고 믿고 사는 애들이 몇이나 될까 싶어요.
- 저는 올해는 그래도 괜찮은데, 작년까지 한 2년 동안은 진짜 아싸로 지내서 이제는 뭐 담담해요.
- ㅎㅎ 저는 언제나 인싸! :) 인싸 인생입니다. ㅋㅋㅋㅋㅋ
- 쌤 저는 코로나 지내는 동안 정말 친구들 최대한 안 만나고 지내려고 그랬어서 자발적 아싸예요. 그전엔 인싸가 좋았는데 이제는 아싸도 괜찮습니다.
"그렇구나. 내가 학생이던 시절만 해도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내성적이라 말을 많이 안 하거나 그러면 어른들이 심각하게 우려스러운 눈빛으로 걱정해 주시곤 했는데, 요즘은 '인싸' '아싸' 모두 그냥 하나의 각자 개성으로 존중해 주는 분위기인 건가?"
- 그냥 워낙 말 수가 없고 조용한 아이는 '아싸'인가 보다 하고 마는 거죠. 항상 그런 아이들 교실에 몇 명씩 있잖아요...
- 저는 사람들이 인싸처럼 보는데, 솔직히 진짜 외로움을 많이 타요! 친구 관계에도 현타가 자주 오고요.
- 저는 '아싸'인데, 그냥 제 자신이 찌질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요. 이번 생은 어쩔 수 없는 거죠 뭐.
- 쌤! 오늘은 '인싸' '아싸' 수업인가요? ㅎㅎㅎ
- 쌤은 학창 시절에 인싸였나요?
"지금 돌이켜서 떠올려보면, 나는 진정한 '아싸'로 살아온 거 같아. 물론 지금은 성인이 되고, 생활인으로 돈도 벌고 살아가야만 하니까 스스로 훈련을 해서 '인싸'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긴 하지만 말이야."
- 오오. 쌤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시네요? ㅎ
- ㅎㅎ 내가 쌤 MBTI 추측해 볼까? INFJ? ㅋㅋ
- 나는 INTP에 한표! ㅎㅎㅎ
- 쌤 학교 다닐 때 그럼 많이 외로우셨어요? 친구 많이 없었어요?
- 근데 친구 별로 없어도 외로움 잘 안타는 애들도 있고 친구가 많은 거 같은데도 외로움 잘 타는 애도 있지 않냐? 난 그런 거 같은데!
"지금 돌이켜서 떠올려보면, 나는 진정한 '아싸'로 살아온 거 같아. 물론 지금은 성인이 되고, 생활인으로 돈도 벌고 살아가야만 하니까 스스로 훈련을 해서 '인싸'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긴 하지만 말이야." "근데 나는 내가 '아싸'로 외로운 거 자체보다도 어쩌면, 사람들이 나를 '외롭고 불쌍한 아이'로 바라보는 시선이 더 싫었던 거 같기도 하다."
-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ㅜㅜ
- 샘 근데 어릴 때 인싸보다 아싸로 지낸 사람들 중에 어른 되고 나서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사람들도 많은 거 같기도 하던데요... ㅎ 쌤도 솔직히 어느 정도 성공가도에 이르신 분 같이 느껴지고... ㅎㅎ
- 어쨌든 자발적 아싸가 아니고 뭔가 자신감 없어 보이면서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게 힘들어 보이는 아이들은 좀 안타깝긴 한 거 같아요. 근데 뭘 어떻게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도 없고 말이에요.
- 쌤, 근데 저도 솔직히 말하면 늘 아싸였어요. 저를 좋아해 주는 친구는 거의 없는 거 같긴 해요. 그래서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 할 거 같기도 하고요.
"근데, 얘들아!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죽기 전까지 숨 쉬고 살아가면서 때때로 외롭고 고독하다는 감정에 빠져들게 되는 거 같아." "죽기 전 마지막 순간 모든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한다고 쳐보자." "저는 한 번도 외롭다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게다가 대부분 외로움은 '인간관계' 때문에 비롯되는 건데, 다 큰 어른이라 한들 인간관계가 다 자기 의지대로 뜻대로 이뤄지기만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니?"
-그러네요. 어른들은 대부분 외로워도 외롭지 않은 척하는 거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 아, 그러네... 외롭다고 느끼다가 또 외로움 느낄 새 없이 바쁘게 살다가 뭐 그런 건가?
