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경 Jan 07. 2019

13 영양 가득, 고소한 한 끼 대용식

견과류 우유

견과류 좋아하는 딸을 향한 정성

땅콩, 아몬드, 호두 등 견과류는 종류 불문 좋아한다. 아침마다 밥 대신 견과류를 먹는 건 당연하고 시중에서 판매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견과류바를 먹어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애정이 각별하다. 견과류바를 구비해두지 못했을 때는 아몬드와 두유(또는 우유)를 먹을 정도였다. 그런 딸에게 엄마는 ‘다람쥐’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결혼해서 견과류를 잘 챙겨 먹는지 걱정되고, 더 잘 챙겨 먹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땅콩, 해바라기씨 등의 각종 견과류와 멸치, 크랜베리 등에 올리고당을 가미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엄마표 견과류바를 만들었다. 덕분에 엄마 얼굴 보러 갔다 온 날엔 한 손 가득 견과류바 꾸러미가 들려 있었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아침마다, 간식(또는 야식)이 당길 때마다 꺼내 먹으면 고소함은 물론, 엄마의 사랑까지 느껴졌다. 



감당하기에는 과한 엄마의 정성

견과류바 부자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늘어나는 견과류의 양이 먹는 양을 추월했다. 엄마가 견과류바를 많이 주기도 했고, 견과류 함량이 워낙 높다 보니 맛이 강해 생각만큼 많이 먹지 못했다. 그래서 냉장고 속에 견과류바가 점점 쌓였고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견과류바를 먹는 일이 맛과 엄마의 정성을 느끼는 쪽보다는 ‘먹어야 한다’는 의무에 가깝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흠, 처음에 먹었을 때의 즐거움을 되살리는 방법이 없을까?’ 며칠 동안 고민한 끝에 요즘 유행한다는 귀리 우유가 떠올랐다. 귀리를 불린 후, 볶아서 우유에 곁들여 먹는다는데 귀리 대신 견과류바로 대체하고 만드는 법을 응용하면 좋을 것 같다. 볼을 꺼내 견과류바를 넣고 우유를 넉넉히 부었다. 견과류를 뭉칠 때 쓴 올리고당이 우유에 녹으면서 견과류바가 해체됐다. 1시간 정도 지나자 견과류에도 물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믹서에 넣고 갈았다. 




재료

| 견과류바, 우유(또는 두유, 아몬드 밀크), 올리고당(취향에 따라 가감)


1 볼에 견과류바를 넣고 잠길 때까지 우유를 붓는다.

2 40분~1시간가량 불린다.

3 믹서에 넣고 간다.

*취향대로 올리고당을 추가해도 좋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그 우유 맛이네!

외부 일정이 많아서 밥 먹을 시간이 없을 때 가끔 시리얼 우유를 사 먹는다. 아무런 재료가 함유되지 않은 우유는 허전하고 다른 무언가를 곁들이기에는 부담스러울 때 택하는 아이템이다. 미숫가루를 탄 우유 맛이 나는데 입맛에 꽤 잘 맞다. 견과류바를 넣고 갈아서 만든 우유에서도 그 맛이 났다. 물론, 판매하는 제품보다 견과류를 비롯한 각종 재료의 함량이 높아 풍미는 더욱 좋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뛰어나서 만족스럽다. 퇴근 후, 남편에게 한 잔 따라줬더니 아침 식사 대용으로 좋겠단다. ‘요즘 빈속으로 출근해서 더 추운 것 같은데 잘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음 날 남편은 견과류 우유를 먹고 출근했고, 나도 아침 식사로 먹었다. 그런데 만들어놓고 시간이 지나니 조금 질척해졌다. 어제 만들자마자 먹었을 땐 음료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걸쭉한 요구르트에 가까워진 것. 그리고 늦은 오후가 되니 거의 죽처럼 되어 있었다. 견과류바에 포함된 치아시드나 곡물이 물을 흡수해서 그런 것 같았다. 급하게 마셔야 할 때는 우유를 추가하면 되니 큰 문제도 아니다. 엄마의 정성에 딸의 재치가 만나서 또 다른 즐거움이 되니 뿌듯할 따름이다. 엄마한테도 곧 알려줘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12 야식 먹은 다음 날의 볶음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