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내 손으로 만드는 작은 정원 -테라리움

아기자기한 식물들이 선사하는 자연의 신비

by 김현경

출구 없는 테라리움의 매력

플라워 클래스를 정식으로 시작하기 전, 선생님과 테라리움을 만든 적이 있다. 1년 전 이맘때쯤이었다. 집에 극락조와 박쥐란이 있었지만 이것과는 다른 형태의 앙증맞은 식물을 들이고 싶었다. 적절한 식물을 찾던 중 지난번에 진행했던 테라리움 관련 기사가 떠올랐다. 테라리움을 센터피스로 활용해보자는 취지였다. 그때 촬영했던 사진을 보니 집에 어울리는 테라리움을 만들고 싶어 졌다. 그 즉시 자료 검색에 돌입했다. 식물과 더불어 각종 오브제를 넣어서 다양하게 꾸밀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새로운 시안을 발견할 때마다 ‘어머! 정말 예쁘다. 이렇게 꾸며야겠어!’를 연발해댔다. 예쁜 거 다음에 더 예쁜 걸 찾게 되는 ‘출구 없는 시안 찾기’를 간신히 마쳤다. 테라리움 하나를 만드는 데 시안은 수 십장이다. 각각의 시안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을 모으고, 완성되었을 때 서로 잘 어울릴지를 생각하며 어렵사리 정리를 마쳤다. 테마는 ‘나만의 작은 정원’으로 정했다. 동식물 오브제로 위트를 더하고 여백을 살려두어 너무 답답해 보이지 않게 연출하기로 했다.



도시 한복판에서 가질 수 있는 현실적인 정원

테라리움은 유리 용기에 작은 식물을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라틴어 terra(땅)와 arium(용기, 방)의 합성어로 보틀 가든이라고도 불린다. 용기 안에 흙을 깔고 서너 종류의 식물을 심기 때문에 야외 정원을 병에 옮겨 놓은 듯하다. 팍팍한 생활과 미세먼지에 찌든 요즘, 자연에 대한 갈망이 커진 사람들에게 테라리움은 정원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널찍한 땅이 없어도, 식물 관리에 능숙하지 않아도 된다. 식물에 대한 애정이면 충분하다. 내게는 테라리움에 푹 빠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테라리움의 생태 시스템이다. 유리 용기 안 식물이 시들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원리에 대한 내용이다. 용기 안에서는 식물의 생리 작용과 대기의 자연 순환 법칙의 협업이 이루어진다. 뿌리를 통해 빨아올린 물이 기공으로 배출되면 유리벽에 맺히고 시간이 지나면 땅에 떨어진다. 그리고 그 물을 뿌리가 또 빨아올려 기공으로 배출하면서 물이 순환된다. 동시에 낮에 광합성을 통해 생성된 산소는 밤에 호흡하는 데 쓰인다. 그리고 이때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낮에 광합성의 재료가 된다. 외부의 도움 없이 물,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순환하면서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신기하다. 경이로움 그 자체다. 유리 용기 안이 또 다른 우주처럼 느껴진다. ‘식물학 개론 시간에 화학식으로 배웠던 내용이 바로 이거였지!’라며 대학 시절의 추억까지 떠오른다.



테라리움.jpg 녹탑, 틸란드시아, 나나, 핑크스타와 토토로, 물뿌리개, 작은 나무 토막으로 꾸민 테라리움.

손재주 없어도 20분이면 완성되는 테라리움

대망의 D-Day! ‘어떠한 테라리움을 만들고 싶은지’를 알아챈 선생님은 내 마음에 쏙 드는 식물들과 오브제를 준비해주었다.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모두 훌륭했지만 그중 단연 눈길을 끈 건 핑크스타였다. 강렬한 색감과 독보적인 존재감이 자칫하면 밋밋한 초록 일색이 될뻔한 테라리움을 돋보이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테라리움 만드는 법은 예전에 취재하면서 터득한 덕분에 어렵지는 않았다. 배수층을 깔고 배양토를 넣은 후, 화분에서 식물을 꺼내 뿌리의 흙을 털어내고 심으면 된다. 다만, 배양토를 다지듯이 꼼꼼하게 작업해야 식물이 안정감 있게 심어진다. 그런 후, 각종 오브제로 내부를 꾸몄다. 앞서 말한 ‘나만의 작은 정원’이라는 테마에 맞게 토토로와 물뿌리개, 선인장 오브제를 배치했다. 완성된 모습을 보니 레고로 조립한 마을처럼 아기자기하고 참 귀여웠다. 모두가 잠든 밤, 토토로가 걸어 다니면서 식물들을 보살피고 물뿌리개로 물을 줄 것만 같다.

앞으로 테라리움과 함께 할 시간들이 기대된다.



오늘 클래스에서 기억할 내용

| 테라리움에 적합한 식물

높은 습도와 일정한 온도, 낮은 광도에서도 잘 자라며 생장이 느린 식물을 추천한다. 서로 다른 종류의 식물을 심을 경우, 그 식물들끼리 성질이 비슷해야 관리가 용이하다. 적합한 식물로는 싱고니움, 푸밀라고무나무, 드라세나류, 피토니아, 아글라오네마, 페페로미아, 호야, 틸란드시아, 테이블야자, 코르딜리네, 필레아, 셀라기넬라, 아디안텀, 프테리스, 네프롤레피스, 아스플레니움 등이 있다.


| 테라리움 관리

두는 곳: 햇볕이 잘 드는 곳이 적합. 직사광선이 드는 곳, 난방이 되지 않거나 찬바람이 드는 곳은 피한다.

물 주는 법: 용기 안쪽에 수분이 말라 보일 때, 미세한 입자의 스프레이로 물이 살짝 고일만큼 물을 준다. 배수구가 없기 때문에 과습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만약 필요 이상의 물을 주었을 경우, 휴지나 흡수지로 물을 제거한다.


참고 자료 농촌진흥청 www.rd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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