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부케가 남긴 초조, 긴장 그리고 체력 방전
대망의 첫 클래스 날! 분위기도 익힐 겸 선생님에게 꽃에 관한 무지를 더 어필할 겸 클래스 시작 20분 전에 갔다. 핑크와 핫핑크, 피치톤의 꽃들이 넘실댔다. “와, 색감이 정말 곱고 예쁘네요!” 선생님은 “그렇죠? 오늘 이 예쁜 아가들로 로맨틱한 부케를 만들 거예요.”라며 수업에 대한 힌트를 넌지시 주었다. 그 말에 괜스레 또 긴장돼서 무언가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선생님을 도와 포장지를 뜯고 꽃을 화병에 담았다.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 꽃을 미리 만지니 조금은 차분해진 것 같았다.
1시 땡! 정말로 클래스가 시작됐다. 오늘 배울 내용은 로맨틱한 프렌치 부케. 웨딩 매거진에서 일할 때 얼핏 들은 바로는 프렌치 부케는 단정한 형태가 아닌, 식물 본연의 내추럴한 모습을 최대한 살린 스타일이다. 그래서 야외 웨딩에서 선호한다고 기억한다. 처음부터 정형화된 스타일이 아닌 창의성을 요하는 부케를 만들다니! 춤도 외워서 하는 것보다 프리 스타일이 어렵다던데… 하마터면 ‘망했다.’라는 말이 나올 뻔했다. 나의 걱정된 표정을 읽었는지 선생님은 꽃 이름부터 기본적인 테크닉까지 차근차근 알려주는 눈높이 교육을 시전 해주었다. ‘처음이니 부담 갖지 말라’는 격려도.
이론 설명이 끝난 후, 직접 해볼 차례! 컨디셔닝이라는 걸 했다. 줄기에 난 가시와 잎을 가시 제거기로 죽죽 밀어내 제거하고 줄기 끝을 사선으로 잘라 화병에 넣어두는 과정이다. 작업할 때 편할 뿐만 아니라 꽃을 더 오랫동안 생생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힘을 너무 세게 줘서 가시 제거기가 몇 번 나아가지 못하긴 했지만 할 만했다. 몇 번 더 하면 같이 듣는 수강생처럼 빠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힘 조절해가며 부지런히 컨디셔닝을 마쳤다.
드디어 다발을 만들어 갈 순서다. 오른손을 꽃병이라 가정하고 왼손으로 꽃을 들어 오른손에 꽂으면 된다. 이때 포인트는 스파이럴을 지키는 것. '피겨스케이팅도 아니고 웬 스파이럴?' 나도 모르게 갸우뚱하니 선생님의 설명이 긴급 수혈됐다. 스파이럴은 오른손에 꽃을 꽂을 때, 줄기를 한쪽 방향으로 차곡차곡 추가하여 잡는 방식이다. 시계 방향이든 반 시계 방향이든 상관없고, 방향이 중간에 바뀌지 않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꽃이 추가될수록 그루핑한 꽃들이 벌어지고 들쭉날쭉해졌다. 게다가 꽃을 너무 세게 잡았는지 엄지와 검지 사이가 시큰시큰 저렸다. 잠시 내려놓고 싶었지만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터. 선생님 설명 따라가랴, 의도치 않은 나와의 싸움까지 하랴… 꾸역꾸역 하다 보니 어느새 부케가 완성됐다.
1 오늘 함께 한 꽃들. 왼쪽부터 왁스, 아왜나무, 항등골,줄리엣, 베리 로즈, 토파즈, 미니 방울. 이외에도 퐁퐁, 브라이드 블레싱, 베로니카, 쓰립토메인, 케로네, 호엽이 쓰였다.
2 토파즈 2송이, 줄리엣 3송이, 베리로즈 2송이를 시작하로 큼지막한 꽃들을 그루핑한다. 이때, 꽃이 정면을 향하게 하며 형태는 비대칭으로 잡는다.
3 빈 공간을 베로니카 같은 작은 꽃들로 채운다. 이 꽃들이 소재의 역할을 한다.
4 라피아 끈으로 묶은 뒤, 쓰립토메인을 아래에서 위쪽 방향으로 꽂는다.
5 라피아 끈 위를 호엽으로 한 번 더 묶어 자연스러운 느낌을 연출한다.
오늘 클래스에서 기억할 내용
| 컨디셔닝
줄기에 난 가시와 잎을 제거하고 줄기 끝을 사선으로 잘라 꽃병에 넣어두는 작업. 줄기를 사선으로 잘라야 꽃이 흡수하는 물의 양이 많다.
| 스파이럴
꽃을 한 방향으로 차곡차곡 돌려가면서 모양을 잡는 방식. 줄기가 꼬이지 않아 형태를 수정하기가 편하고 줄기가 보호되는 효과도 있다.
생애 처음으로 부케를 만들었는데 인증숏이 빠질 수 없는 법. 두 손으로든 포즈, 한 팔로 쭉 뻗어 부케를 든 포즈, 테이블 위에 자연스럽게 놓은 세팅, 뒤뜰에서 야외 웨딩 분위기로 연출한 세팅 등 장장 1시간에 걸친 포토 타임을 가졌다. 보완할 부분이 많지만 포기하지 않고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상당히 뿌듯했다. “처음인데도 스파이럴을 잘 했어요!”라는 선생님의 칭찬에 얼굴도 살짝 상기됐다. 한껏 고조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믿을 수 없게도 갑자기 온몸에 진이 쫙 빠졌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쑤시고 목도 빳빳해졌다. 꽃꽂이가 체력 소모가 크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게다가 첫 클래스라 일주일 전부터 차곡차곡 쌓인 긴장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풀린 것도 한몫했을 터. 이렇게 나의 첫 플라워 클래스는 초조, 긴장, 뿌듯함, 넉다운의 믹스로 마무리되었다.
다음 클래스까지 할 과제
마리 앙투아네트가 자주 가던 정원과 오늘 만든 부케 비교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