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올리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었다
장장 일주일에 걸친 편집 끝에 15분 남짓 분량의 브이로그를 완성했다.
이제 유튜브에 업로드하면 된다.
그런데 업로드하려니 자잘하게 할 게 더 있네?
인스타그램처럼 프로필 사진 올리고 아주 간단한 자기소개 정도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웬걸? 채널의 대문 격인 채널 아트라는 것과 닉네임도 만들어야 한단다. 채널 아트는 생각해본 적 없는 항목이라 조금 당혹스럽다. 대충 하려고 했는데 채널의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니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내가 올릴 브이로그의 분위기와 성격과 어울리는 이미지를 골라 보자. 그리고 이왕이면 내가 촬영한 사진이면 더 의미 있을 것 같다. 이것저것 고민해본 끝에 지난 홍콩 여행에서 촬영한 사진을 쓰기로 했다. 스타의 거리의 시작점이자 홍콩문화센터 앞 계단에 앉아서 빅토리아 하버를 바라본 풍경으로 야자수도 보이고 하늘 높게 치솟은 고층 건물도 듬성듬성 보인다. 야자수는 내게 여유를 선사하는 나무다. 홍콩이든, 제주이든 상관없이 특유의 길쭉한 잎이 너풀거리는 모습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동시에 고층 건물은 고립되어 있지 않고 도심과 연결되어 있다는 인상을 줘 묘한 안정감을 준다. 바쁘기도 하면서 틈틈이 여유를 즐기는 나의 브이로그와 닮았다. 닉네임은 구독자들이 쉽게 부를 수 있도록 평소에 쓰는 SNS 아이디에 성을 뺀 이름을 추가했다. 프로필 사진은 얼굴이 잘 나온 사진이 없어서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는 컷으로 설정했다. 정보란에는 인스타그램 아이디, 메일 주소 그리고 채널에 대한 간단한 소개글을 남겼다.
브이로그가 업로드되는 동안 해당 페이지를 보니 채워야 할 칸들이 또 있었다. 하나는 제목이다. 사람들 말로는 제목에 쓰이는 단어로 검색이 된다고 하니 이점을 감안해야겠다. 기사 제목처럼 쓰고 싶었지만 채널이 알려지려면 우선 검색이 잘 되어야 할 터! 브이로그에 있는 내용을 나열했다. '브이로그. 프리랜서. 작가. 크리스마스. 여행. 데이트.' 다소 무미건조하지만 이렇게 썼다. 그리고 혹시 모를 해외 구독자를 위해 해당 단어 중 그들이 관심 가질만한 것들은 영어로 썼다. 이제 다 됐겠지? 물론, 아니다. 또 하나, 설명도 써야 한다. 이 영상이 대략적으로 어떠한 내용인지 쓰라는 것 같다. 근사한 문장을 쓰고 싶었지만 지금 여기까지 오느라 예상보다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은(?) 탓에 그럴 여력이 없다. 사실 좀 귀찮다. 제목을 그대로 붙여 넣었다.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다. 꾸역꾸역 빈칸을 채우는 사이, 브이로그가 드디어 업로드됐다.
휴...! 후련하다. 글도 아닌 영상을 사람들에게 공개한 건 처음이라 떨리기도 하다. 가족들은 물론, 나에게 유튜브를 권했던 친구에게도 링크를 보내줬다. 다들 나의 첫 브이로그에 칭찬과 격려를 아낌없이 보내주었다. 나를 모르는 사람의 반응도 궁금하다. 며칠 뒤 고맙게도 몇 분이 브이로그를 재미있게 봤다는 댓글을 남겨주었다. 하지만 다시 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들의 눈에는 얼마나 어설펐을까?' 퀄리티에 비해 너무도 과분한 댓글이라서 쑥스럽다. 다음번에는 아쉽지 않도록 더 신경 써서 촬영하고 편집해야겠다. 그리고 한번 겪었으니 체력 안배(?)도 적절히 해야겠다.
<아날로그 인간의 유튜브 도전기>
-작가 겸 구독자 1440명을 둔 유튜버의 기록
작가이자 프리랜서 에디터인 필자가 지난 1년 동안 영상을 만들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연재합니다.
* 매주 토요일, 찾아올게요!
유튜브 채널 | www.youtube.com/hk_alphapurple