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조를 통해 알게 된 식물의 매력
올해 초, 지인(지금의 꽃 선생님)이 신논현역 근처에 꽃집을 열었다. 축하 인사할 겸 가게에 들렀는데 식물 화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길쭉길쭉한 줄기에 큼지막한 잎이 달린 모습이 세련돼 보였다. 이름을 물어보니 ‘극락조’라고 했다. 때마침 거실 TV장옆이 조금 휑해서 여기에 둘 인테리어 소품을 찾던 중이었다. 극락조 화분을 여기에 두면 괜찮겠다 싶었다. 그런데 나는 식물을 제대로 길러 보기는커녕 쌩쌩한 식물을 다 죽이는 식물 킬러. 예쁘다고 무턱대고 데려와서 또 죽이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았다. 식물 초보가 기르려면 손이 많이 가면 안 된다. 극락조 관리법부터 물었다. 7~10일마다 물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단다. 너무 많이만 주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이것 빼고는 특별히 신경 쓸 부분도 없고 집 안에서도 충분히 잘 자란다고도 했다. 생각해 보니 공기질도 좋지 않고 통풍도 원활하지 않은, 즉 실내 환경이 척박한 곳의 대명사인 쇼핑몰이나 백화점에서 극락조를 많이 기르는 것도 이러한 이유인가 보다. 예쁘고 물만 잘 주면 된다고 하니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생애 첫 식물이기에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마음속에 저장만 하고 며칠만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 소개 배의 노처럼 생긴 넓적한 잎과 위로 쭉쭉 뻗은 모양새가 특징
| 관리 7~10일마다 물을 주고 볕이 잘 드는 곳에 둔다.
| 주의 잎이 연약해서 상처가 나기 쉬우니 접촉을 피한다.
새 잎이 나기까지 매주 한 달 동안 촬영한 모습
이틀 뒤, 극락조를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백색과 회색, 검은색뿐인 집에 초록색 식물이 들어오니 전에 없던 생동감이 돌았다. 예전에는 조금 삭막했다면 지금은 정말 사람이 살고 있는 집 같았다. 선생님은 물을 열흘 뒤에 주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그렇게 한두 달 키웠다. 극락조가 집에 온 지 세 달쯤 되었을 때였다. 첫눈에 반했던 넓적한 잎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물은 알려준 대로 10일마다 잊지 않고 주었고 행여 상처라도 날까 잎은 만진 적도 없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원인을 파악할 수 없어서 선생님에게 연락했다. 선생님은 ‘물 양을 늘리고 10일이 아니라 7일마다 물을 주라’는 처방을 내렸다. 물 주는 텀이 짧아진 건 더워진 날씨 탓이라고 했다. 물을 준지 딱 7일째 되는 날이라 물을 전보다 많이, 거의 2배 더 주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나니 줄기 사이로 작은 무언가가 삐죽 튀어나왔다. 정체가 궁금해서 자세히 보니 새로운 잎 같기도 했다. 사진을 찍어 선생님에게 보내니 ‘새 잎이 나려고 하는 거예요!’라며 들뜬 목소리로 답해주었다. 극락조를 가족으로 맞이한 뒤에 일어난 첫 번째 긍정적인 변화다. 매일 아침, 눈 뜨면 제일 먼저 잎이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했다. 2시간 뒤, 6시간 뒤의 모습이 궁금할 정도로 기대되고 설렜다. 시간이 흐르면서 잎은 돌돌 말린 채로 커졌고 줄기도 위로 쑥쑥 자랐다. 한 달 남짓 흘러 잎이 제법 두툼해지고 줄기도 다 자란 모습을 보니 이루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해준 거라고는 물 준 것밖에 없는데 알아서 잘 크고 새 잎까지 나다니! 주로 집에서 일하고 시간을 보내는 터라 그 애틋함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식물 킬러가 아니라 식물 기를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자신감까지 얻었다. 이제는 어디에 가든 식물부터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극락조라면 잎의 생김새와 줄기의 크기 등을 살펴보며 우리 집 극락조와 비교하고, 수종이 다르다면 극락조와는 또 다른 개성을 발견하기에 바빴다. 돌이켜 보니 식물을 알아가는 재미가 플라워 클래스를 수강하는 데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 화분 하나로 전에 알지 못한 식물의 세계에 눈을 뜨고,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을 경험하면서 일상이 더 풍요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