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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Mar 17. 2020

N잡러 워커홀릭이 집콕을 하며 배운 것들



코로나로 인해 3월, 콕을 하는 시간이 생겼다.


멍하니 멍을 때리는 시간이 생겼다.


아, 이렇게 사는 하루도 있구나?


그렇다면 나는 왜 그토록

그동안 더 바쁘게 살지 못해 안달이었을까?


그 근원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돌아보게 되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다.


엄마는 첫째의 사교육비로도 부담이 컸기에
둘째인 나는 학원을 보내지 않으셨다.


친구들이 모두 방과후 학원을 갈 때

나는 늘 집으로, 방으로 향했다.

이제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해하며
가방을 내려놓는 나에게,

마침 우리 집에 놀러와 계시던 옆동 아주머니가 말하셨다.


'어이구 ! 동네 백수 왔어?'

'....???'



어린 나이에 '동네 백수'라는 표현이
마음에 꽂혔는지

성인이 된 후 나는
'노는 것'에 대한 불안과 죄책감을 얻었다.


그 아주머니 딸은 나와 동갑내기 친구였는데

서예부터 영어까지 안 배우는 과목이 없었다.

그 친구와 놀다가 서예학원에 갈 시간이라고 하면

서예학원을 따라갔다가

원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밖에서 친구의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기억도 난다.




그렇게 사교육이 주어지지 못했던 성장기를 지나 성인이 된 후에는

'교육'과 '배움'에 대한 갈증을 내 힘으로 채워나가는 것이 참 즐거웠다.

 

대학생 때는 새벽 첫 차를 타고 6시에 시작하는 1교시 영어수업을 듣고

학교든, 도서관이든 가서 공부를 하는 게 좋았고

공강 때마다 취재를 가고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기사를 쓰며
한 사람 한 사람을 책이라고 생각하며 인생 배움을 얻었다.

취업 후에도 늘 스터디를 병행하며 더 배우고, 지식을 찾아 채우고,

시험을 치르는 일이 보람됐다.

'배움'이 나에겐 '놀이'였기에

배운다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찾아 소화했더니

31살이 된 지금 크고 작은 커리어들이많이 쌓여있었다.


하나하나 너무나 다 소중하고

땀과 노력과 추억이 서려있는 일들이었기에

보기만 해도 행복한 나의 2030 필모그래피다.




그러다 난생 처음으로 요즘 강제 집콕에 처해졌다

처음엔 누가 눈치 준 것도 아닌데 눈치가 보였다

으이구, 동네 백수 왔어?

그 말 한마디가 들려오는 것처럼

헌데 그렇게 낯선 하루이틀이 지나면서
한 주가 되고
두 주가 되고
한 달을 채워가는 지금
비로소 여백을 누리게 된다.

책 읽고 싶을 때 책 읽고

지금이 아니었으면 접하지 못했을
작가의 생각에 감탄하고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나름 '에세이'라며 끄적이다가

음악 듣고 싶을 때 음악 듣고

유튜브도 만들고



2월 크리에이터 멘토링 때
#대도서관 님이
나에게 던진 어려운 질문이 하나 있었다


"진짜로 좋아하는 게 뭐에요?

 누가 시켜서 하는 거 말고

 진짜로 혼자 재밌어서 하는 게 뭐에요?"


처음엔 '재미'에 답을 하지 못했다.


'열심히 사는 게 재밌어요' 라고 되뇌였을 정도니... ^^;



하지만 3월 강제 집콕 한달동안 자연히 이 질문이 풀렸다.


책 읽고 글 쓰고

콘텐츠를 만들어 카메라 앞에서 말하고

영상을 만들어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것.

좋다.

이제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안다.


어쩌면 그동안 '내가 좋아하는 거 다 해봐야지'하며 추구했던 직업들

기자, 아나운서, PD, 마케터, 작가, 강연자, 컨설턴트 등의 역할은

헛된 시간들이 아니었다.



좋아서 하는 일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중심을 잡게 되었다.


진짜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몰랐을 땐
사실 중심없이 휘둘렸다.


누군가 뭘 한다고 하면 '나도 그거 해야 하는데...' 불안했는데
지금은 '내 비전과 전혀 상관 없는 일인걸~'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도 하고

그 사람이 정말 잘 되길 바라며 진심으로 축하해준다.


이제서야 내 속도에 맞춰, 내 방향에 맞춰

걸어가는 법을 터득했다.


이렇게
불안의 시간은
마침내 불안을 걷어내는 시간이 되었다.


#민지적시점 #에세이

http://youtube.com/dreamin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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