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식물을 키우며 당황했던 순간들

예상치 못한 일도 있었습니다

by 김현경

초보 식물 보호자에겐 낯설지만

식물에겐 당연했던 일

극락조를 시작으로 식물을 기른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 박쥐란, 몬스테라, 다육 식물 등을 가족으로 맞이했다. 식물이 늘어난 만큼 다양한 일들도 있었다. 제대로 챙겨 주지 못했는데 훌쩍 자라고 새로운 잎이 무성하게 나기도 했다. 물론, 반대의 상황도 있었다. 유심히 들여다보고 자리도 옮겨가며 특별 관리를 해주었는데도 얼마 못 가 시들어 버린 적도 있었고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행동이 오히려 독이 된 경우도 있었다. 당연히 오래 기억에 남고 충격이 큰 건 후자의 경우. 평소에는 싱그러운 기운을 주지만 아주 가끔 가슴 한편을 콕하고 쑤시는 식물과의 에피소드를 묶어 보았다.

플라워 18.jpg ⓒJeremy Bishop

도우려다 미안하게 되어버린 일

극락조에 새 잎이 나기를 기다리던 어느 날! 줄기 틈에 자그마한 새 잎이 빼꼼 고개를 들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다 자란 극락조 잎은 넓적하지만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한 잎은 고깔처럼 둘둘 말려있다. 줄기의 키가 커지고 둘둘 말린 잎은 점점 느슨하게 풀리면서 특유의 넓적한 형태로 성장한다.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 집 극락조는 4주 정도 걸린다. 그런데 이번에 난 새 잎은 속도가 더딘 듯했다. 잎도 훨씬 빡빡하게 말렸다. 4주가 지나도 잎이 완전히 펼쳐지지 않았다. 그동안 새 잎 2개가 나는 것을 지켜봤다는 얄팍한 경험치에 기대어 (극락조는 원치 않았을)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말려진 잎을 직접 펼친 것이다. 손이 닿자마자 ‘스윽’하면서 잎이 찢어졌다. ‘아차!’ 싶었다. 바로 후회했다. ‘스스로 모양새를 갖출 때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이미 저지른 일이니 앞으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극락조의 속도를 존중하자고 다짐했다. 그로부터 3주 후, 가장 키가 큰 줄기에 모양새가 가장 예쁜 새 잎이 났다. 잎은 찢어진 채로 말이다. (사진을 보면 잎의 1/3 지점이 찢어져서 말려 올라간 것을 알 수 있다.) 볼 때마다 미안하다.



극락조

| 소개 배의 노처럼 생긴 넓적한 잎과 위로 쭉쭉 뻗은 모양새가 특징

| 관리 7~10일마다 물을 주고 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둔다.

| 주의 잎이 연약해서 상처가 나기 쉬우니 접촉을 피한다.



늘어나라, 가제트 팔!

백도선 선인장을 구입했다. 뾰족뾰족한 가시 모양의 잎 때문에 삭막해 보이는 다른 선인장과 달리 잎이 솜털처럼 보송보송하게 나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선생님은 토끼처럼 귀엽게 생겨서 인기가 좋다고 했다. 선인장이라 관리도 수월하다는 말과 함께. 처음 집에 들였을 때는 ‘저요!’하고 발표하듯이 한쪽 팔을 들어 올린 모습이었다.(사진 속 오른쪽 기다란 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팔이라고 일컬은 부분이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어랏! 토끼가 아니라 가제트인데?’ 싶을 정도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선생님에게 보여주었다. 선생님은 잘 크고 있다며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팔의 끄트머리에 뾰족한 자구가 등장했다. 당혹스러웠다. 선생님은 이것 또한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선생님에게 검증 아닌 검증을 받고 불안감을 가라앉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손가락 같기도 했다. (자구를 떼어서 토양에 심기도 한다던데 이건 아직 자신이 없다.) 지금은 그 손가락들이 길어지는 중이다. 동시에 다른 쪽에도 없던 팔이 생겼고 점점 자라는 중이다. 앞으로 새로운 자구가 어디에 등장할지, 얼마나 길어질지 기대되는 아이다.



백도선 선인장

| 소개 흰색의 잔가시로 뒤덮여 있으며 본체에 자구가 생기면서 번식하는 선인장으로 미키마우스, 토끼를 닮은 것이 특징

| 관리 물은 흙이 바짝 말랐을 때 준다.

| 주의 자구를 떼어낸 후, 일주일 가량 건조하면서 뿌리가 나면 토양에 옮겨 심어도 된다.



기뻤던 만큼 안타까웠던 존재

식물을 키우면서 가장 마음이 안 좋았던 적을 꼽으라면 몬스테라와의 시간일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수경 재배하던 몬스테라가 죽었을 때이다. 독특한 잎 모양과 군더더기 없이 곧게 뻗은 줄기가 예쁜 몬스테라를 수경 재배하게 되었다. 전부터 SNS에서 눈여겨본 식물이라 한껏 들떴다. 선생님은 이틀에 한 번씩 물을 갈아주고 물 높이는 2cm가량이면 된다고 설명해주었다. 모아둔 와인병 중 예쁜 것을 골라 선생님이 설명해준 대로 했다. 귀차니즘이 심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도 꼬박꼬박 잊지 않고 갈아주었다. 3개월쯤 되었을 때, 줄기 끝부분이 무르기 시작했다. ‘물때가 타서 그런가 보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그 정도가 심해졌다. 얼마 안 가 잎에서 초록빛이 없어지고 노란빛이 돌기 시작했다. 큰일 났다 싶어 선생님에게 말하니 “이미 늦었어요.”라는 절망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평소에는 낯선 징후가 나타나면 바로 물어봤는데 이번만큼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좀 이상하다.) 그리고 일주일도 못 가 몬스테라는 갈변되어버렸고 미미하게 남아있던 생기마저 잃어버렸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뒤늦게라도 줄기를 잘라 보았지만 헛된 시도였다. 인터넷을 아무리 검색해보아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몬스테라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몬스테라를 또 만나게 될 때를 대비해서 선생님과 원인을 분석해보았다. 물 높이 2cm 지키기, 분무기로 잎에 물 뿌리기, 환기와 통풍이 원활한 곳에 배치하기, 줄기의 썩은 부분은 소독한 가위로 자르기, 액상 비료 챙기기 등 몬스테라의 생육에 관련된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듯했다. 몬스테라를 수경 재배하다가 뿌리가 나서 토양으로 옮겨 심은 사람들도 있다던데… 다음번에는 각별히 신경 써서 몬스테라와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



몬스테라

| 소개 크고 구멍이 뚫려 있는 잎이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식물로 생명력이 강한 것이 특징.

| 관리 2~3일에 한 번씩 물을 갈아주고 잎에 물을 뿌려주면 건강하고 오랫동안 키울 수 있다. 뿌리가 내리면 토양으로 옮겨 심을 수 있다.

| 주의 줄기 끝이 무르면 소독한 가위로 잘라준다.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배치한다.



참고 자료 국가농업기술포털, 다육식물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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