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아름다움
지난 수업 말미에 다양한 부케의 종류를 미리 알아보라는 선생님의 당부를 챙길 틈 없이 한 주가 지났다. 수업 내용을 미리 준비하지 않은 탓에 왠지 모르게 허전했다. 게다가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오트쿠틔르' 부케라니! 오트쿠틔르는 디자이너가 고도의 기술로 최고급 원단을 활용하여 제작한 의상을 가리킨다. 디자이너가 구현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콘셉트를 드러낸 의상이기 때문에 화려하며 감각적인 것이 특징. 오트쿠틔르 부케는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만든다. 실제로 파리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이 부케를 들고 런웨이를 걸었다고도 한다. 아직 한국에는 널리 알려진 스타일이 아니다. 우리는 실제로 신부들이 들 수 있도록 전형적인 오트쿠틔르가 아닌, 기존 프렌치 스타일에 접목된 오트쿠틔르를 배우기로 했다. 화려하면서도 내추럴한 프렌치의 멋을 동시에 지닌 부케, 완성된 모습과 분위기를 가늠하기는 어려웠지만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스타일의 부케를 만든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설렜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 만들 부케의 모습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었다. 화이트를 메인 컬러로 삼고 곳곳에 핑크를 섞어서 화사하고 우아한 분위기의 신부에게 어울릴법한 스타일로, 전체적으로 마이크를 닮았다고 했다. 꽃이 모 인부분은 공처럼 동그랗고, 줄기는 쭉 뻗은 형태.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포인트를 주기로 했다. 오늘 사용할 꽃 중, 덴파레는 미리 물을 뿌려 두어 시들시들한 꽃잎을 살린 후 철사로 줄기를 만들었다. 아이비는 물 내림이 심해 마지막에 꺼내기로 했다. 다른 꽃들은 부지런히 컨디셔닝했다. 준비를 마치고 이제 설명대로 꽃을 잡았다. 공 형태의 부케이므로 오늘의 주인공도 얼굴이 동그란 올포러브와 큐피도! 둥근 꽃으로 시작하면 공 형태를 만들기 쉽다는 설명을 따라 올포러브, 큐피도순으로 그루핑했다. 그런 후, 카라, 프록시를 그루핑하고 퐁퐁소국으로 카라의 밑부분을 채우며 그루핑했다. 쿠루쿠마, 스토크도 마찬가지로 그루핑했다. 하는 도중, 내 실력이 미심쩍어 요리보고 조리 보니 가관이었다. 공 형태는커녕 꽃들이 들쭉날쭉, 심지어 움푹 파인 부분도 있었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공 형태를 유지하면서 스파이럴까지 하려니 벅찼나 보다. 처참한 광경에 얼굴에 흙빛이 드리워졌는지 선생님이 다가와 “이럴 땐, 과감하게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게 속 편해요.”라며 나를 대신해 꽃을 해체해주었다. 그리고 올포러브와 큐피도, 카라와 프록시로 공 모양의 기본 틀을 만들어주었다. 선생님의 심폐 소생 덕분에 공 형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런 후, 스파이럴로 모아진 줄기를 살짝 돌려 페럴렐 형태로 바꾸고 테이프로 둘레를 고정했다. 가위로 줄기 끝을 정돈하고 아이비를 대각선으로 둘렀다. 길쭉한 줄기 부분에 덴파레로 포인트를 주는 것으로 부케를 완성했다.
1 오늘 함께 한 꽃들. 올포러브, 큐피도, 카라, 쿠루쿠마, 덴파레, 스토크, 프록시, 퐁퐁소국, 아이비.
2 덴파레는 물을 뿌려 놓고, 아이비는 물처리해놓는다. 나머지 꽃은 컨디셔닝한다.
3 철사를 덴파레 턱 안에 통과시켜 줄기를 만든다.
4 올포러브, 큐피도를 동그란 셰이핑을 살려 그루핑한다.
5 마찬가지 방법으로 카라, 프락시 도그루 핑하고, 퐁퐁소국은 카라의 밑부분을 채우며 그루핑한다. 쿠루쿠마, 스토크를 그루핑 한다.
6 스파이럴한 줄기를 살짝 돌려 페럴렐 형태로 바꾸고 테이프를 둘러 고정한다.
7 가위로 줄기 끝을 정돈한 후, 아이비 두 줄기를 위에서 아래쪽, 대각선 방향으로 와인딩한다.
8 줄기 위에 덴파레를 피닝한다.
오늘 클래스에서 기억할 내용
| 피닝
덴파레를 줄기에 꽂은 것처럼 핀을 사용하여 꽃을 고정시키는 방법.
| 페럴렐(병렬형)
나선형을 그리며 한 방향으로 줄기를 잡는 스파이럴과 달리 쭉 뻗은 줄기를 살려 모양을 잡는 방식.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서로 상반된 매력을 모두 다 갖고 싶어 하는 내 마음에 쏙 들고 형태도 기존의 것과 차별화되는 오트쿠틔르 부케. 보는 각도에 따라 느낌도 조금씩 다르다. 덴파레가 없는 부분은 심플하고, 올포러브와 큐피도가 있는 부분은 로맨틱하다. 줄기 부분을 타고 흐르는 아이비에서는 프렌치 스타일 특유의 내추럴함까지 느껴진다. 한 마디로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부케다. 게다가 이번 부케는 한 번의 실패를 겪은 후 완성한 터라 애착도 남다르다. 손에 쥐고 있던 걸 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힘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이미 한 번 해서인지 손은 전보다 긴장이 풀렸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더 집중하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실력도 더 늘고 꽃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부케는 더 특별하다.
다음 클래스까지 할 과제
꽃이 있는 디저트 테이블 상상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