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공간지각 능력을 주세요 -플라워 볼 만들기

구의 방정식을 여기에서 써먹게 될 줄이야

by 김현경

단일 생장점을 찾아서

오늘은 꽃을 공 형태로 만드는 걸 배우는 날. 프랑스에서 화동 부케로 쓰던 것을 화병 위에 놓아 장식용으로 쓰면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형태다. 클래스에서는 화병 위에 놓는 용도로 만들기로 해서 손잡이 역할을 하는 리본은 달지 않기로 했다. 선생님은 주로 쓰게 될 스킬과 주의해야 할 점을 설명해주었다. 오늘의 핵심은 공 형태를 유지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꽃을 꽂을 때 단일 생장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선생님은 줄기 끝을 단일 생장점 방향으로 꽂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막 클래스를 들은 지 일주일밖에 안 된 나는 단일 생장점의 개념부터 알아야 했다. 눈에 보이지 않은 점을 어떻게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문득 고등학생 때 배웠던 구의 방정식에 떠올랐다. 구의 방정식 속 중심이 바로 단일 생장점인 셈. X축, Y축, Z축이 모두 있는 공 형태로 만들려면 어떠한 각도에서 꽃을 꽂던 그 끝이 단일 생장점으로 수렴되어야 한다. 선생님은 단일 생장점의 위치를 쉽게 파악하기 위해 플로럴 폼을 손톱으로 열 십자로 살짝 긋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머리는 이해, 손은 노 이해

‘단일 생장점이 어디에 있는지 감 잡았으니 이제 꽃만 꽂으면 된다’라는 생각도 잠시. 내 의지와 달리 꽃이 단일 생장점이 아닌 쪽으로 푹푹 들어가는 게 아닌가. 잘못 꽂아서 빼고 다시 꽂으려 보니 이미 플로럴 폼에 구멍이 큼직하게 생긴 뒤였다. 이러면 꽂이 고정되지 않는다. 초반에 잘못 꽂은 꽃은 쿨하게 포기하고 ‘앞으로 잘 하자’는 생각으로 작업을 재개했다. 선생님 설명대로 맨 먼저 꽂은 존마티니 2송이를 기준으로 카네이션은 카네이션끼리, 수국은 수국끼리, 소국은 소국끼리 5~8송이씩 그루핑하여 내가 나눈 구역에 꽂았다. 전체적인 스타일을 고려하면서 단일 생장점 찾느라, 꽃의 높낮이를 가늠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꽃꽂이에도 공학적인 사고가 필요하구나’ 싶을 정도. 게다가 아랫부분에 꽃을 꽂는 것도 여간 조마조마한 일이 아니었다. 왼손으로 꽃이 꽂힌 윗부분을 살며시 받치고 오른손으로 꽃을 꽂아야 하는데 손끝에 힘이 들어가면 꽃이 망가질까 신경이 쓰였다. 힘을 너무 빼서 꽃이 플로럴 폼에 잘 들어가지 않기도 했다.



플라워볼 (1).JPG
플라워볼 (3).JPG
플라워볼 (2).JPG
플라워볼 (4).JPG

1 오늘 함께 한 꽃들. 소국, 존마티니, 카네이션, 구슬꽃나무, 수국, 아주까리, 줄 맨드라미, 루스커스와 사진에 나오지 않은 호접, 아스파라거스, 호엽, 아이비.

2 플로럴 폼을 화병에 고정시킨다.

3 존마티니 2송이를 골라 줄기를 자른 뒤, 그루핑하여 플로럴 폼에 꽂는다. 이때, 플로럴 폼에 줄기가 3cm가량 꽂힌다는 생각 하에 줄기를 자른다.

4 카네이션 꽃받침 길이만큼 줄기를 자른 뒤, 3송이가량 그루핑하여 플로럴 폼 양쪽에 꽂는다.

5 수국은 꽃들이 흐드러지지 않게 테이프로 모아서 고정한 뒤, 카네이션 사이에 꽂는다. 이때, 수국 특유의 폭신폭신한 느낌을 살리도록 한다.

6 소국은 7~8송이가량 그루핑하여 두 군데 꽂는다. 이때, 일부를 삐죽 나오게 하면 내추럴한 느낌이 산다.

7 존마티니, 구슬꽃나무를 비롯한 꽃들도 마찬가지로 그루핑하고 남은 재료로 빈 공간을 채운다. 그런 다음 호엽, 줄 맨드라미로 포인트를 준다.

8 꽃을 다 꽂았다면 루스커스를 아래에서 위쪽 방향으로 꽂고, 그 위에 식물용 글루로 호접을 붙인다.


오늘 클래스에서 기억할 내용

| 단일 생장점

플라워 볼이나 토피어리처럼 360도 어느 방향에서 봐도 균형 잡힌 공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유념해야 할 개념. 꽃을 들쭉날쭉하지 않게 꽂지 않도록 주의한다.

| 그루핑

같은 종류의 꽃끼리 모으는 것. 전체적으로 세련되게 연출되며 꽃의 얼굴이 큰 것부터 작은 것 순으로 그루핑하며 남은 공간에는 소재를 꽂으면 풍성해진다.



완성된 듯, 완성된 게 아니었던 너

큼직한 꽃들로 그루핑을 마치고 루스커스, 아스파라거스, 줄 맨드라미로 빈 공간을 채웠다. 그리고 플라워 볼을 들어서 루스커스를 아래에서 위쪽 방향을 꽂았다. 이제 드디어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 호접란을 루스커스에 붙이려 보니 '어머나!' 기준으로 삼았던 존마티니가 정면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 있었다. 이것저것 신경 쓰다 까맣게 잊었나 보다. 부랴부랴 호접란을 붙이려 했던 루스커스를 뽑아 다른 자리에 다시 꽂고, 그 공간에는 다른 꽃으로 채웠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봐 플라워 볼을 들었다 놨다 상하좌우를 꼼꼼하게 살폈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치니 원하는 형태가 갖춰졌고 루스커스에 호접란을 붙이는 것으로 플라워 볼을 완성했다. 지금껏 해왔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머리를 쓰려니 어색했지만 꽃 한 송이 한 송이 볼 때마다 그때 했던 생각과 감정이 떠올라 기분이 묘했다. 물론, 긍정적인 쪽으로. 다음 수업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다음 클래스까지 할 과제

채소와 꽃의 조합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 꽃이 원래 이렇게 힘든 거였나? –부케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