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함께 하는 생명력 넘치는 일상
식물로 공간을 꾸미는 것을 가리키며 더 나아가 삭막한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이 식물에서 위로를 얻는 현상을 포함하는 플랜테리어(Planterior). (물론, 이러한 트렌드를 염두에 두고 극락조, 박쥐란 기타 등등의 식물을 키우기 시작한 건 아니다.) 우연히 가족으로 맞이한 식물들을 통해 나도 모르는 사이 플랜테리어의 수혜자가 된 것. 물을 주며 '쑥쑥 크거라'하며 덕담도 하고 잎을 살짝 쓰다듬으면서 '잘 자라고 있지?'하며 말을 건네니 반나절 혼자 있는 집이 외롭지 않게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 식물의 성장을 눈으로 확인했을 땐 뿌듯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바짝 곤두 선 신경도 누그러졌다. 식물들을 기르며 겪었던 긍정적인 영향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길 바라며!
플랜테리어는 식물을 뜻하는 ‘플랜트(Plant)’와 실내 장식을 뜻하는 ‘인테리어(Interior)’가 합쳐진 단어로 식물로 무미건조한 실내를 꾸미고 활력을 불어넣는 행위를 뜻한다. 실내 공간의 전체 분위기와 어우러지도록 화분을 배치하는 것부터 베란다나 옥상에 작은 텃밭, 정원을 꾸미는 행위까지 아우른다. 최근에는 자연을 벗 삼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자연을 가깝게 두는 현실적인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현대인들이 실내에 식물을 두고 일상적으로 보면서 정서적인 위안을 받으면 넓게는 식물을 통한 정신적인 치유까지 포함하게 되었다.
1인 가구가 늘고 가족 구성원들이 모이는 시간이 줄면서 사람들은 인간관계에 결핍을 느끼기 시작했다. 일상을 공유하고 고독감을 달래주는 정서적인 동반자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때문에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도 있지만 신경 쓸 것이 많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크다. 이러한 실정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식물이다. 구입 및 관리 비용이 저렴하고 돌보기도 까다롭지 않다. 게다가 한자리에 가만히 있기 때문에 관리도 쉽다. 오랜 시간 함께 살면서 키가 자라고 새 잎이 나는 등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유대감이 형성된다. 서울시 한 자치구에서 독거노인에게 반려식물을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한 결과, 노인들이 평소 갖고 있던 우울 증세가 개선된 것은 물론, 새싹을 틔우는 과정에서 삶의 활력을 얻는 등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식물을 활용한 원예 치료에 대한 높아진 관심도 이러한 사례를 뒷받침한다.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좋은 향기가 나는 식물과 함께 하면 마음을 안정시키는 뇌파인 알파파가 활성화되어 불안감이 줄어드는 원리이다. 취업난, 주택난 등 각종 스트레스에 짓눌린 젊은 세대부터 삶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는 50~60대까지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원예 치료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제아무리 값비싼 장식물도 화분 하나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식물이 주는 인테리어 효과가 강력하다는 뜻이다. 살아있는 식물은 사물로만 채워진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사람 사는 공간’ 임을 몸소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요즘 SNS 상에서 뜬다는 카페와 레스토랑에 식물이 빠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일 터. 또한, 천편일률적인 기성품과 달리 식물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잎과 줄기의 생김새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를 다채롭게 연출할 수 있다. 꼬불꼬불한 잎이 특징인 보스톤고사리는 밋밋한 공간에 포인트를 주기에 제격이고 시원스럽게 뻗은 줄기에 날렵한 잎이 난 아레카야자는 휴양지에 온 듯한 여유를 선사한다. 그뿐만 아니다. 4~5종류의 다육식물을 하나의 유리 용기에 심은 테라리움은 그 특유의 아기자기한 형태 덕분에 집을 더욱 안락하게 만든다. 경직된 분위기와 산처럼 쌓인 서류철들이 창의력을 짓누르는 사무실 책상에는 작은 다육식물 화분을 놓는 것도 좋다. 집 안을 새로 꾸몄는데 2%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큰돈을 들이지 않고 영구적으로 실내 분위기를 바꾸고자 한다면 식물을 활용해보자.
각종 식물과 나무가 우거진 숲에 들어가면 공기가 맑고 깨끗하다는 것을 느껴봤을 터. 이는 식물이 지닌 공기 청정 기능 덕분이다. 식물에서 나오는 음이온이 공기 중의 미세먼지 농도를 감소시키고 잎과 뿌리에서 사는 미생물이 오염물질을 흡수한다. 그리고 흡수한 오염물질은 식물의 광합성 재료가 된다.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도 있다. 1989년, 미항공우주국(NASA)가 식물이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을 제거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 이를 계기로 식물의 공기 정화 능력에 대한 연구 결과가 쏟아졌다. 국내에서는 농촌진흥청에서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재미있는 점은 식물에 따라 흡수하는 유해물질의 종류와 공기 정화의 방식이 각기 다르다는 것. 전문가들은 베고니아, 거베라는 요리할 때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빨아들이고, 스파티필럼, 파키라는 외부 공기의 유해 물질을 제거한다고 말한다. 즉, 베고니아, 거베라는 주방 근처에, 스파티필럼, 파키라는 베란다에 둘 것을 권장한다. 테이블야자, 팔손이나무는 공사를 마친 새집에서 나오는 유독 물질을 흡수한다. 또한, 식물은 증산 작용을 하기 때문에 추운 날씨 탓에 환기가 쉽지 않은 겨울철, 천연 가습기 역할도 한다.
