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은 일도 아니었구나
일주일간 핸드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컴퓨터로 옮겼다. 하나씩 재생하여 분량과 내용을 확인하며 1차적으로 영상을 필터링한 다음 편집 프로그램에 옮겼다. 이제, 본격적으로 편집을 시작하자.
편집의 첫걸음! 브이로그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살리고 군더더기는 잘라내는 작업이다. 각각 7초 남짓한 영상들인데 전부 모아놓고 보니 40분에 달했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일일이 꼼꼼하게 보고 필요한 부분만 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식탁에 앉아서 요거트와 빵을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자. 핸드폰의 녹화 버튼을 누르고 의자로 돌아가 앉거나 녹화 버튼을 끄러 가는 모습처럼 촬영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분은 물론, 손으로 요거트를 가렸거나 불필요하게 잔기침을 하는 모습 등 맥락에서 벗어나는 부분도 잘라내야 한다. 게다가 카메라를 의식하거나 깜빡 잊은 물건을 가지러 가는 모습 등 촬영이 처음이라서 생기는 각종 NG 상황까지도! 편집하면서 내 행동을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니 군더더기가 많고 허술하다. 이렇게 편집되지 않은 40분 분량의 영상을 보고, 잘라내고, 붙이는 작업을 하니 4시간이나 흘렀다.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할 일을 모두 마치고 거실에 은은한 주황색이 감도는 조명만 켠 채 소파에 앉아있는 밤이다. 조명이 따스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긴장도 풀리는 기분이다. 시청자도 나의 브이로그를 보며 이러한 여유를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 조명의 톤을 화면에 녹여내고 싶었다. 편집 프로그램에 밝기, 온도, 색상 등 영상의 톤을 조절하는 항목이 있어 조절해봤다. 하지만 어떠한 항목을 얼마나 조정해야 원하는 대로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이것저것 건드려봤지만 도통 감이 오질 않아 포기! 대신, 좀 더 간단한 ‘필터’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것저것 설정할 필요 없이 필터만 클릭하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필터의 결과물을 썸네일로 표시해두어서 그 톤을 확인하기가 수월하다. 수많은 필터 중 엘그레코를 골랐다. 다만 필터의 개성이 너무 강한 탓에 영상에 현실감이 떨어져서 필터의 강도는 조금 낮췄고, 따스한 느낌을 위해 온도는 높였다. 내가 생각한 톤과 조금 비슷해졌다. 더 완벽하게 만들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은 어디를 손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부분은 앞으로 편집하면서 차차 손보기로 했다.
영상이라고 해서 글이 필요 없는 건 아니다. 영상만으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정보를 자막으로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는 영상에서 말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자막은 필수다.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대화체로 자막을 썼다. 블로그에 쓰는 말투처럼 말이다. 자막은 편집 프로그램에 바로 쓰지 않고 메모장에 작성한 후, 복사&붙여넣기를 통해 넣기로 했다. 그런데 자막을 쓰면서 예상치 못한 점을 깨달았다. 글의 경우, 시각적인 정보를 활자로만 전달해야 하니 설명이 길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브이로그는 영상이라는 생동감 넘치는 시각적인 정보가 메인이고 자막(글)은 서브이다. 평소 글 쓰는 방법과는 조금 달라야 한다. 짧고 직관적이어야 한다. 평소대로 하면 영상이 자막으로 홍수를 이룰 확률이 높다. 문장이 길어지는 것도 막고 영상에 알맞은 내용을 임팩트 있게 표현하기 위해 편집한 영상을 보면서 자막을 썼다. 문장이 한층 간결하고 명확해졌다. 혼잣말이나 속마음은 기본 자막과 구분되도록 괄호 안에 썼다. 객관적인 내용과 주관적인 내용이 구분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물론, 맞춤법 검사도, 팩트 체크도 잊지 않았다. 폰트는 깔끔하고 정직한 느낌의 HY강M으로 골랐다. 작성이 끝난 자막은 원하는 시간에 넣었다. 자막이 유지되는 시간을 4초대로 설정했는데 시간이 모자라서 영상 속도를 80~90%로 느리게 하거나 자막에 해당되는 내용보다 조금 일찍 넣었다. 그래도 안 될 땐, 자막을 다시 쓰거나 자막 유지 시간을 줄였다. 자막이 적재적소에 등장하지 않는 게 얼마나 어색한지, 흔히 말하는 타이밍의 중요성을 영상 편집하면서 실감했다.
장면이 전환될 때 트랜지션을 설정했다. 영상이 페이드아웃(화면이 점차 어두워지는 기법)되는 효과다. 영상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지면 답답하고 서두르는 느낌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음향도 설정했다. 촬영할 땐 몰랐는데 다시 보니 주변 소음이 꽤 크다. 잔잔하게 웅성대는 소리는 공간의 현장감을 표현할 수 있어 살리기로 했다. 대신 크기를 20%로 줄였다.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의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들리거나 소음이 유난히 클 경우에는 0%로 설정하고 BGM을 넣었다. 소음 제거 기능이 있긴 한데 원하는 소리만 특정할 수 없다. 특정 소음을 제거하려다 보니 소리 전체가 왜곡되기도 했다. BGM은 무료 음원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한 걸 사용했다. 영상에 들어가는 로고는 브이로그의 콘셉트를 반영한 간결한 영어 단어를 찾다가 발견한 ‘Alone Together’로 정했다. ‘따로 또 같이’라는 뜻으로 평일에는 나 혼자, 주말에는 남편과 함께하는 일상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로고는 첫 자막에 나온 후, 영상의 왼쪽 상단에 나오도록 배치했다.
‘휴, 편집을 마치니 촬영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촬영이 시작이었구나’
<아날로그 인간의 유튜브 도전기>
-작가 겸 구독자 1440명을 둔 유튜버의 기록
작가이자 프리랜서 에디터인 필자가 지난 1년 동안 영상을 만들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연재합니다.
* 매주 토요일,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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