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모아 완성한 어레인지먼트
지금으로부터 약 1년 반 전, 숍이 오픈 초기에 선생님에게 특이한 어레인지먼트가 있다면서 보여준 사진이 있다. (어느 나라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외국의 조말론 매장 쇼윈도인데 유리창 안에서 밖으로 꽃들이 흘러넘치는 듯한 어레인지먼트였다. 그때까지 내가 본 꽃 장식들은 대부분 화분에 꽂혀 있거나 정형화된 틀에 어레인지된 것들이었고 그러한 형태가 익숙했다. 그래서 조말론 매장 쇼윈도의 어레인지먼트가 충격적일 정도로 멋졌다. 그 사진을 보여줄 당시에는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던 터라 날씨가 풀리면 숍을 이렇게 꾸며도 예쁘겠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에도 그 어레인지먼트가 머릿속에 남아 있어서 유사하게 꾸며진 다른 매장들을 보면서 ‘진짜 멋있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다시 현재로 넘어와서! 클래스를 듣기 위해 숍에 도착하니 전에 없던 길쭉한 와이어가 있었다. ‘선생님이 웨딩 플라워 작업하고 남은 걸 여기에 뒀나?’ 아니었다. 선생님은 이번 시간에 꽃이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어레인지먼트를 한다고 알려주었다. 말로는 부족해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엇, 이건 예전에 핸드폰에 저장해놓고 봤던 그 어레인지먼트잖아!’ 신기했다. 그리고 ‘이렇게 멋진 걸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하며 걱정했다. 기우였다. 다행히도 어레인지먼트의 규모가 커서 선생님과 같이 듣는 수강생, 나 총 3명이 함께 만든단다. 선생님은 우선 와이어의 형태를 잡았다. 폭포처럼 자연스러워야 하기 때문에 직선보다는 살짝 구부러진 곡선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오아시스를 쓰면 물이 흐르고 꽃으로 인해 터질 수 있어 쓰지 않는다고도 설명해주었다. 와이어가 완성된 후, 위부터 1/3씩 나누어서 각자 작업하기로 했다. 오늘의 포인트는 꽃의 얼굴을 아래로 향하게 할 것! 꽃이 떨어지는 듯한 형태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으면 지금껏 어레인지먼트를 하면서 생긴 습관대로 위쪽으로 꽂을 수 있다. 작업은 파피루스, 쓰립토메인, 왕골, 설악초 등의 소재부터 시작했다. 완성한 후에도 와이어가 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기초부터 마무리까지 꼼꼼하게 작업했다.
| 파피루스, 쓰립토메인, 왕골, 설악초 등의 소재를 꽂은 후, 리시안셔스, 실거베라, 소프라노, 다알리아, 촛불맨드라미, 인터레이, 천일홍 등의 꽃과 줄아이비, 릴리그라스 등으로 포인트를 줘 완성.
이번 클래스는 여러모로 의미가 남달랐다. 우선, 전부터 눈여겨봤던 어레인지먼트를 했다는 건데 앞에서 충분히 이야기를 했으니 생략! 다음으로는 협업했다는 점이다. 클래스를 들은 이래 처음으로 힘을 모아 하나의 어레인지먼트를 만들었다. 완성하면 각 구역 담당자의 성향에 따라 편차가 나타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자신이 맡은 구역과 다른 사람이 맡은 구역이 조화롭도록 저마다 노력을 기울였나 보다. 어레인지먼트가 80%가량 완성됐을 때는 먼발치에서 보며 각자 맡은 구역에 상관없이 부족한 부분에 꽃을 꽂으며 전체적인 균형을 맞췄다. 나의 경우,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서 함께 하는 작업에 자신이 없었는데 이렇게 서로 도와주며 작업하니 든든했다. 게다가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한 웅장한 어레인지먼트도 완성해냈다. 그래서 오늘의 클래스는 의미가 남달랐고 지금껏 만들어온 그 어떤 어레인지먼트 중에서도 으뜸이다.
다음 클래스까지 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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