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워야 할 명사들이 쏟아진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우는 친구들에게 얼핏 들었던 명사의 성. 명사가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되고 성별에 따라 명사를 외우는 모습을 봤다. ‘무생물에 성별이 있다니, 참 복잡한 세계네’라며 신기해했는데 그게 내 일이 된 셈이다. 스페인어 명사도 남성, 여성으로 구분되고 성별에 따라 쓰이는 관사가 달라진다. 남성 명사, 여성 명사를 구분해서 외어야 한다는 뜻. 불행 중 다행이라면 일반적으로 남성 명사는 ‘o’, 여성 명사는 ‘a’로 끝난다는 것. 예를 들면 estudio(공부), libro(책), piso(바닥)은 남성 명사이고, casa(집), escuela(학교), silla(의자)는 여성 명사이다. 철자의 끝만 봐도 성별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예외가 없을 리 만무하다. 앞서 말한 규칙을 따르지 않는 명사도 있다. flor(꽃), lápiz(연필)처럼 끝이 ‘o’ 또는 ‘a’ 가아 니거나, mapa(지도)처럼 ‘a’로 끝나지만 남성 명사인 경우다. 이것 말고도 더 있다. 여성 명사에는 ‘a’ 말고도 ‘cion’,‘sion’, ‘dad’, ‘tad’, ‘umbre’, ‘sis’로 끝나는 것도 있다. canción(노래), universidad(대학)이 여기에 해당된다. 명사에도 성별이 있다는, 조금은 어려운 개념을 간신히 이해를 하자마자 또 다른 고비에 맞닥뜨렸다. 바로 관사다. 남성 명사 앞에는 ‘el’, 여성 명사 앞에는 ‘la’.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명사가 복수라면 관사도 복수형-los(남성 명사), las(여성 명사)-을 써야 한단다. 관사에도 성별과 수가 있다니! 완벽하게 성별과 수를 일치시키는 게 여간 까다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철저한 복습만이 살길이다.
새로운 언어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는, 다소 널널했던 첫 수업에 비하면 너무나 많은 것이 쏟아져버린 이번 수업. 문장의 기본인 단어부터 배우는 것이 교육 과정상 맞는다는 걸 알면서도 갑작스럽게 쏟아져 버린 단어들에 살짝 정신이 없었다. ‘이 많은 단어를 어떻게 다 외우지?’라는 걱정도 잠시! 영어를 처음 배웠던 때가 생각났다. 그땐 수업 시간마다 단어 50개와 작문 시험을 봤다. 지금보다 더 훨씬 빡빡했다. 시험을 잘 보려고 치열하게 공부했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도 단어들이 생생하다. ‘그때처럼 열심히 하면 오랫동안 기억할 거야!’라고 생각을 다잡으니 부담감이 줄어들었다. (효과가 공식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지만) 단어의 성별을 알기 쉽게 관사를 붙여 외우기로 했다. 그리고 사전을 이용해 모든 단어의 발음을 반복해서 들었다. 귀를 최대한 스페인어에 친숙하게 만들면 더 잘 외워지고 오래 기억될 것 같아서였다. 예문도 따라 읽어 보았다. 더 자주 보게 하기 위해 컴퓨터 바탕 화면에 메모를 띄워 단어를 적었다. 컴퓨터로 작업하기 전이나 끝난 후, 로딩 중일 때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 이동할 때도 볼 수 있게끔 핸드폰에도 저장해놓았다. 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동원하여 스스로를 스페인어의 바다에 풍덩 빠뜨렸다.
오늘의 문장들
| ¿Qué es esto?(이것은 무엇입니까?) || Es una mesa.(테이블입니다.) || Son unos libros.(책들입니다.)
| ¿Qué hay enel aula?(교실에 무엇이 있나요?)
|| Hay un bolígrafo gris / unas carpetas rojas.(회색 볼펜 한자루 / 빨간색 문서철들이 있습니다.)
*형용사는 명사 뒤에 오며 명사가 복수일 경우, 형용사 뒤에 's'를 붙인다.
| ¿Hay una computadora?(컴퓨터가 있나요?) || Si, hay una computadora.(네, 한 대 있습니다.)
| ¿Cuántos escritorios hay?(책상이 몇 개 있나요?) || Hay 11 escritorios.(11개 있습니다.)
*뒤에 나오는 명사가 여성 명사(복수)일 경우, Cuántos 대신 Cáuntas를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