좋아하는 식물만 모아서 나만의 화분을 만들고 싶다면 토피어리와 테라리움이 적합할 것. 토피어리는 화분에 식물을 다듬어서 둥근 공이나 하트, 동물 모양으로 만드는 기법. 덕분에 형태가 다양하여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도가 높다. 줄기가 기어가는 형태이고 잎이 촘촘하며 새순을 빨리 내는 수종이 적합하다. 푸밀라고무나무, 아이비, 러브체인을 비롯한 덩굴식물이 주로 쓰인다. 토피어리에는 흙이 쓰이지 않기 때문에 습도 조절이 중요하다. 자주 물을 줘야 하며 물이 샐 수 있으므로 밑에 물받이를 두어야 한다. 특히, 식물이 자라면서 처음에 잡았던 형태가 변형되므로 자주 다듬어야 한다. 테라리움은 각각 땅과 방을 뜻하는 라틴어 ‘테라(Terra)’와 ‘아리움(Arium)’이 합쳐진 단어로 투명한 용기 속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기법이다. 식물의 생리작용이 자연 순환 법칙을 작동시켜 용기 안에서 독립적인 생태계가 형성된다. 뿌리에서 빨아올린 물이 식물의 기공을 통해 배출되어 용기 안쪽에 맺혀있다가 떨어져 다시 뿌리로 흡수된다. 동시에 낮에 광합성으로 내뿜은 산소를 밤에 호흡할 때 흡수하고 호흡으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낮에 광합성에 쓴다. 용기 안에서 자신들만의 생태 규칙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이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해준다. 테라리움에는 비교적 작고 생태적으로 성향이 비슷한 수종들이 쓰인다. 대표적인 예로 테이블야자, 녹탑, 틸란드시아, 싱고니움, 피토니아 등이 있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두며 배수가 되지 않으므로 물을 필요 이상으로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색감이 있는 돌을 바닥에 깔거나 장식물을 같이 두면 더욱 멋스럽다.
식물을 기르기가 처음이라면 손이 덜 가는 수종을 택하는 편이 좋다. 생명력이 강해 실내에서도 잘 자라며 벌레와 냄새가 적다면 금상첨화다. 전문가들은 뱅갈고무나무, 극락조, 박쥐란을 추천한다. 뱅갈고무나무는 넓적하고 광택이 있는 잎과 앙증맞은 크기가 특징으로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된다. 극락조는 늘씬하게 뻗은 줄기와 큼직한 잎이 세련된 식물로 햇볕과 바람, 온도에 민감하지 않은 편이라 실내에서 키우기에 적합하다. 박쥐의 날개를 닮은 잎을 가진 박쥐란은 흙 표면이 말랐을 때 물을 흠뻑 적셔 주기만 해도 잘 자란다. 특히, 박쥐란은 화분뿐만 아니라 나무토막에 고정시켜서 액자처럼 벽에 걸어두면 헌팅트로피로도 연출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식물을 죽일까 봐 걱정될 수 있다면 마리모와 이오난사를 주목하자. 담수성 녹조식물의 일종으로 둥근 공 모양의 마리모는 차가운 물이 담긴 유리병에 넣어두기만 하면 된다. 일주일에 한 번 조물조물 목욕만 시켜주면 된다. 1년에 1cm가량 자라며 평소에는 가라앉아있다가 기분이 좋아지면 수면 위로 둥둥 떠오르는데 그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이오난사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수분과 먼지를 먹으며 자라는 식물로 파인애플 꼭지처럼 힘차게 뻗은 잎이 특징이다. 뿌리로 영양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흙에 심을 필요 없이 유리병에 넣어 두기만 해도 잘 자란다. 물은 일주일에서 열흘에 한 번씩 주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을 키우는 게 자신이 없다면 식물 그림을 실내에 두는 것으로 플랜테리어의 세계에 입문해보자. 식물의 생리작용으로 인한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는 없지만 푸른 잎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되찾는 데에는 효과적이다. 식물을 소재로 한 소품은 가까운 리빙 숍에만 가도 만나볼 수 있다. 밋밋한 벽에 걸기 좋은 식물 액자부터 식물을 그려진 접이식상까지 품목이 꽤 다채롭다. 액자의 경우, 취향 따라 계절 따라 그림을 바꿔가며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최적의 아이템이다. 또한, 접이식상처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품목의 경우, 인테리어 효과와 기능성을 고루 갖추고 있어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알아두면 유용해요!
사이버 식물병원(www.plant119.kr)
반려동물이 아플 때 동물 병원에 가는 것처럼 식물을 위한 병원이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운영하는 사이버 식물 병원으로 가정에서 키우는 식물이나 농가의 작물에 이상 징후가 나타날 때 홈페이지를 통해 원격으로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진단 의뢰서에 진단 의뢰 작물, 작물의 위치 정보, 주요 증상 및 사진을 첨부하여 업로드하면 각 분야의 전문가가 이를 토대로 초기 대응법을 알려준다. 만약 상태가 심각하거나 농작물이라면 신속한 방제를 위해 전문가가 현장에 방문하여 작물의 특성과 방제에 대한 심도 있는 상담도 해준다.
참고 자료 농촌진흥청 www.rd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