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 말고 꽃꽂이하세요
지난 클래스 막바지에 채소와 꽃의 조합을 생각해보라는 선생님의 말에 핀터레스트에서 이미지를 찾아보았다. 실력도, 배경 지식도 많이 부족하니 머릿속에 꽃에 대한 정보와 이미지를 부지런히 스크랩하자는 생각에서였다. 보면서 생각을 더듬어 보니 작년 이 맘 때 <CookAnd>에서 미니 단호박으로 핼러윈 센터피스를 만들었던 칼럼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채소를 활용할까? 테이블 위에 무언가가 올려져 있었다. 그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자세히 보니 채소들이 있었다. 눈길을 끈 건 미나리, 청경채! 매운탕이나 샤부샤부 끓일 때 즐겨 먹던 채소들이다. 게다가 꽃꽂이에 쓴 사례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 채소들을 가지고 어떤 모양을 낸다는 거지?’ 예상 못한 이들의 등장으로 오늘도 클래스 시작 전부터 혼자 당황해하면서 앞치마를 입었다.
오늘 만드는 베지터블 어레인지먼트는 센터피스의 일종. 플로럴 폼에서 물이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투명한 포장지로 겉을 감싸기로 했다.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늘 그랬듯, 꽃들과 첫인사를 나눴다. 체리블렌디, 카네이션, 메리골드 등 오렌지와 옐로 계열의 꽃들이 많았다. 채소는 호박, 당근, 청경채, 미나리, 블랙고추. 소개를 하면서 선생님은 “오늘 쓰이는 꽃들과 지난 수업 때 쓴 꽃들의 차이점이 뭔지 아세요?”라고 질문했다. 당연히 몰랐다. 아무리 자세히 봐도 다른 점이 떠오르지 않았다. 같이 듣는 수강생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침묵을 깨고 선생님이 답을 알려주었다. “바로 소재가 없다는 점이에요. 왜일까요?” ‘이 또한 알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선생님을 바라보니 “미나리, 청경채가 소재 역할을 할 거거든요.”라고 설명해주었다. ‘아하!’ 채소가 꽃 속에서 ‘나는 채소다!’라며 정체성을 드러내는 게 아니었다. 꽃과 채소의 조화라는 말에서 ‘조화’의 뜻을 다시금 깨달은 순간이었다. 학습 목표를 파악했으니 이제 손을 움직일 차례. 포장지로 감싼 플로럴 폼에 길이로 절반 자른 당근을 앞면에 2개, 뒷면에 2개 붙였다. 그런 후, 잎이 풍성한 청경채도 길이로 절반 잘라 그 옆에 꽂고, 미나리를 조금을 뭉쳐서 빈 공간을 채웠다. 채소를 앞뒤 양옆을 다 채운 후, 호박 절반 잘라 윗면 끄트머리에 꽂았다. 나름의 포인트인 셈이다. 그런 후에는 남은 꽃을 윗면에 꽂았다. 꽃 사이가 어색하거나 그루핑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곳에는 청경채와 미나리로 높낮이를 조절해가며 배치했다.
1 오늘 함께 한 꽃들은 클레마티스, 맨드라미, 벌개미취, 체리블렌디, 카네이션, 메리골드, 구로사바카, 헬레늄, 와이어, 호엽. 채소들은 호박, 당근, 청경채, 미나리, 블랙고추.
2 플로럴 폼을 투명한 포장지로 감싼다.
3 당근을 길이로 절반 자른 후, 앞면과 뒷면에 꽂는다. 청경채도 길이로 절반 자른 후 꽂고, 미나리 소량을 뭉쳐서 빈 공간을 채운다.
4 채소로 플로럴 폼의 측면을 다 채운 후, 윗면에는 호박을 절반 잘라 꽂는다.
5 윗면의 남은 공간에 꽃을 그루핑하여 꽂고 클레마티스, 청경채와 미나리 등으로 채운다.
6 호엽으로 측면을 두른 후, 매듭 을지어 완성한다.
오늘 클래스에서 기억할 내용
| 밴딩
장식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여러 다발의 식물을 노끈이나 핀으로 묶는 것.
| 와인딩
호엽처럼 길쭉한 잎이나 줄기를 휘어 감는 방법.
완성한 후, 선생님이 만든 걸 봤다. 물론, ‘나보다 얼마나 더 예쁘게 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했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클래스를 하면서 깨달은 사실 중에 하나는 ‘재료가 같아도 만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다는 것’. 그 차이가 결국엔 실력인 셈인데 나는 이제 막 꽃꽂이의 세계에 입문한 병아리다. 잘 하는 사람이 한 걸 보면서 내가 놓친 부분을 파악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오늘은 배울 점이 참 많았다. 채소를 소재로 쓴다는 말 그대로 소재로만 쓴 나와 달리, 선생님의 결과물은 더 재치 있었다. 어렸을 때 읽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에 나온 당근을 떠올리며 미나리를 당근의 줄기와 잎처럼 연출하기도 했고, 채소와 꽃이 잘 어우러지게 배치했다. 전체적으로 꽃과 채소의 균형감도 뛰어났다. 그리고 다시 내가 만든 걸 봤다. 아쉬운 부분이 눈에 들어왔지만 내 손길이 곳곳에 닿았던 탓인지 그래도 정이 간다. 화려한 다홍 빛깔이 오늘, 핼러윈 센터피스로도 제격이겠다.
다음 클래스까지 할 과제
다양한 부케의 모양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