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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촬영하자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려니 정신 없네

by 김현경


'어라?' 이게 무슨 일이람?

오랜 시간에 걸쳐 영상 제작을 결심하고 준비해왔다. 이제 진짜로 움직일 차례다. 그 첫걸음인 촬영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금까지의 준비가 무색할 정도로 곳곳에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포진해있는 게 아닌가.



#1 내가 제대로 찍히고 있는 건가?

핸드폰에는 전면, 후면 두 부분에 카메라가 있다. 전면 카메라는 주로 셀카를 찍을 때, 후면 카메라는 제3의 대상을 찍을 때 쓴다. 우선 각각의 특징을 파악해보자. 전면 카메라는 촬영되는 모습을 화면으로 볼 수 있어 앵글을 고치거나 주변을 정리하는 데 수월한 반면 화질은 조금 떨어진다. 후면 카메라는 화질을 4K까지 향상할 수 있는 반면 촬영되는 모습을 바로 확인할 수 없다. 장단점이 정반대다. ‘촬영의 편의성이냐 고화질이냐’를 두고 후면 카메라를 골랐다. 영상의 완성도에 화질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화면을 보면서 편하게 촬영할 순 없지만 이건 경험이 쌓이면 적응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막상 촬영해보니 매 순간이 후회의 연속이었다. 특히, 나를 스스로 촬영할 때 그랬다. 내가 화면에 없을 땐 앵글이 훌륭했는데 녹화 버튼을 누르고 내가 들어가니 화면이 너무 꽉 찬 느낌이 들었다. 보여주고 싶은 모습(또는 대상)이 가려지기 일쑤였다. 예를 들어, 식탁에서 요거트 먹는 모습을 담고 싶은데 요거트가 내 어깨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식이다. 내가 화면에 들어가 있는 걸 염두에 두고 핸드폰을 자리 잡는데도 쉽지가 않다. 그래도 여러 번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리라 믿는다.



#2 녹화 버튼 누르는 게 이렇게 어려울 일?

핸드폰을 셀카봉에 고정시킨 후, 녹화 버튼을 누르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녹화 버튼이 후면 카메라와 반대편이 있기 때문이다. 손끝의 감으로 ‘여기쯤 버튼이 있겠지’라고 생각되는 지점을 터치하는데 종종 엉뚱한 게 눌린다. 누른 줄 알았는데 안 눌렸다거나 타임 랩스로 설정이 바뀌는 식이다. 그러다가 요리 촬영할 때 문제가 생겼다. 요리하는 동안 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해서 머리 위에 핸드폰을 고정시켰는데 촬영 버튼을 누르려면 의자를 밟고 올라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핸드폰 용량도 부족하고 녹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편집도 어려워서 초 단위로 짤막짤막하게 촬영하는데 그때마다 의자에 오르락내리락하기가 귀찮았다. 높은 바 테이블 의자라서 버튼을 누르고 내려오다 넘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이니 조급함은 버리고 느긋하게 촬영하자고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3 촬영 시간이 꽤 길다?

사진 촬영할 땐 1초도 채 걸리지 않는데 영상은 6~7초나 걸린다. 일상에서 6~7초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니지만 이상하게 촬영할 땐 참 길게 느껴진다. 여기에서 몇 가지 낯선 상황들이 펼쳐진다. 예를 들어 조각 케이크와 커피를 정탑 앵글(항공샷 앵글)에서 촬영한다고 하자. 이 경우, 핸드폰을 들고 있는 팔을 쭉 뻗고 까치발을 살짝 들어야 한다. 다소 불편한 이 자세를 사진은 1초면 충분하지만 영상은 최소 6~7초간 유지해야 한다. 생각보다 힘들다. 이건 마치 플랭크를 하는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는 상황이랄까. 불편한 자세를 잠깐은 취할 수 있지만 그걸 미동도 없이 유지하는 건 어렵다. 게다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이러한 어색한 자세를 취하면 시선이 집중되기도 한다. 그리고 게다가 화면이 내 시야에선 안 보이니 촬영 시간도 파악하기 어렵다. 게다가 눈과 렌즈가 각각 대상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시간도 다르다. 눈으로 볼 땐 3초면 충분하지만 렌즈의 경우, 3초는 너무 짧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전자의 경우, 시각적인 정보와 함께 현장감까지 느껴져 짧은 시간 안에 대상을 파악한다면 후자의 경우, 시각적인 정보만으로 대상을 파악해야 하므로 (즉, 대상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단편적이어서)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평소에 ‘1’의 속도로 ‘3초’간 행동한다면 촬영은 ‘0.7~0.8’의 속도로 ‘5초’간, 조금 느리고 길게 해야 내가 체감하는 순간의 호흡이 담긴다.



#4 당혹스러운 상황은 더 있다

얼굴은 전체가 아니라 코 아래부터 나오게 촬영할 생각.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 마시는 모습을 촬영한다면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살짝 눕힌다. 그런데 이 앵글로 촬영된 내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턱밑에 살이 어찌나 두툼한지. 원래 턱살이 많긴 한데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이니 민망하다. 이 앵글이 어떠한 얼굴 천재가 와도 살아남기 어렵다던 사람들의 말로 스스로 위로를 해봤지만 우선 나부터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라서 다른 방법을 찾았다. 단점을 감추기 위해 핸드폰을 높게 설치했지만 이번에는 시선이 문제다. 영상 촬영이 처음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꾸만 카메라를 의식한다. 코 아랫부분만 촬영할 땐 시선이 안 나와서 상관이 없었던, 그래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다. 이건 촬영할수록 익숙해질 것 같다. 그리고 업무 특성상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메일도 자주 확인해야 하는데 핸드폰을 촬영하는 데 쓰니 일에 지장이 간다. 종종 촬영 중에 전화가 와서 이전에 녹화한 영상이 날아간 적도 있었다. 연락이 오는 건 내 의지로 제어할 수 없으니 ‘그럴 수도 있지’라며 조금 내려놓고, 연락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요령껏 시간을 봐가면서 하기로 했다.

그리고 앞으로 촬영하면서 기상천외한 별의별 상황들이 일어날거라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그러면 지금보다 덜 당황하겠지?




<아날로그 인간의 유튜브 도전기>

-작가 겸 구독자 1440명을 둔 유튜버의 기록

작가이자 프리랜서 에디터인 필자가 지난 1년 동안 영상을 만들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 매주 토요일, 찾아올게요!

유튜브 채널 | www.youtube.com/hk_alpha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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