- 나도 그런 상태인 거 같다! 외롭다가 정신없이 공부하다가 또 잠깐 혼자 외롭다가 그런 상태 ㅋ
- 그럼 외로움이란 피할 수도 없는 거고, 나쁜 거도 아니란 뜻일 수 있겠네요?
- 쌤 그럼, 학창 시절의 외로움이랑 성인의 외로움은 차이가 뭘까요?
"그래. 역시 너희는 초반부터 느껴온 바이지만 정말 남다르다. 내 생각도 그래! 외로움은 그냥 살다 보면 문득 종종 찾아오는 그런 감정인 거 같아. 종종 예상하지 못했는데 하늘에서 천둥 번개 폭풍우 쏟아지는 날이 있듯이 말이야. 갑자기 하늘에서 예상치 못한 비가 내렸다고, 비가 나쁜 건 아니잖니?"
"학창 시절의 외로움과 성인의 외로움이 어떤 차이가 있냐고 물어본 친구의 질문은 정말 예리하다!" "학창 시절에는 자기 자신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어떤 어른이 될지 너무 막연하기만 하니깐, 잠시 자기가 느끼는 그 외로움이 계속 떠나지 않고 자기 스스로가 '늘 외로운 사람'이 될까 봐 더 두려움이 크게 느껴질 수 있겠지." "실제로 내가 어릴 때 그런 마음으로 살았던 거 같기도 해."
-외로운 사람이 되면 안 될 거 같은 마음 때문에 더 외로워질 수도 있는 거 같기도 하네요...
- 쌤 이야기처럼 마치 잠깐 비 오는 장마철을 견뎌내는 것처럼 외로움이 잠시 찾아온 거라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가벼울 수도 있긴 하겠어요. ^^;
- 저도 사실 제 자신이 좀 외로운 사람 같다는 생각 해본 적이 많아요 쌤. ㅜㅜ 인싸 같은 친구가 많이 부럽기도 하고요.
- 근데 늘 외로운 사람도 있긴 할 거 같은데요??
"늘 외로운 사람이 있을 거 같다고 했는데, 사실 그건 불가능해." "맛있는 밥이나 달달구리 간식을 먹으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새파란 하늘에 뜬 하얀 뭉게구름을 보면서 외로움을 처절히 느끼는 사람이 있겠니?"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 중 우리는 참 다양한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에 늘 같은 감정에만 가둬져서 살 수는 없어." "하지만 자기 자신이 늘 변함없이 외로운 사람일까 봐 두려운 감정을 무의식 중에 가슴속에 지니고 있을 수는 있겠지."
- ㅎㅎ 그러네요. 맛있는 거 먹으면서 외로움을 느낀다니 그건 좀 이상하네요 ㅋㅋㅋㅋ
- 맞아. 그러네! 쌤 비유를 어쩜 그렇게 적절하게 드시나요? 신기방기 ㅎㅎ
- 근데 교실 안에서 다른 친구들이랑 재미나게 인싸처럼 어울려 노는 친구를 계속 눈앞에서 지켜봐야 하는 게 좀 학창 시절에는 괴로울 수가 있겠네요.
- 맞아. 어떤 애들은 자기가 인싸인 걸 엄청 자랑스러워하고 일부러 더 즐기는 거 같아 보이기도 하더라!
"얘들아, 근데 외롭고 고독한 감정을 찐하게 느껴본 사람의 인생이야말로 진국처럼 제대로 된 인생의 맛을 느낄 줄 알게 되기도 하더라." "외롭고 고독한 감정을 잘 모르면 진짜 자기를 아껴주는 소중한 사람이 다가와도 그 귀중함을 잘 몰라보기도 하더라고."
- 아! 그런 애들 있어요. 진짜 항상 자기가 인싸라서 누구 와든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기 잘난 맛에만 취해 있는 애들 말이에요.
- 고독하고 외로운 감정을 찐하게 느껴보면 인생의 쓴맛을 좀 봤다는 얘기 아닌가요? ㅋ 인생의 쓴 맛을 좀 느껴봐야 단 맛을 더 아끼고 소중히 여긴다는 이야기??
- 저는 인싸보다 아싸들이 더 속이 깊은 거 같기도 해요 진짜로.
- 야야! 그런 건 편견이야!!! 쌤이 그냥 다 날씨처럼 자연스럽게 왔다 갔다 하는 거라고 했잖아~
-쌤 그럼 저도 외로울 때는 그냥 우중충하게 비 내리는 마음의 날씨 상태라고 주문을 걸어야겠어요.
