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화분 하나가 열어준 식물의 세계

극락조를 통해 알게 된 식물의 매력

by 김현경

우연히 만나 첫눈에 반한 극락조

올해 초, 지인(지금의 꽃 선생님)이 신논현역 근처에 꽃집을 열었다. 축하 인사할 겸 가게에 들렀는데 식물 화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길쭉길쭉한 줄기에 큼지막한 잎이 달린 모습이 세련돼 보였다. 이름을 물어보니 ‘극락조’라고 했다. 때마침 거실 TV장옆이 조금 휑해서 여기에 둘 인테리어 소품을 찾던 중이었다. 극락조 화분을 여기에 두면 괜찮겠다 싶었다. 그런데 나는 식물을 제대로 길러 보기는커녕 쌩쌩한 식물을 다 죽이는 식물 킬러. 예쁘다고 무턱대고 데려와서 또 죽이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았다. 식물 초보가 기르려면 손이 많이 가면 안 된다. 극락조 관리법부터 물었다. 7~10일마다 물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단다. 너무 많이만 주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이것 빼고는 특별히 신경 쓸 부분도 없고 집 안에서도 충분히 잘 자란다고도 했다. 생각해 보니 공기질도 좋지 않고 통풍도 원활하지 않은, 즉 실내 환경이 척박한 곳의 대명사인 쇼핑몰이나 백화점에서 극락조를 많이 기르는 것도 이러한 이유인가 보다. 예쁘고 물만 잘 주면 된다고 하니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생애 첫 식물이기에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마음속에 저장만 하고 며칠만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극락조

| 소개 배의 노처럼 생긴 넓적한 잎과 위로 쭉쭉 뻗은 모양새가 특징

| 관리 7~10일마다 물을 주고 볕이 잘 드는 곳에 둔다.

| 주의 잎이 연약해서 상처가 나기 쉬우니 접촉을 피한다.

새 잎이 나기까지 매주 한 달 동안 촬영한 모습



시간이 흐를수록 짙어지는 식물의 매력

이틀 뒤, 극락조를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백색과 회색, 검은색뿐인 집에 초록색 식물이 들어오니 전에 없던 생동감이 돌았다. 예전에는 조금 삭막했다면 지금은 정말 사람이 살고 있는 집 같았다. 선생님은 물을 열흘 뒤에 주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그렇게 한두 달 키웠다. 극락조가 집에 온 지 세 달쯤 되었을 때였다. 첫눈에 반했던 넓적한 잎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물은 알려준 대로 10일마다 잊지 않고 주었고 행여 상처라도 날까 잎은 만진 적도 없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원인을 파악할 수 없어서 선생님에게 연락했다. 선생님은 ‘물 양을 늘리고 10일이 아니라 7일마다 물을 주라’는 처방을 내렸다. 물 주는 텀이 짧아진 건 더워진 날씨 탓이라고 했다. 물을 준지 딱 7일째 되는 날이라 물을 전보다 많이, 거의 2배 더 주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나니 줄기 사이로 작은 무언가가 삐죽 튀어나왔다. 정체가 궁금해서 자세히 보니 새로운 잎 같기도 했다. 사진을 찍어 선생님에게 보내니 ‘새 잎이 나려고 하는 거예요!’라며 들뜬 목소리로 답해주었다. 극락조를 가족으로 맞이한 뒤에 일어난 첫 번째 긍정적인 변화다. 매일 아침, 눈 뜨면 제일 먼저 잎이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했다. 2시간 뒤, 6시간 뒤의 모습이 궁금할 정도로 기대되고 설렜다. 시간이 흐르면서 잎은 돌돌 말린 채로 커졌고 줄기도 위로 쑥쑥 자랐다. 한 달 남짓 흘러 잎이 제법 두툼해지고 줄기도 다 자란 모습을 보니 이루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해준 거라고는 물 준 것밖에 없는데 알아서 잘 크고 새 잎까지 나다니! 주로 집에서 일하고 시간을 보내는 터라 그 애틋함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식물 킬러가 아니라 식물 기를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자신감까지 얻었다. 이제는 어디에 가든 식물부터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극락조라면 잎의 생김새와 줄기의 크기 등을 살펴보며 우리 집 극락조와 비교하고, 수종이 다르다면 극락조와는 또 다른 개성을 발견하기에 바빴다. 돌이켜 보니 식물을 알아가는 재미가 플라워 클래스를 수강하는 데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 화분 하나로 전에 알지 못한 식물의 세계에 눈을 뜨고,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을 경험하면서 일상이 더 풍요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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