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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영 Sep 16. 2024

공부 안 하면 인생 망한다고? 정말??

달밤에 열리는 더문쌤의 시크릿 수업 6편

"사람 인생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싶어."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이고 게으르던 네가 어쩌면 더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 같다니!"

"죽기 살기로 공부한 나는 지금 이렇게 중년을 앞두고도 끊임없는 공부 지옥에 빠져 허둥대기나 하네. 병신같이!"


The moon 선생(더문쌤)은 투명한 소주잔에 담긴 알코올 내음으로 심장 한편 아래,

묵직하게 묻어두었던 말 못 할 억울함을 모두 다 날려버리고만 싶었어.


그저 열심히 죽기 살기로 살았을 뿐인데, 모든 게 허망하게만 느껴졌어.

남들 눈에는 특별히 부족할 거 없어 보이는 유명 일타강사일지 몰라도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지.


'그냥, 외로웠어..................'


누구 하나 내 이런 곪아 터진 외로움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너 정도면 먹고살만하잖아"

"다 배부른 소리야."

그렇게들 말하더라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선 이제 더 이상 친구들에게도 속 마음을 털어놓지 않게 되었지.


어쩌다 보니 한 게 공부라서 업으로 아이들 입시 공부를 돕는 일을 하면서도, 마음 한 끝의 찝찝함은 지울 수가 없었어.


"공부 안 하면 인생 망한다."라고 말씀하시던 어른들의 단호한 표정과 눈빛에 압도되어 그 누구보다 성실한 모범생으로 살던 내가...


'이 정도면 망한 인생은 아니겠지,, 하지만 이렇게 살다가 늙어 죽는 것도 왠지 모르게 허망한 거 같아,,, 헛헛해.'


그런 헛헛함을 애써 감추며, 성공한 어른인 척 화려하게 한껏 부풀린 몸짓으로 아이들에게 똑같은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거 같았지.


"성공이 도대체 뭔데?"

"망한 인생은 도대체 뭐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The moon 선생(더문쌤)은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들고 있는 걸 느꼈어.

아이들에게 지금의 자신과 같은 괴로움을 되물려주고 싶지는 않았지. 그 마음 하나는 분명해 보였어.




                           12:00 달밤에 열리는 더문 선생님의 시크릿 수업 6


"공부 안 하면 인생 000" 

" 000에 들어갈 말이 무엇인지 댓글창에 적어보세요."


The Moon 선생(더문쌤)은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며,

화면 가운데 메모창을 띄워 아이들의 반응을 살펴보기로 했어. (라이브 접속자 250명)


- ㅋㅋ 오늘 수업은 너무 뻔한 얘기 아닌가요?

- 공부 안 하면 인생 '망한다'

- 공부 안 하면 인생 '똥 된다' 흐흐

- 공부 안 하면 인생 '포기각' ㅋㅋㅋ

- 쌤! 너무 뻔한 얘기 하시면 재미없어요!

- 싫어요 싫어



" 하하, 이 녀석들!  나 자라던 세대랑은 다르게 좀 더 색다르고 창의적인 이야기가가 좀 나올까 궁금했는데, 별반 다른 게 없네? 아쉬워라." 


- 선생님! 뭐 그런 재미없는 따분한 퀴즈에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죠?

- 공부 안 하면 인생 골로가 ㅋㅋㅋㅋㅋㅋ

- ㅎㅎ 공부 안 하면 인생 나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

- 공부 안 하면 인생 미쳐가 ㅎㅎㅎㅎㅎ

- 쌤 애들 이 밤중에 점점 이상해져 가욧 허걱;;



" 얘들아! 잠깐만!! 근데 너희는 공부 안 하면 진짜 인생 망할까 봐 무섭니?"


- 무섭다기보단... 그냥 그런 말 자체가 싫죠!

- 어쨌든 어른들이 인생 더 많이 살았는데 살아보니 공부 안 하면 인생 망해 보이는가 보죠.

