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지만 멋들어진 이파리가 매력, 박쥐란
극락조를 기르면서 식물에 관심이 부쩍 많아진 데다 매주 플라워 클래스 들으러 가니 매장에 진열된 식물들에 자연스럽게는 길이 갔다. 다육식물, 테이블 야자 등 종류를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박쥐란이었다. 사실, 처음엔 이름도 몰랐다. ‘삐죽삐죽한 이파리가 제멋대로 나있는 식물’ 정도였다. 두세 갈래로 갈라진 길쭉한 잎이 특이하면서도 멋졌다. 사람에 비유하자면 뿌리는 풍성하게 볼륨이 살아있고 끝에는 자연스럽게 웨이브 진 포니 테일 같았다. 이름을 물어보니 박쥐란이라고 했다. 원래 나무나 바위에 붙어 서식하는데 그 모습이 박쥐가 매달려 있는 모습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다른 이름도 있다. 잎이 사슴뿔 같아서 staghorn fern이라고도 한다. (참고로 staghorn은 수사슴의 뿔을 뜻한다.) 플랜테리어 좀 안다는 사람들은 이러한 잎의 모양을 살려 자연목에 박쥐란을 부착해 헌팅 트로피처럼 벽면을 꾸민다고. 마음에 든다. 물론, 섣불리 데려와선 안 된다. 관리법을 확인해야 한다. 지금 기르는 극락조의 경우, 운이 좋아 새잎이 나고 잘 자라는 것일 수도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니 물만 충분히 주기만 하면 된단다. 예민하지 않아서 조심할 부분도 특별히 없다고도 했다. 두 번째 가족으로 맞이하기에 자격이 충분하다.
| 소개 박쥐 날개처럼 생긴 길쭉하게 뻗은 잎이 특징
| 관리 7~10일마다 물을 충분히 준다. 바람이 잘 통하고 볕이 직접 들지 않는 곳에 둔다.
| 주의 헌팅 트로피나 공중에 매달아 기를 경우, 통풍에 유의한다.
| 새로운 영양엽(손톱만 한 크기)이 난 모습(좌)과 생식엽이 난 모습(우).
박쥐란의 잎은 기능에 따라 2가지로 나뉜다. (생김새만 특이한 게 아니었다!) 하나는 둥글넓적한 외투엽. 뿌리 부분의 증산 작용을 억제해 생육에 필요한 물을 저장한다. 나무나 바위에 붙어 서식할 수 있는 것도 이 외투엽 덕분이다. 그리고 외투엽은 시간이 지나면서 녹색에서 갈색으로 변한다. 동시에 새로운 잎이 그 위에 한 겹씩 생기면서 뿌리 부분을 감싼다. 가장 안쪽에 있는, 즉 오래된 외투엽은 썩고 이로 인해 발생한 부산물들은 박쥐란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양분이 된다. 외투엽을 영양 엽이라고도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잎은 본엽이다. 사슴뿔을 닮은 그 잎이다. 번식을 담당하는 포자가 달려 있어 포자엽 또는 번식엽이라고도 부른다. 잎 표면에 보송보송한 솜털이 나있는 것도 특징. 박쥐란을 데려오고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몰랐던 사실을 알고 정리해보니 더욱 애정이 가는 듯하다.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라 일주일마다 물을 충분히 주었다. 2~3일에 한 번씩은 분무기로 잎에 직접 물을 주기도 했다. 볕이 직접 들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자리를 잘 잡아주었다. 그렇게 기본에 충실하여 기른 지 3개월이 되던 때, 영양엽 위에 동그란 손톱만 한 무언가가 생겼다. 자세히 보니 영양엽이 새로 난 것 같았다. 섣불리 김칫국 마시는 게 아닌가 싶어 사진으로 찍어 선생님에게 보냈다. ‘새 영양엽이 나려나 봐요!’ 기대했던 답장이 왔다. 그동안 내가 잘 하고 있는지 긴가민가했는데 뿌듯했다. 그리고 잘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에 더욱더 신경을 썼다. 특별 관리(?) 덕분인지, 한 달 뒤 조그마한 잎 하나가 삐죽하고 올라와 있는 게 아닌가. 이번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생님에게 확인했는데 ‘역시나’였다. 한 달 사이로 ‘나 잘 자라고 있어요!’라는 대답을 확실하게 들은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참 기특하다. 우리 집에 잘 적응하고 물도 잘 흡수하고 알아서 성장하는 모습이. 한 번은 바깥공기 쏘이게 해주려다 더위만 먹게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얼마나 싫었을까?’하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쓰라렸다. 앞으로는 실수하지 말고 지금처럼 착실히 잘 길러야겠다.
‘앞으로 아프지 말고 잘 자라렴. 나도 실수하지 않고 잘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