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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이 전해준 마법

비 오는 날 서점에서

by 클래식한게 좋아

서점에 들렀던 오후, 하늘은 갑자기 짙은 구름으로 가득 차더니 금세 비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빗줄기는 세상이 회색으로 물든 것처럼 보였습니다. 서점 안은 비 덕분인지 한층 더 조용했고, 책을 넘기는 소리와 잔잔한 음악만이 이따금씩 귓가에 스며들었습니다.


책을 몇 권 집어 들고 읽고 나니, 어느새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슬슬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문 밖으로 발을 내딛으려는데, 빗줄기는 더 거세졌습니다. 저는 그제야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비를 맞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서점 한편에 마련된 작은 의자에 앉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창밖을 바라보며 비 내리는 풍경을 보고 있으니, 마음 한편이 왠지 모르게 차분해졌습니다. 빗방울이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은 어렸을 적 창문에 얼굴을 대고 비 오는 날을 바라보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때는 비 오는 날이 그저 신기하고 즐거웠습니다. 우산을 쓰지 않고도 비를 맞으며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네요. 비를 맞는다는 생각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찬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점은 점점 더 고요해졌습니다. 서점 안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고, 저만이 남아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빗소리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들려왔고, 저는 비가 그치기를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그때, 서점 주인께서 제게 다가오셨습니다. 평소에도 자주 뵙던 분이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뵙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제 곁에 서더니, 조용히 우산을 내미셨습니다. "우산이 없으신 것 같아 제가 드리려고요. 오늘 같은 날씨엔 비를 맞으면 감기 걸리기 쉬우니까요."


따뜻한 미소와 함께 건네주신 우산은 그 어떤 말보다도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비를 맞고 돌아왔을 때 엄마가 건네주신 따뜻한 수건처럼, 서점 주인께서 주신 우산은 제게 온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집에 무사히 갈 수 있겠네요.” 저는 진심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주인서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웃으셨습니다. "이 서점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책도, 사람도, 이렇게 인연이 닿는 순간들도요."


서점을 나서며 우산을 펼쳤습니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은 제 마음을 가득 채웠습니다. 비가 아무리 세차게 내려도 이 우산 하나면 충분할 것만 같았습니다. 길을 걷는 동안, 비가 내리는 소리와 함께 따뜻한 마음이 제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이 우산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함을 전해주는 마법 같은 도구일지도 모릅니다.

비는 어느새 그쳤고, 맑은 하늘이 드러났습니다. 서점 주인께서 건네주신 우산은 이제 제 손에 있지 않지만, 그날의 기억과 감동은 제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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