- 저는 무서워요. 진짜 무서워요. 굶어 죽는 인생 될까 봐요.

- 야! 뭘 그렇게까지 생각하냐? 참네..




"그러게. 나도 클 때 그런 말 많이 들으면서 자랐는데, 표현이 거칠고 과장된 거 같긴 해."


"학창 시절에 모범생이 아니었지만, 성공한 사람들로 알려진 이들의 숫자도 엄청나게 많거든"


"실제로 '천재들의 학창 시절'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에 그 여러 증거가 담겨있어."

"책에서는 세상을 바꾼 세계적인 유명인 천재들 60여 명의 학창 시절 특징을 크게 6그룹으로 구분하고 있단다."  각각의 그룹별로 인원수는 편중됨 없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고 말이야.



"첫째 유형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여 꼴찌를 면하지 못했던 천재들'이야."

"둘째는 '학교의 강제, 압박 등을 혐오한 천재들'이지."

"셋째는 '천재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은 아주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낸 천재들'이야."


"이 세 부류의 학생들만 봐도, 학창 시절에는 분명 어른이 되고 나서 이토록 오랜 기간 인류 역사에 이름을 남길만한 뛰어난 업적을 남길 지라도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을 거야."


 "그 외에도 다양한 케이스 범주로 '아예 학교에 다니지 않고 개인교습을 받은 천재들', '불우한 환경 탓에 아예 교육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하여 독학한 천재들', '빛나는 우등생으로 떡잎이 달랐던 천재들'도 있었다고 해."


"물론 그 여러 천재들의 학창 시절을 편의상

여섯 유형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실제로 유형 내에서도 개인별로 천재성을 발휘하기까지의 과정이나 방법도 천차만별로 다양하게 다르지. "


- 쌤 그럼 학창 시절만으로는 그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결정될지 100프로 확신할 수 없다는 말씀인 거죠?

- 쌤 혹시 우리 대한민국 사회는 좀 특수해서 저런 이야기가 안 먹히는 거 아닐까요?

-  그토록 중요한 팩트는 우리 학생들에게 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거죠?

- 저는 천재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ㅎ 그냥 망한 인생만 아니면 됩니다.


"아니야. 얘들아!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야." "학창 시절에 부적응 학생이었는데 어쩌다 우연한 기회를 얻어 유명 비지니스 사업가가 된 사람, 어릴 때는 바보 소리 들었는데 사회적으로 저명한 학자가 된 사람 등등 케이스는 아주 다양하단다."

 

- 쌤 그럼 도대체 왜 어른들은 공부 안 하면 인생 망한다는 협박을 계속하는 거죠?

- 그럼 공부 안 해도 괜찮다는 말씀? ㅎ

- 사람 인생은 아무도 모른다는 이야기인 듯

- 인생 망할까 봐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를 해주고 싶으신가 봐.



"이 녀석들 역시나 머리가 팽팽 돌아갈 때라, 눈치껏 오늘 내가 해주고 싶던 이야기를 다 정리까지 해주는구나."


"인간의 뇌는 원래 생존과 연결되어 강력한 두려움을 느낄 때 그걸 피하려는 최고의 동력이 발휘되는 법이거든."


"그래서 '공부 잘하면 인생 성공한다.' 보다는 '공부 못하면 인생 망한다.'는 이야기가 훨씬 더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강하게 일으키는 거야."


"엉덩이 오래 붙이고 끈기 있게 공부하는 과정이 인간의 뇌 입장에서는 큰 불편함을 야기시키니까,

구태여 성공한 인생 사느니, 적당히 보통으로 평범하게 살자는 생각을 떠올리기 쉽거든."


"그렇지만 그 어느 누구도 자기 인생이 망할지 모른다는 생존의 절박한 두려움을 느끼게 되면 무조건 공부를 열심히 해야만 할 거 같은 심적인 프레스를 느끼게 되는 거야."


