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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경 Dec 08. 2018

11 으슬으슬 추울 땐 뜨끈한 국물

매생이 달걀국

뜨뜻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급격하게 추워진 데다 일교차까지 크다. 감기 걸리기에 딱 좋은 날씨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부터 으슬으슬 춥고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 평소에는 건강 관리하느라 멀리했던 국물 요리를 자주 찾았고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먹는 날이 이어졌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속 깊이 파고든 추위가 떨어지지 않았다. 하루 종일 외부 촬영이 있어 추위에 시달렸던 어느 날, 결국 몸살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쌍화탕과 약을 먹고 고온으로 설정해둔 전기장판에 누워 휴식을 취했지만 이상하게 헛헛했다. 뜨거운 손난로처럼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해줄 그런 음식이 필요했다. 온몸을 담요로 꽁꽁 싸맨 채, 냉장실과 냉동실 속 재료를 수색했다. 뜨끈한 국물 요리를 만들 생각에서였다.



매서운 추위를 쫓아내는 매생이 달걀국

냉동실 속 지퍼백에 넣어둔 매생이를 발견했다. 지난번, 엄마와 매생이전을 만들어 먹고 남은 걸 받아온 것. 매생이로 국을 끓이면 좋겠다. 하지만 매생이만으로 맛을 내기엔 아쉽다. 다른 재료가 더 있으면 좋겠다. 일반적으로 굴을 넣는데 체질상 굴을 먹을 수 없다. 매생이를 해동시키는 동안 다시 냉장고를 열어 재료를 찾아봤다. 하필이면 마감한 지 얼마 안 돼서 냉장고 사정이 썩 좋지 않다. 단전 깊숙한 곳에서 한숨이 나오려던 찰나, 달걀을 발견했다. 가장 만만하지만 변화무쌍하고 맛도 좋은 재료다. 손질해서 얼려둔 파와 다진 마늘도 꺼냈다. 결혼 전에는 아플 때면 엄마가 맛있는 음식을 해주었는데 직접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하다 보니 그땐 몰랐던 엄마의 사랑을 새삼 깨닫는다. 매생이가 해동돼 풀어져서 찬물에 담가 흔들어 씻은 후 체에 밭쳐 물기를 뺐다. 그런 후, 달군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았다. 매생이와 물을 부어 뚜껑을 닫고 끓였다. 그동안 달걀 3개를 볼에 풀었고 냄비 속 재료가 끓어올랐을 때, 넣어 한 번 더 끓였다.



재료

| 매생이, 달걀, 다진 마늘, 파, 들기름, 국간장, 소금


1 매생이를 해동한 후, 찬물에 담가 흔들어 씻어서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는다.

3 매생이, 물을 붓고 뚜껑을 닫아 끓인다.

4 달걀 3개를 볼에 넣어 풀고 재료가 끓어오르면 넣는다.

*이때, 달걀이 뭉치지 않게 젓가락으로 저어준다.

5 국이 끓어오르면 국간장과 소금을 넣어 간한다.

*기억나는 대로 작성한 레시피로 정확도는 낮지만 취향대로 응용 가능.


땀 흘리며 깨끗이 비운 국물

매생이는 가닥이 가늘고 촘촘하게 엉켜있어서 뜨거운 국물을 많이 흡수할 수 있다. 갓 만든 매생이를 입안에 넣으면 가닥 속에 숨겨진 펄펄 끓는 국물이 폭발한다는 뜻. 그 뜨끈함 덕분에 입천장이 데였지만 지긋지긋하게 떨어지지 않았던 한기를 떨쳐낼 수 있었다. 국물이 식을 때쯤에는 밥솥에서 밥을 꺼내 말아 다시 따뜻하게 즐겼다. 이렇게 한 그릇을 비워내니 얼굴이 땀범벅이었다. 몸이 한결 개운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국물의 힘인가 보다. 비록 재료가 풍부하지 않았지만 매생이의 저력은 여전했다. 덕분에 기력을 회복해서 다음번 매생이 요리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냉동실에 둔 수제비, 떡국, 칼국수도 있으니 밥이 부족하면 그걸 대신 넣어도 좋겠다. 그리고 지난 중국 여행 때 구입해놓은 누룽지도 먹을 겸 해물을 추가해서 누룽지탕으로도 즐겨 볼까 한다. 매생이국 특유의 걸쭉한 식감과 바삭한 누룽지의 궁합이 기대된다. 또한, 뚝배기에 끓여서 뜨끈함을 더 오래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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