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치킨볶음밥
나와 남편, 둘 다 치킨을 좋아한다. 그래서 식사 후, 간식이 아닌 식사 대용으로 치킨을 시켜 먹는다. 문제는 나와 남편의 애매한 뱃속 용량. 한 마리만 시키면 식사했을 때만큼의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고, 두 마리는 늘 남는다. ‘한 마리냐, 두 마리냐’를 두고 갈등하지만 결국엔 두 마리를 주문한다. 부족한 쪽보다 넘치는 쪽이 낫고, 한 마리와 두 마리 간의 가격 차이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치킨집이죠? 두 마리 시킬 건데요. 한 마리는 프라이드, 다른 한 마리는 간장 양념으로 주세요.” 40분쯤 뒤, 치킨이 도착했다! 나는 다리와 날개부터, 남편은 가슴살과 안심살부터 집어먹는다. 허기가 채워지니 슬슬 먹는 속도가 느려진다. 양념 묻히기 싫어 꼈던 비닐장갑도 벗어 접시 위에 살포시 올려둔다. 이제 다 먹었다는 무언의 신호다. 적을 땐 1/4마리, 많을 땐 3/4마리 정도 남는다. 나와 남편이 선호하는 부위를 뺀 나머지만 남았다. 밀폐용기에 옮겨 담고 냉장고에 넣었다.
이렇게 냉장고 생활을 시작한 남은 치킨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름 냄새가 심해진다. 결국, 손이 가지 않는다. 결국 쓰레기통행을 면치 못하는데 그게 아까웠다. 고민을 해봤다. 치킨을 시켜 먹는 날은 주로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으로 다음 날 아침은 주말이다. 느지막이 일어날 때가 많고 요리하는 게 귀찮다. 오호! 이럴 땐, 모든 재료를 한 데 넣고 만드는 요리가 제격이다. 어렸을 때, 엄마가 주말에 종종 김치볶음밥을 해주었던 게 떠올랐다. 남은 치킨으로 볶음밥을 해보면 좋겠다. 치킨에서 뼈와 튀김옷을 제거하여 살을 발라낸 다음, 그릇에 모으고 간장으로 밑간 했다. 그리고 냉장고 속 치킨을 먹지 않는 주된 원인인 기름 냄새를 잡기 위해 다진 마늘을 충분히 넣어 버무렸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생강가루도 솔솔 뿌렸다. 간장 양념이 치킨에 스며드는 동안, 대파, 알배기 배추 등 냉장고 속 각종 재료를 소환했다. 재료를 손질 후, 혹시라도 남아있을 기름 냄새를 박멸하기 위해 파 기름까지 만들었다. 치킨, 알배기 배추, 밥을 차례로 넣고 간장과 소금을 더해 간을 맞췄다. 그리고 통깨를 뿌려 마무리했다. 게으른 주말 아침을 위한 간장 치킨볶음밥 완성!
| 남은 치킨, 다진 마늘, 생강가루, 대파, 알배기배추(또는 냉장고 속 각종 채소), 간장, 소금, 통깨
1 치킨은 살을 발라 오목한 그릇에 모은다.
2 간장, 다진 마늘, 생강가루를 섞어 치킨에 버무려 재어 놓는다.
*취향에 따라 올리고당을 추가해도 좋다.
3 대파, 알배기배추를 손질한다.
4 팬에 식용유를 두른 후, 파를 넣어 파 기름을 만들고 치킨, 알배기배추, 밥을 넣어 볶는다.
5 간장, 소금을 더해 간을 맞춘다.
*취향에 따라 달걀 프라이를 추가해도 좋다.
**기억나는 대로 작성한 레시피로 정확도는 낮지만 취향대로 응용 가능.
치킨 말고도 시켜 먹는 메뉴는 족발, 보쌈, 탕수육. 족발은 차갑게 먹어도 크게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대로 먹고, 보쌈은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기름기가 한 번 더 빠져서 먹기 좋아진다. 그렇다면 같은 튀김류인 탕수육은 어떨까? 치킨처럼 볶음밥으로 활용해보려고 시도했는데 튀김옷이 너무 두꺼워 기름 냄새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튀김옷과 고기를 분리했더니 고기가 너무 작아서 볶을 수 있을 분량이 되지 않았다. 요리 내공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아직까지 이 볶음밥은 치킨 한정이다. 가끔 나와 남편, 둘 다 너무 배고파서 치킨이 조금밖에 남지 않을 때도 있다. 그땐 캔 참치를 추가해서 볶았는데 궁합이 꽤 괜찮았다. 담백한 맛이 가미돼 입맛을 돋웠고 조미김을 곁들이니 삼각김밥처럼 고소했다. 그리고 이렇게 먹는 볶음밥이 남편도 입맛에 맞는지 이제는 치킨을 시킬 때, 양념 만들기에 수월한 간장 양념맛은 꼭 포함시킨다. 말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 이런 환상의 궁합,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