"그러니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 목적 단 하나만 염두한다면, 뇌과학적 기제로서 공부 안 하면 인생 망한다는 말만큼 효율적인 말이 없을 거란 거지."


- 아하! 그렇군요. 어른들이 과하게 협박하는 거 같아서 불쾌했는데, 동기부여의 효율성 관점으로 그게 효과적이고 강력하니까 그랬구나 좀 이해가 되네요.

- 좀 신기하네요. ㅎㅎ 저도 공부 잘하면 인생 성공확률 높아진다는 이야기 정도로만 들었으면 그냥 다 적당히 포기하고 싶어 졌을 거 같기도 해요.

- 오오, 그러네. ㅎㅎ


"그렇지만 얘들아! 이 세상만사 모든 것들은 결국 에너지의 균형점 즉, 중용과 조화가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가 된단다."


"동기부여 측면에서는 생존과 직결된 두려움을 자극하는 게 가장 빠른 효율성을 주는 게 맞아."


" 하지만 장기적으로 너무 과도하게 오랜 시간 생존형 불안만 느낄 경우, 삶을 살아가며 누려야 하는 즐거움과 행복을 잊고 살게 하는 거지."


- 그렇군요. 쌤 저는 생존형 두려움을 너무 오래 느껴와서 삶의 즐거움을 잊어버린 거 같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 쌤 ! 제 친구들과는 달리 저는 아직 살아 있어요. 맛있는 거 먹고, 주말에 늦잠 자는 게 세상 제일 행복하거든요.

- 쌤!!! 생존형 불안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밸런스를 맞춰서 생존과 무관하게 나를 즐겁게 해주는 기쁨을 찾아 누리라는 말이죠?

- 오오. 쌤, 애들 상황 정리 사고력이 아주 훌륭하네요.


" 하하, 얘들아. 맞아. 생존에 유리한지 불리한지 그와 무관하게 우리가 일상에서 평범하게 누리는 것들이 삶의 기쁨이 된다는 거 잊지 말으렴."


" 마음 맞는 친구랑 대화 나눌 때, 따뜻한 물에 쾌적하게 샤워할 때, 재미있는 책이나 코미디 영상 보면서 배꼽 잡고 웃을 때 그런 모든 것들이 너희들 삶을 살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장면들이야."


- 넵. 쌤 오늘도 중요한 인생 가르침 감사합니다.

- ㅎㅎ 쌤, 마음이 많이 편해지네요. 저도 감사합니다.

- 쌤 이야기 듣다 보니 인생은 길게 살아봐야 아는 거니깐 너무 빨리 낙담하지 말고 스스로를 좀 믿어주고 격려해주고 싶어 집니다.

- 쌤!! 망한 인생 따위는 없습니다. 맞죠? 그저 동기부여 차원의 자극 멘트일 뿐!!!!!!!!!!!!!



"그래그래. 얘들아, 오늘도 밤늦게까지 함께해 줘서 너무 고마워. 고단한 학창 시절을  견뎌내어 주느라 고생이 많다. 힘내자!!!"


"잘 자렴. 안녕!"



2024년 9월 15일, 12시 43분, The moon 선생(더문쌤)은 사뿐한 미소를 머금으며 라이브 방송 종료 버튼을 눌렀어.


이 세상에는 망한 인생 따위가 없다는 걸,


그저 묵묵히 각자의 삶을 살아내면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누리며 살면 그만이라는 걸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었거든.

 

내 인생이 망한 인생 따위로 평가될까 봐 얼마나 무수히 많은 현대인들이 과잉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는지 알 거 같은데,


그런 무의식적 두려움을 과도하게 아이들에게까지 대물림 해주고 싶지는 않았어.


아이들에게 내가 깨우친 것들을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뿐이었지.


더문쌤은 그렇게 평화로운 마음으로 잠을 청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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