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어레인지먼트로, 드라이 플라워로 생명 불어넣기
클래스를 듣기 전까지 꽃에 마음을 온전히 주지 못했던 이유에는 ‘언젠가는 내 손으로 버려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예쁘다고 좋아할 땐 언제고 시들시들해지니 버리는 것도 아이러니하고, 버려지는 꽃의 처지도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클래스를 들을 때도 그 마음은 여전했다. 생기를 잃은 꽃을 결국엔 내 손으로 버려야 했기 때문이다. 내게 아름다운 꽃의 세계로 인도해주었는데 한편으로는 죄책감마저 들었다. 클래스를 들으면서 이러한 씁쓸한 마음을 선생님에게 얘기했다. 다행히 선생님은 내 마음을 이해하고 클래스마다 선생님은 그날 쓴 꽃의 활용법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꽃마다 시드는 속도가 다르고 수분에 대한 특성에 차이가 있다. 꽃에 생기가 없어질 때쯤, 어레인지먼트를 해체하여 종류, 상태, 줄기의 길이별로 모은다. 그런 후, 전과 다른 형태로 어레인지먼트를 한다. 플라워 볼을 만들었을 땐, 존마티니와 루스커스를 골라 작은 화병에 꽂았다. 선생님은 이때, 절화 보존제나 락스를 넣으면 세균 증식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 당시, 여름이었던 터라 존마티니의 꽃잎이 싱그러워 더욱 마음에 들었다. 최근에는 샹들리에 일부를 활용해 센터피스를 만들었다. 집에 샹들리에를 걸어 둘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짧은 줄기 탓에 어떻게 활용해야 좋을지 머릿속이 복잡해지려던 찰나 생각났던 것이 센터피스였다. 다만, 집에 플로럴 폼을 담을 수반이 없어서 두부 용기를 쓰기로 했다. 높이도 적당하고 넓적해서 그럴듯해 보였다. 곱슬 버들에 고정시킨 어레인지먼트 중, 메인으로 삼았던 것을 떼어 내어 꽃들을 추가로 꽂았다. 특히, 설유화를 여러 방향으로 꽂아 포인트를 주었다. 만들어 놓고 보니 샹들리에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풍긴다. 나름 신경 쓴 설유화의 가녀린 선이 멋스러웠고 전체적으로 클래식한 느낌이 살아난 듯하다. 생화를 좀 더 오래 볼 수 있고 배운 내용을 복습도 할 수 있으니 만족도 100%다.
앞서 말한 방법도 좋지만 절화이기 때문에 그 생명력에는 한계가 있다. 마음이 아프지만 보내줘야 할 꽃과 남겨둘 꽃을 선별해야 한다. 드라이 플라워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이때 기준은 ‘말렸을 때 형태가 아름다운지’이다. 쉽게 말해, 말렸을 때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거나 바스러진다면 드라이 플라워로는 적합하지 않다. 참고로 천일홍, 골든볼, 스프레이 장미, 목화, 수국, 미모사, 스타티스 등은 말렸을 때 색감과 형태가 잘 유지되어 생화 못지않게 아름답다. 꽃을 선별한 후 종류별로 모으고 줄기에 붙어있는 잎과 시들시들한 꽃잎을 모두 떼어낸다. 잎에 수분이 있어 잘 마르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작은 잎들도 모조리 뗀다. 그런 후 꽃이 서로 닿지 않게 주의하며 줄기를 고무줄처럼 신축성 있는 끈으로 묶는다. 건조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걸어둔다. 짧게는 1주, 길게는 8주가량. 매주 꽃이 건조된 상태를 확인하고 파삭한 느낌이 들면 완성된 것. 이밖에도 실리카겔이나 글리세린으로 건조하는 방법도 있다. 플라워 케이크를 만들고 남은 천일홍을 건조해보기로 했다. (드라이 플라워를 만들라는 계시인지 천일홍은 꽃이 작아 건조가 잘 돼 실패율이 0%에 가깝다고!) 선생님의 설명대로 하니 역시! 생화였을 때의 강렬한 색감에 빈티지한 무드까지 더해졌다. 리본으로 묶어 베란다 테이블 위에 두니 카페 느낌이 물씬 난다. 선생님에게 천일홍 사진을 보내주니 또 다른 활용법을 전수받았다. 두툼한 종이 위에 붙여 플라워 엽서를 만들거나 컨버스에 붙여 그림 액자로 활용하는 방법등 무궁무진했다. 그러고 나서 한동안 드라이 플라워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버려지는 꽃에서 느낀 안타까움이 깨달음과 영감으로 승화될 줄이야!
이제는 안타까움은 그만, 즐거움이 쭉 이어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