- ㅋㅋㅋㅋ 마법이냐? 주문을 걸게!
"그래. 얘들아! 그냥 외로움이라는 거, 나쁜 것도 아니고 피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면서 종종 느끼게 되는 그런 마음이라는 거 하나만 늘 가슴속 깊이 명심하고 살면 가끔씩 나에게 외로움이 다가와도 그렇게까지 가슴 아프고 서글퍼지지는 않을 거 같다." "그렇지 않니?"
- 앗! 쌤 저는 매년 새학기마다 스트레스 엄청 심하고, 나중에 대학 가도 어떤 친구들 만나야 할지 그런 고민 많이 했었는데 쌤 이야기 듣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지긴 하네요.
- 맞아. 저는 대부분 인싸들이 적극성이 높아서 성공을 좀 많이 하는 줄 알았는데, 쌤 얘기 들으니 나중에 어른되고 직업생활 하면 다들 필요에 따라 가면 쓰고 잘들 살아가는 거 같네요. 그럼 됐죠 머.
- 어른들이 맨날 친구들이랑 잘 지내야 한다고 좋은 친구 많이 사귀라고 하니까 더 부작용이 나는 거 같아요.
- 맞아! 나도 엄마한테 마음 맞는 친구 없어서 외롭다고 했더니 엄마가 완전 눈물 그렁거리면서 꼬치꼬치 계속 교우관계 캐물어서 난 그 뒤로 아예 엄마한테 이야기를 안 하게 되더라고. ㅋㅋ
"그래그래. 나도 그랬던 거 같아. 외로운 거 부모님께 솔직하게 털어놨다가, 너무 심하게 걱정을 하시니까 그냥 그 상황 자체가 더 피하고만 싶더라고." "그러면서 점점 더 마음이 무겁고 괴로워졌던 거 같기도 하고 말이야." "근데 그 외로움 덕분에 난 혼자 고독한 시간 속에서 처절하게 어떻게 잘 살아가야 할지 고민을 깊이 있게 할 수 있었어." "이만큼 시간이 지나고 중년의 나이가 되니까 말이야, 그때 어린 시절의 그 외로움 덕분에 내 인생이 이만큼 더 발전할 수 있었던 거 아닐까 싶기조차 하다니깐!"
- 그렇군요. 쌤! ㅎㅎ 아, 오늘도 뭔가 인생의 관점이 전환되는 느낌이랄까.... ㅎ
- 쌤 저도 그럼 앞으로 외로움이 찾아와도 즐겨볼게요
- 외로움과 고독을 멋있게 즐기는 법 이런 거 제가 많이 고민해서 나중에 콘텐츠로 만들어 볼까요? ㅋ
- 나는 외로울 때 쌤 이야기 기억해서 꼭 맛있는 거 먹을래. ㅋㅋㅋ 맛있는 거 먹음서 외로움 느끼는 사람 변태 ㅎㅎㅎㅎㅎ
"이 녀석들. ㅎㅎ 오늘도 시간이 무척이나 빨리 지나갔네! 얘들아, 아직 너희 성장기가 다 끝난 건 아니고 더 키 클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으니 얼른 취침 시간을 갖도록 하자. 오늘도 반가웠다. 안녕!"
-쌤 반가웠어요! 담주에 또 만나요~
-얘들아, 굿나잇!
-안녕!!!
-잘자 ~
2024년 8월 25일 밤 12시 35분, The moon 선생(더문쌤)은 푸근한 아빠 미소를 지으면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 채널 창을 닫았어. 물론 얼굴은 보이지 않은 채로 목소리와 채팅 창 글로만 나누는 어설픈 형식의 라이브 방송이지만, 매주마다 다가오는 아이들과의 만남이 자꾸만 기다려지는 마음이 신기하게만 느껴졌어. 더문쌤은 자기 자신이 어린 시절에, 누군가 자신에게도 이런 삶의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지.
그렇게 뿌듯한 마음이 들다가 ...
문득, 걱정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던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어.
'그냥 그것도 그 시절 보통의 평범한 어른들이 자식을 사랑하던 방법일 뿐이니,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떠올랐어.
'그게 그저 그 시절 그 시대 부모님에게 익숙한 방식의 자식 사랑이었을 뿐이었겠지'라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