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을 불어넣는 향기로운 어레인지먼트
숍에 들어서니 선생님보다 과일향이 먼저 나를 반긴다. 주인공은 잘 익은 제철 딸기였다. 은은한 꽃향기와는 또 다른 매력이다. 순간 지난 클래스 말미에 선생님이 ‘과일을 활용한 어레인지먼트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말이 떠올랐다. 아까 나를 맞이한 딸기가 주인공인가 보다. 베지터블 어레인지먼트 클래스 때, 당근, 청경채 등 채소를 활용했다면 오늘은 과일인 것. 완성된 모습이 궁금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Cookand>에서 라임을 활용한 어레인지먼트를 취재한 적이 있었다. 그땐, 슬라이스 한 라임을 화병의 옆면에 채워 넣었다. 마치 라임으로 만든 화병에 꽃을 꽂은 듯 보였다. 그런데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니 오늘 만들 어레인지먼트는 이전의 것과 아주 많이 달랐다. 더 기대되고 왠지 모를 긴장감도 살짝 감돈다.
우선 몬스테라로 플로럴 폼을 감쌌다. 화기를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프렌치 스타일을 살리기 위한 작업이다. 플로럴 폼을 몬스테라로 가리니 몬스테라로 만든 화기 같다. 그런 다음, 선생님의 폭풍 설명이 이어졌다. 어레인지먼트의 전체적인 형태를 사다리꼴을 위아래로 뒤집어 놓은 것처럼 잡을 것. 즉,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폭이 살짝 좁아져야 한다. 동시에 꽃과 소재가 폭포처럼 앞으로 살짝 쏟아지듯이 연출해야 한다. 작업할 때, 어레인지먼트의 정면이 될 부분을 정하고 그 부분에 확실히 힘을 실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플로럴 폼의 중심을 향해 꽃과 소재를 꽂는 단일 생장점이 아닌, 각각의 꽃과 소재가 독자적인 출발점을 갖는 복수 생장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모니에, 플라워 볼처럼 생장점이 구의 중심, 즉 하나가 아니라 ‘내가 꽂는 방향이 곧 생장점’인 셈이다. 선생님이 설명한 3가지 포인트, ‘뒤집은 사다리꼴 형태 유지하기’, ‘정면을 폭포수처럼 연출하기’, ‘복수 생장점 지키기’를 끊임없이 상기하면서 작업을 해나갔다. 완성하고 난 지금 생각해보면 어려운 게 아닌데 그땐 저게 왜 그리 어려웠나 싶다.
1 오늘 함께 한 꽃들. 은엽아카시아, 석죽, 과꽃, 버블검, 비탈, 엔틱 수국, 먼나무, 몬스테라, 남천, 그레빌리아, 페니쿰&딸기.
2 플로럴 폼을 투명한 포장지로 물이 새지 않게 포장한다. 몬스테라로 플로럴 폼이 보이지 않게 감싼 후 핀으로 고정한다.
3 3가지 포인트를 지켜 남천, 버블검, 비탈을 시작으로 나머지 꽃과 소재를 그루핑한다. 이때, 딸기를 꽂을 자리는 비워둔다.
4 빈틈없이 어레인지먼트한 후, 딸기를 꽂아 완성한다.
오늘 클래스에서 기억할 내용
| 복수 생장점(교차 생장점)
각각의 꽃과 소재가 독자적인 출발점을 갖고 있는 형태로 수직, 수평, 사선, 곡선에서도 가능한 배열. 반대되는 개념은 단일 생장점.
딸기를 꽂아 ‘베리 어레인지먼트’라는 타이트를 달성하기 위해 몬스테라로 플로럴 폼을 감싸고 3가지 포인트를 주문처럼 외워가며 작업했다. 그 와중에 그루핑이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꽃의 얼굴이 파묻힌 것 등 어색한 부분들을 재정비했다. 딸기를 꽂을 꽃을 미리 계산하고 그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 만들어 놓고 보니 예쁜 건 물론, 딸기향과 꽃향기가 어우러지니 기분까지 좋아졌다. 향기가 지닌 생동감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것 같다. 체력이 방전되기 시작하는 늘어지는 오후에 생각날 그런 향기이다. 요즘 날씨가 풀려서 졸음을 쫓을 겸 베란다에서 책을 읽고 차를 마시는데 참 잘 됐다. 이제 나의 리프레시 메이트는 베리 어레인지먼트다.
다음 클래스까지 할 과제
다양한 부케의 모습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