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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경 Oct 25. 2017

3 만사 귀찮을 땐, 역시 면요리!

다국적 새우 볶음면

예상 밖의 주인공, 추석 선물로 받은 말린 버섯

월간지 마감, 계간지 마감, 매주 있는 온라인 기사 마감이 한날 모두 끝났다. 덕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누리게 됐다. 낮 12시, 느지막이 일어나 거실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켰다. 그러다 다시 잠이 스르륵 들어 오후 늦게 잠에서 깼다. 지금 밥을 먹으면 남편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엔 애매하다. 우유와 아몬드로 대충 허기를 달랬다. 그럼 저녁에 뭘 해 먹지? 오늘은 한없이 게을러지고 싶은 날이다. 마트를 좋아하지만 장을 보러 가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집안에서 해결하기 위해 주방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다 발견한, 그것. 바로 남편이 직장에서 추석 선물로 받아온 말린 표고버섯과 목이버섯이다. 버섯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최적의 재료다. 우연인지 그 옆에는 지난봄, 태국에서 사 온 팟타이 페이스트가 있다. 먹다 남은 우동 사리도 있다. 저녁으로 버섯을 푸짐하게 넣어 불 위에서 달달 볶은 면 요리를 하면 되겠다. 



표고버섯

| 제철 3~9월

| 고르기 색이 선명하고 주름지지 않은 것.

| 보관하기 손질하여 밀봉한 후 냉장보관.

| 말린 표고버섯 불리기 물을 담은 그릇에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리거나 미지근한 물에 설탕을 넣고 담가 두기.



버섯의 풍미가 가득한 태국&일본풍의 볶음면

우선, 버섯부터 불리기로 했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전기 포트로 물을 끓여서 썼고, 뚜껑을 닫아 열기가 오랫동안 유지되도록 했다. 버섯이 뜨거운 물로 제 몸을 불려 갈 동안 각종 재료를 준비했다. 냉동 해물 모둠을 2줌 꺼내 해동했다. 냉동시킨 양파, 마늘, 파도 꺼냈다. 그런 후, (인스턴트 제품이라 ‘요리’한다고 말하기엔 민망하지만) 팟타이 페이스트를 꺼내 조리법을 읽었다. 그런 후, 우동 사리 2개를 체에 밭치고 전기 포트에 남은 뜨거운 물을 부었다. 국물 없이 기름에 볶기 때문에 면이 잘 풀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버섯이 불어난 상태를 확인하고 가스 불을 켰다. 기름을 두르고 마늘과 양파, 파를 넣고 볶았다. 채소의 향이 나기 시작할 때쯤 버섯을 넣고, 그다음엔 해물을 넣었다. 우동 사리와 팟타이 페이스트가 잘 섞이도록 볶았다. 앗, 페이스트가 부족하다! 조리법만 확인하고 분량은 지나쳤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가다듬고 재빨리 평정을 되찾아 며칠 전, 동네 마트에서 산 똠얌 페이스트를 한 스푼 추가했다. 되직한 페이스트가 추가되자 면이 퍽퍽해졌고 버섯을 불렸던 물을 조금 추가했다. 면이 촉촉하게 소스로 코팅됐다. 불을 끄고 그릇에 담았다. 그렇게 태국 소스를 머금은 일본풍 볶음 우동이 완성됐다.



1 뜨거운 물을 담은 볼에 버섯을 넣어 불리고, 냉동 해물은 해동한다.

2 가락국수 사리 2개를 체에 밭 쳐 뜨거운 물에 살짝 삶은 후, 체에 밭친다.

3 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 양파, 파, 버섯을 볶은 후, 해물, 캔 참치를 넣는다.

4 해물이 익으면 가락국수 사리와 페이스트를 넣고 볶는다. 면이 퍽퍽하면 버섯 불린 물을 추가한다.

*기억나는 대로 작성한 레시피로 정확도는 낮지만 취향대로 응용 가능.



재료에 따라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요리

맛은 대만족이었다. 남편이 추석 선물로 말린 버섯 세트를 내밀었을 때, ‘이걸 어떻게 요리해 먹지?’라며 실망감을 안겨준 이들이 예상 밖의 선전을 펼쳤다.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식감과 오랜 시간 끓인 듯한 깊은 풍미가 볶음면의 맛을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재료들이 풍족하지 못해서 자칫하면 밋밋해질 뻔한 요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 셈. 게다가 나중에 추가한 똠얌 페이스트가 나에게는 결정적인 한방이었다. 매콤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줘 ‘안 넣었으면 어쩔 뻔했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남편은 맵다며 초반에 살짝 고생을 했지만. 볶음면을 먹다 보니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다. (하아, 먹으면서도 먹을 걸 생각하는 나란 사람) 고수나 태국 바질을 추가해서 태국 음식 특유의 향을 진하게 낼 수 있을 테고, 데리야키 소스를 추가하면 퓨전이 아닌 정통 일본식 볶음 우동으로도 즐길 수 있겠다. 아삭한 식감도 내려면 요리 막바지에 숙주를 뜨거운 면 밑에 깔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입맛 따라 재료를 선택해 한 가지 요리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볶음면, 또 다른 재료를 활용해 다음 달 마감 요리로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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